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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7 추억의 글: 보이스 피싱을 원천봉쇄하는 금융시스템?

동숭동지킴이 2018. 1. 27. 09:41

<보이스 피싱을 원천봉쇄하는 금융시스템?>


베를린대학에 연구년으로 와 있는 가족과 오늘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중에 독일어로 쓰여진 사기 e메일(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거액 계좌가 있는데 같이 나누자 등등)이 저나 그분에게 가끔씩 오고 있는 일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의 빈발하는 보이스 피싱 사건에까지 이야기가 미쳤습니다. 사실 제 주위에서도 여러 명이 이 사기에 걸린 바 있습니다. 군대 간 아들이 폭력사건에 휘말렸다며 아들 목소리로(당황한 어머니는 아들 목소리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습니다) 긴급하게 송금을 요청해 천여만 원을 사기당한 건 등 여러 건이었습니다.


저 자신 검찰청 운운 하는 전화를 받은 바 있고, 오늘 점심을 같이 한 교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별로 많은 사람과 만나지 않는 제가 이런 정도이니, 아마도 이런 사기(미수) 사건은 공식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런 전화금융사기가 일어나기 힘듭니다. 송금이체한 돈을 곧바로 찾을 수 없고, 일정 시간 (하루?)이 지나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사기당한 사람은사기 여부를 확인해 출금을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을 떠나기 전에 금융을 전공하는 후배와 만났을 때도 이 문제가 거론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송금이체한 돈을 곧바로 찾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등 극히 일부이고, 이 때문에 한국에서 보이스 피싱 사기가 극성을 부린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은행들도 은행마다 대처방안이 제각각인데, 보이스 피싱대책으로 1일 한도를 낮춘다든가 공인인증을 거치게 한다든가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식이 위기에 처해서 송금을 하는 경우 같을 땐 여러 사람의 계좌를 동원해서 돈을 부쳤습니다. 그러니 현재 우리 은행들의 조치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다른 많은 나라처럼 우리도 이체한 돈을 하루 지나고 나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게 보이스피싱을 원천봉쇄하는 길이 아닐까요. 오래 전에는 한국도 그렇게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예제도는 온라인 쇼핑에서는 아직 존재합니다. 쇼핑하고 결제한 돈을 회사가 바로 찾지 못하니까요.


당장 돈을 찾아야 할 만큼 급한 일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안전한 금융거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한국도 "빨리 빨리" 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선진국처럼 (모든 면에서) 안전을 더 중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1일 유예조치를 취하면 송금과정에서 공인인증서 등등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고 1일 이체한도도 높일 수 있으므로 은행이용자에게 편리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꼭 돈을 당일에 찾아야 하는 경우엔 ATM이 아니라 은행에 직접 가야 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은행에선 인출자 얼굴이 녹화가 되고 신문증을 요구할 수 있지요.)


돈도 돈이지만 보이스 피싱이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신뢰를 할 수 없게 되고 불안에 떨게 됩니다. 24시간 유예 조치를 취함으로써 금전적 피해을 막을뿐만 아니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최근 한국에서 카드회사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었는데, 이런 정보가 보이스 피싱에 악용될 가능성은 더 커진 셈입니다.


그리고 일단 모든 사람의 계좌이체에 대해선 하루 유예를 두게 하고, 꼭 급한 일이 있을 것 같은 사람에 대해선 예외로 신청을 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사실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이런 조치도 필요없겠지만, 경과조치로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제가 컴퓨터는 잘 모르지만 이 정도야 우리 기술로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애당초 보이스 피싱의 대상이 아닌 '기업간 거래'에 대해선 유예규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면 경제의 흐름에 대한 지장도 별로 없겠지요. 물론 다른 나라 사례를 잘 검토해야겠지요.


진보-보수, 개혁-수구의 문제와는 별도로 대중들이 겪는 이런 일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우리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페친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의원보좌관도 있으니 한번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다른 나라 사례도 꼼꼼히 조사해서 우리 나름의 방안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