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새 경제내각과 대통령의 진정한 팀워크(2000/8/8) -경향신문

동숭동지킴이 2011. 2. 17. 15:07

 

새 경제내각과 대통령의 진정한 팀워크

김 기 원(방송대 교수, 경제학)

 

  새 경제내각이 들어섰다. 이들의 팀워크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개혁을 추진할 모양이다. 제발 그 뜻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집권 후반기가 잘 마무리되어, 모두가 퇴임 후 현대통령을 칭송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 그 동안 IMF사태로 고생해온 백성들도 허리 펴고 살고, 선진경제로의 초석도 다져지기를 바라고 싶다.

 

  그러나 새 내각의 면면을 보면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개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즉 개혁은커녕 혹시 개악의 길로 치닫지나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행적을 보더라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발탁과정과 각계의 반응들 역시 불안감을 초래하는 것이다. 동교동계 등 정치권이 개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떠돌지 않는가. 또 주식시장의 반응은 별로인데 재계는 안도하고 있다.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인물을 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청와대측 발언도 있었다.

 

  물론 정부가 재계를 계속 불안케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아니 정부는 재계가 편안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의 곪은 환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여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만약 장관들이 재계의 엄살과 협박에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면 그야말로 불안을 더 키우는 셈이다.

 

  그런데도 새 내각은 당면한 난제를 처리하고 새로운 한국경제상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성 추진력 비젼에서 함량미달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 다시 개각할 수도 없는 판이다. 그렇다면 내각의 모자라는 부분을 대통령이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이번 인선의 과오를 바로잡는 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동안의 개혁이 어정쩡했던 것 역시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개혁저항 세력과의 일전불사를 각오하는 결단력과 뒷심의 부족은 흔히 지적되는 결점이 아니던가. 또 재벌체제를 개혁한다면서 바로 그 개혁대상인 재벌총수들과 적당히 타협하려는 방식도 대통령 탓이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대로 성공했으니 무난한 인물들로 나머지 임기를 대충 때우자는 심사로 이번 경제팀을 뽑은 게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

 

  결국 제대로 되려면 대통령이 바뀌는 수밖에 없다. 새 대통령을 뽑을 수는 없으니 대통령의 사고와 행동방식이 거듭나야 한다. 시시콜콜 챙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대목들에서 개혁성과 비젼을 갖고 단호하게 추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오랜 경험을 가진 이번 각료들에게 적어도 대통령의 뜻을 실행하는 정도의 능력은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각과 대통령의 진정한 팀워크이다. 이런 팀워크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자세로 정정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우선 시급한 현대위기와 금융부실의 처리를 올바르게 매듭지어야 한다. 위기와 부실을 미봉책으로 은폐해서는 안 된다. 현대그룹과 금융기관의 소유 지배 경영 구조를 환골탈태시키고, 부실한 사업구조와 재무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총수와 경영진에 대한 부실 책임추궁도 확실하게 짚어야 한다. 부실처리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은 최소화하되 충분하게 적기에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개혁의 효율적 추진과 미래상 제시가 필요하다. 개혁이랍시고 떠들면서 온데를 쑤시고 다니니까 개혁피로니 관치경제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 예컨대 재벌개혁이라면 재벌 스스로 고칠 수 없는 소유지배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식의 효율적 접근이 요청된다. 그리고 IMF 신탁통치가 끝난 이제는 우리 주체적으로 개혁의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영미식 자본주의와 일본 유럽식 자본주의의 장점을 두루 살릴 수 있는 우리 나름의 모델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장래가 어찌 어두울 수 있겠는가. 개혁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내각과 대통령의 진정한 팀워크에다 국민들이 힘을 모아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