요즘 남북한 관계가 아주 나쁩니다. 지난 이산 가족 상봉 이후 뭔가가 어그러지면서 북녘은 남녘 정부와 박대통령에 대해 육두문자에 가까운 비난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남녁정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북녘의 표현방식에 대해선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술자리에서나 내뱉을 언어들을 정부의 공식매체가 천박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인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리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비행기에 관해선 아는 게 없지만, 뭔가 개운하게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혹시 별 것 아닌 것을 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정청래 의원이 그런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더니(물론 북한 측 소행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한 것입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북으로 가라"는 식의 막말을 퍼붓고, 겁많은 김한길 새민련 대표는 "언행에 조심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북한과 관련된(아니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안에 대해선 남녘도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는 독재국가인가요.
이런 상황에서 북녘은 "국방위원회" 발표를 통해 어제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고, 남녘은 오늘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게 올바른 길일까요. 무슨 사안이든 논란이 있을 때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런데 통일의지를 천명한 남녘정권이 대화를 거부하는 게 바른 길일까요.
저는 북녘체제가 "시대착오적 왕조체제"라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왕조체제라고 해서 항상 모든 일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우디 왕조가 항상 엉터리 같은 짓만 벌이는 게 아니지요.
노무현 정권 시절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면 그걸 모두 노정권 탓으로 돌리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일종의 "노무현 환원론"이지요. 그런데 분단체제하에서 그보다 더 뿌리 깊은 것이 모든 문제의 "북한 환원론"입니다. 북녘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많은 체제이지만, 북녘환원론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남녘의 모순을 은폐하는 논리입니다.
저는 무인기가 북한 작품인지 어떤지 단정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양쪽 주장을 다 들어본다는 차원에서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국방위원회 검열단 진상공개장"을 소개합니다.
요즘 저는 북녘을 공부하고 있지만, 한국에 있을 때에는 "로동신문" 등 북녘의 공식자료조차 열람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북쪽 사이트 접근을 우리 정부가 차단해 놓았으니까요.
이래서 무슨 연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사실 김씨 3부자를 매일같이 우스꽝스럽게 찬양하는 로동신문을 보면 오히려 북녘체제의 문제점이 더 잘 드러납니다. 반공교재로도 적당하지요.
그런데 외국에 나와 있으면 다행히 인터넷으로 일부 북녘자료의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에 국방위원회 발표문을 소개합니다. 우리 정부당국 발표와 비교하면서 여러분들 스스로 한번 따져보시라는 뜻입니다.
"유신 흉내내기"가 진행되고 있는 남녘 현실에서 이렇게 자료를 공개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는 게 아닐지 다소 걱정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박정희정권과 같은 끔찍한 독재체제는 아니니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요.
게다가 저는 북한체제를 찬양고무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북한체제를 찬양고무하는 성향이 강하고 아울러 대화도 안 되는 일부 페친과는 관계를 끊기까지 했으니까요. 허참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요.
"국방위원회 검열단 진상공개장"을 실은 제 블로그의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포털 "daum"에 들어가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를 치면 소생의 블로그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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