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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8일자 추억의 글: 단일화 중단과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동숭동지킴이 2021. 11. 18. 10:57
<단일화 중단과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엊그제 오후에 출판사 창비쪽의 세교연구소에서 개최된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서재정교수의 “오바마 1기의 평가와 2기에 대한 전망”이라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서교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우리에게 꽤 알려진 분입니다.
서교수는 발표에서 오바마 1기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이 기조였고, 그게 실패했기 때문에 2기에선 대북 연성정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2기 국무장관에 클린턴 여사 대신 케리 상원의원이 임명되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 대북정책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서교수는 미국 정부기관 등의 역학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들어설 한국정부는 이런 대북정책 결정구조를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겠지요.
이 세미나에 이어서 저녁시간에는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원에서 송인호 한동대교수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사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확대 필요성 및 법제정비 방침”이란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 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어떤 의사결정구조를 거치는지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관료들의 특성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좀 들었습니다.
제가 몇 달 전 쓴 책인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에서도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긴 했지만 미흡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앞으로 경제민주화든 복지든 남북한 평화협력이든 미국 및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잘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이런 정부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생각하면서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특히 단일화와 관련된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서 몇 자 끄적거려 볼까 합니다.
저는 두 캠프에 지인들이 좀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제가 캠프에서 직접 활동하는 게 아니라서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간단하게 소감을 피력해볼까 합니다.
문캠프에선 조금 전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최고의원들이 모두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문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안후보측에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론조사만으로 하든, ‘여론조사 +α’ 방식이든 안후보측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후보측은 얼마 전에 청와대 비서진이었던 인물, 이른바 친노핵심이라는 인물들이 총사퇴했습니다. 여기서 최고의원들도 사퇴하면 선거는 누가 지휘하게 되나요.
이번 단일화 협상 중단사태에 대한 대응에선 문후보 개인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것 같은데, 앞으로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 후보가 모든 결정을 내릴 수는 없고, 선거 캠페인을 이끌고 가는 캠페인매니저(또는 캠페인지휘팀)가 어떻게 구성될까요. 전쟁에 비유하자면 총참모장이 좋은 인물로 짜져야 할텐데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안후보측의 의사결정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이쪽은 당이 없으니까 소수정예주의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26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말했듯이 ‘똘똘한 놈 몇 명’이 큰일을 끌고가기도 하니까요.
다만 소수이긴 한데 과연 정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요 정치혁신 방안으로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걸 내세운 것이나 이번 단일화 협상중단 결정을 보면 의문이 약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후보 캠프 사정을 정확히 모르니 안후보의 의사결정과정과 관련해 가십거리에 불과할 이야기를 보태볼까 합니다. 안후보 부인인 김미경 교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후보와 가장 가까이서 시간을 많이 보낸 인물은 그 부인입니다.(박근혜후보는 별개로 합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선 후보 부인이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일도 있습니다. 예전의 이회창후보나 이인제후보의 사례가 그랬다고들 합니다.
안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는 어제 영양사 전진대회에 참석해 “안후보는 국민이 불러주신 후보다. 남편은 시대의 요청으로 나왔고 강을 건넜으며 다리를 불살랐다. (남편은)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대선완주 의지로 해석했습니다.
안후보가 이미 한 말이니까 그걸 옮길 수는 있겠습니다만, 영양사대회 자리에서 굳이 그런 말을 했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단일화 협상중단이라는 비상시국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안후보가 서울시장 불출마를 결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안후보와 가까웠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안후보의 부인이 서울시장 출마에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100% 정확한지는 모르겠고, 비록 부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안후보가 주로 부인의 반대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당시 안후보의 서울시장 불출마가 결과적으로 우리 정치판을 크게 뒤흔들었던 점을 고려할 때, 만약 부인이 반대한 게 사실이라면 부인의 판단이 우리 사회에 좋게 작용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후보 부인 김미경교수도 이왕 대선판에 등장했으니, 만약에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관여한다면 단일화가 잘 되고 진보개혁세력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좋은 조언을 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내일이든 모레든 여기 글을 좀더 확대하고 다른 내용도 보태서 <대선이모저모> 로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