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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은 끝났는가}

동숭동지킴이 2011. 3. 19. 12:11

 

2002년 출간한 책입니다. (저자: 김기원   출판사: 한울)

재벌문제에 관해 그동안 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아래에 이 책에 대해 안하대 김진방 교수가 쓴 서평을 첨부합니다.

 

 

“현정부 재벌개혁 전술 실패”

재벌 개혁이 소강상태에 들어선 지금 현재 상태를 다시 검토하고 미래의 방향을 차분히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재벌 개혁은 끝났는가>는 이러한 검토와 모색의 토대를 제공하리라 생각된다.

한국의 재벌을 분석하고 현정부의 개혁을 평가하는 여덟 편의 논문이 모여서 책이 되었다. 저자의 “이론적 작업”과 “실천적 작업”을 한데 묶은 것으로, 각 논문에는 두세 편의 짧은글이 첨부되어 있다. 그렇지만 논문에서도 이론을 들이대거나 통계에 기대기보다는 역사적 시각을 끌어들이고 “재벌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는” 작업을 앞세운다.

 

저자는 거듭 주장한다. 재벌은 내부적으로 재벌총수의 왕조적 독재체제이며, 선단문어발경영을 통해 국민경제를 지배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재벌체제는 한국 경제의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생겨났으며, 이제 그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재벌이 선진 대기업 체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총수독재를 혁파하고 책임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곧,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를 제한하여 금융기관을 재벌로부터 분리시키고, 변칙 상속·증여를 포함한 총수 일가의 비리를 처벌하고, 부채-출자 전환으로 무능 부패 총수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체제의 핵심 고리, 약한 고리는 황제경영 부분이라고 진단하는 저자는 현정부의 재벌개혁에서 전술의 실패를 지적한다. 총수 지배체제를 적절하게 공략하여 책임전문경영체제를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호채무보증이 해소되고, 소수주주권이 강화되고, 사외이사제가 도입되고,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의 성과를 거두긴 했다. 그러나 종래의 소유지배구조가 온존됨으로써 재벌의 황제경영도 문어발경영도 달라지지 않았다. 재벌체제에 핵심 고리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재벌개혁의 쟁점을 정리하고 검토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된다. 선단경영의 폐해를 강조하는 독립경영론의 시장주의적 편향을 지적하고, 재벌의 과잉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조정을 주장하는 산업정책 부활론의 국가주의적 편향을 지적한다.

 

저자의 재벌연구는 노사관계도 포함한다. 이는 자본의 문제와 노동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다. 대우를 비롯한 재벌의 노사관계를 검토하면서 총수자본주의를 혁파한 이후의 지향점을 생각하고, 삼성의 노사관계 실태를 분석하면서 재벌체제의 전근대성을 확인한다.

 

역사적 시각은 사실의 나열로 그치기 쉽고, “직접 들여다보는” 작업은 직관에 치우치기 쉽다. 저자는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고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적절한 개념과 정연한 논리가 특히 돋보인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저자의 모든 주장이 충분한 논증과 실증을 거쳤음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단편적 분석보다는 총체적 파악을 시도했기에 불가피했을 수도 있고, 자신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의도했을 수도 있다.

 

김진방/인하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