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분들의 정계은퇴를 바라며>
작년 여름에 저의 지인이 안철수의원 측근에게 "당신네들이 사는 길은 민주당에 들어가는 길이다"라고 조언했다고 저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이미 대통령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른 시일 내에는 아니지만, 지방선거를 맞이해 결국 안철수진영과 민주당은 합당하기로 했습니다. 안철수진영이 아무리 애써도 지방선거에서 당선가능성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지, 창당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 않았기 때문인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기라는 중요한 의제에 의기투합했기 때문인지 어쩐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양측이 5대5로 권한을 배분하기로 합의했는데, 합당 과정에서 이걸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분란이 일어날지 어떨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민주당측은 대체로 환영분위기입니다만, 안철수 진영에선 망연자실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까지 안철수의원이나 측근이 해온 발언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행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어쨌든 잘 된 일로 보입니다. 그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로, 의원내각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비례대표의원의 비중이 높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정치구조에선 기본적으로 양당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3자구도가 되면 야당은 참패하기 마련인 점을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따라서 이념도 별로 다르지 않은 민주당과 안철수진영이 합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둘째로, 이번 결정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행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다소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김교육감도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에 김교육감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의사결정을 공표한 후에 이번 합의가 발표되었다면 낭패였을 것입니다. 역시 김교육감은 운도 좋은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판과 노름판에선 운 좋은 사람을 당해낼 수 없는 법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운을 박차는 결정을 내리면 어찌할 수 없지요.
셋째로, 안철수진영에는 직업정치인이 되기에 부적합한 인물들이 일부 들어 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판 밖에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혹시 이분들이 이번의 전격적 의사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바로 지금이 정계를 은퇴하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특히 제가 일전에 블로그에서 말한 대로 <한반도 산업연구소>를 꾸려 한반도의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분의 결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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