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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31일자 추억의 글: 승패의 정치를 넘어서

동숭동지킴이 2021. 7. 31. 21:05

<승패의 정치를 넘어서>

 

재보선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체로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한국정치는 대단히 역동적이라서 예측이 쉽지 않지만, 큰 흐름은 읽을 수 있는 게 한국정치입니다. 멀리 베를린에서도 야당의 참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제가 줄기차게 말씀드린 대로, 안철수는 결코 메시아가 아닐뿐더러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적 역량을 기대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정치적 역량은 갈고 닦는다고 비약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담기에는 애당초 너무 작은 그릇인 셈이지요.

 

이런 인물에게 대표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야당이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야당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야당이 어찌하면 승리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승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쩌다 승리한들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아예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여당과 야당 모두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 봤으면 합니다. 수준 낮은 정당들 사이에서 누가 이긴들 한국사회가 나아질 전망이 없지 않겠습니까.

 

여당쪽을 보십시오.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고도 끄덕 없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지요. 여당의 지도부는 또 어떻습니까.

 

철학이나 비전 따위는 찾아보기 힘든 조폭 두목 같은 인물들이 여당을 이끌고 있지 않나요. 선거에서 이기는 기술은 야당보다 나을지 모르지만, 나라를 맡기기에는 너무나 걱정스런 집단이지요.

 

새민련과 정의당 등 야당의 한심한 작태는 굳이 여기서 더 언급할 필요도 없지요. 도대체 한때 날리던 맹장들도 정치판에 들어가서는 맥을 못추고 있지요. 어디서부터 손을 보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지요.

 

하지만 정치권을 비난만 하는 건 무책임한 일일 것입니다.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비난은 자위행위일 뿐이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해법을 찾아보는 데 힘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여권에서는 남경필과 원희룡의 시도 즉 통합정치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 시도가 자신들의 입지확보를 위한 술수적 성격을 일부 갖고 있다 할지라도 이런 시도는 우리 모두가 지원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야당지지층이라도 이런 시도에는 박수를 보냅시다.

 

그리고 야권은 어차피 재편이 불가피할 텐데, 이게 어찌하면 야권이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그저 패거리들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치수준을 한 단계라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승패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밥줄이 달린 일이니까요. 하지만 언론계 또는 지식인들은 이제 승패의 정치를 넘어 여야의 수준 즉 '정치문화'를 고양시키는 방향에 더 힘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그렇게 정치문화를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면, 정치인들도 자신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밥줄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해야 독일처럼 보수파나 진보파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나라가 개판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