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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7일자 추억의 글: 문재인의 담대함과 포용력

동숭동지킴이 2021. 12. 17. 20:55
<문재인의 담대함과 포용력>
 
많은 분들이 어제 TV토론에 대해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분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부분 두군데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문후보가 전교조 문제에 대해 보여준 담대함과 새누리당의 과학자 비례대표와 관련된 포용력입니다.
 
첫째로, 그는 박근혜후보가 전교조와 문후보의 관련성을 들고 공격해왔을 때,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담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그리 높다고 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할 말을 한 것입니다.
물론 그는 참여정부와 전교조의 충돌사례라든가 문후보가 전교조만이 아니라 교총 조합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고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기조는 떳떳한 해명이었고, 오히려 박후보가 이념적으로 교육계를 편가르기한다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지도자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옳은 것은 옳다고 할 줄 아는 담대함을 가져야 합니다. 어제 문후보는 그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문후보의 태도는 저로서는 약간 실망이었습니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 탓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주한 미국대사였던 그레그의 뉴욕 타임스 기고 등등)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단 이명박정부(불법사찰까지 저지른 MB 정부를 과연 믿을 수 있나요)의 발표를 믿는다고 하면서 국민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말을 추가하는 식으로 수세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강고한 레드 컴플렉스를 고려할 때 제가 너무 기대가 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후보의 실력은 선거가 진행되면서 날로 늘어가서 이번 TV 토론에서는 담대함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 득표면에서도 그런 담대함이 가져다 주는 표는 전교조 연관성으로 잃는 표보다 더 많다는 생각입니다. 중도세력은 구차하게 정책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후보보다 불리할 지 모르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소신을 비굴하게 굽히지는 않는 후보를 좋아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도세력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좌파도 아니고 좌파와 알고 지내지도 않는다"고 하면 중도세력이 지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고 (좌익 장인의 딸인) 마누라를 버리란 말입니까"하고 외치던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둘째로, 토론에서 박후보가 "새누리당에선 지난 총선 때 과학자를 여러 명 상위순번에 넣었다고 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했을 때 "(새누리당의) 그런 행동은 잘한 일입니다."라고 추켜세우는 포용력을 보였습니다.
적군이 한 일은 잘한 일도 폄훼하는 게 예사인 정치판, 특히 선거판에서 그는 적군의 잘한 일을 깨끗하게 인정했습니다. 이는 문후보의 그릇의 크기를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합 내각'을 공약했고, 오늘 토론 말미에서는 정당을 넘어서는 대통합 내각과 더불어 당선되면 "야당(새누리당)과도 협의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했습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할 수 있을 때, 새누리당의 합리적 보수세력과의 협력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문후보의 발언은 대통합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꽤 보여준 셈입니다.
물론 문후보에게는 발음을 비롯해 여러 약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반도 대통합의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 많은 장점이 있는 것도 점점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문후보의 인간적 솔직함과 강직함은 좋지만 정치력에 대해선 의문을 품어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정치력도 박후보보다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정치인에 비해서도 상당히 뛰어난 부분이 있다는 걸 점점 깨닫고 있는 셈입니다.
어쨌든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오늘 토론에서 보여준 담대함과 포용력을 가지고 나라를 잘 이끌어가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