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고유의 글

2012.9.21 추억의 글: 쌍용차 청문회와 '독화살의 비유'

동숭동지킴이 2020. 9. 21. 15:42

<쌍용차 청문회와 '독화살의 비유'>

어제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쌍용차 국회청문회 중계를 시청했습니다. 나중에 시간 여유가 있으면 블로그에 정리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만, 우선 느낀 감상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1) TV를 시청한 본인도 엄청 피곤했지만,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한 분들과 심문을 한 의원들도 고생 많이 했습니다....
쌍용차 관련자가 20여명이나 사망한 형편이므로 이 정도 고생은 불가피했던 걸로 보입니다.

 

2) 적어도 작년의 한진중공업 청문회 때보다는 의원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초선 의원들의 열정이 작용한 때문이겠지요.

 

3) 그러나 청문회가 호통치기 위한 것인지, 듣기 위한 것인지 역시 회의가 들게 만드는 청문회였습니다. 도대체 증인들이 말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청문회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4) 호통을 치더라도 증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가면서 호통을 치려면 청문회 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각 당에서 대표선수 두어명만 뽑아 전체 5명 정도로 인원을 줄이고, 개별 의원의 질의 응답 시간을 충분히 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모두가 나서려 할 가능성이 크므로 장관 청문회 따위에서처럼 당에서 인원을 조정해야 겠지요.

 

5) 아울러 이런 사건 같은 경우엔 처음에 회사대표 등이 30분 정도 상황 설명을 하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겨우 노동부가 5분 정도 설명한 걸로는 태부족입니다.회사대표와 회계법인이 상황을 미리 설명해야 똑같은 질문을 덜 하게 되고, 시청자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듣는 걸 의원들이 꺼리고 있다면 이건 불가능하겠지요.

 

6) 그리고 의원들이 호통을 치는 데 치중하는 것은 청문회장이 의원들의 선전장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걸 어떻게 바로 잡을까는 나중의 블로그 글에서 다뤄볼까 합니다.

 

7) 쌍용차 사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등을 어떻게 복직시킬 수 있을까인데, 정작 이에 대해선 별로 따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따지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사의 논리를 격파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8) 쌍용차의 1라인은 가동율 83%, 2라인은 45%, 3라인은 130%라고 합니다. 회사가 정상 가동되려면 2교대 근무가 이뤄져야 하는데, 3라인 외에는 1교대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3라인도 러시아의 수입규제로 내년부터는 130% 가동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사장이 증언했습니다.

 

9) 이렇게 일감이 없고 금년 적자도 1200억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급휴직자나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없다는 회사의 주장을 아무도 격파하지 못했습니다.

 

10) 그런 가운데 2009년 정리해고 당시의 회계나 진압 문제에 심문의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는 석가가 이야기한 대로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독화살을 뽑는 대신에, 독화살의 화살 깃이 뭐로 만들어졌고 독이 어디서 추출된 것인지를 따지는 것과 크 차이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11) 물론 회계문제나 진압 문제는 따지긴 해야 합니다. 독의 종류를 알아야 비슷한 사례에 대처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진압에서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부각이 된 것 같은데, 회계에서의 문제점은 무슨 소리인지 일반국민들이 알아 들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회계가 불법이라 하기는 더욱 힘들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12)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무현정권의 과오에 치중하면서 MB정권과도 거리를 두는 방식을 취했고, 민주당은 MB정권의 과오에 치중했습니다. 이런 정략적인 자세는 좀 줄여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 청문회를 보고 나서 무급휴직자의 복직은커녕 현직근로자의 일자리도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쌍용차가 흑자를 낸 것은 2002년과 2003년인데, 그건 체어맨 같은 고급차가 처음 나왔을 때 히트를 쳤기 때문이고, 그 효과는 사라졌다고 사장이 말합니다.

또 7개 차종으로 24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지금은 11~12만 대 생산) 쌍용차의 현재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식의 발언도 사장이 했습니다.

사장말이 맞으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쌍용차는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사장 말이 틀리다면 그런 틀린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 사장이어선 역시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암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나중에 블로그에 보다 체계적인 글을 올릴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