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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학술상(1회) 수상소감

동숭동지킴이 2018. 3. 30. 09:45

<수상소감을 대신하여>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우선 제1회 김기원 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마음 충만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함과 송구함이 마구 샘솟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김기원 선생의 업적과 발자취, 그리고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알기에, 혹여 제가 그 분의 명예에 혹시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녹녹한 것이 아님은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그리고 이미 걷고 계신 여러분들이 모두 아실 것입니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광폭한 시장의 힘 앞에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않으면서도 경제학자에게 요구되는 학문적 치열함과 엄밀함을 견지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김기원 선생은 후학들에게 진보적 경제학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온 몸으로 증명해보이신 스승님이셨습니다.

 

제가 감히 김기원 선생의 학문적 정신을 두 가지로 정리해본다면, 그것은 성역없는 비판실사구시(實事求是)’가 아닐까 합니다.

일찍이 선생께서는, 일체의 도그마(dogma)를 거부하시고 진보진영 내에 노동계급에 대한 거의 물신화된 숭배가 만연했던 그 시절에도, 노동운동 주체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과 문제제기를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때론 선생님의 이런 태도가 선생님을 과도하게 논쟁적인 분으로 만들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노동운동에 대한 선생님의 여러 쓴 소리들에 좀 더 빨리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드는 사람이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선생께서는 항상 객관적 현상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하여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이러한 실사구시의 태도야말로 모든 진보적 경제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지난 6월에 지도교수님을 여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윤진호 교수님과 함께 방송통신대 연구실에서 김기원 교수님을 뵈었던, 두 분과 동시에 같은 공간에 있었던 1996년의 그날이 떠오릅니다.

하루가 멀게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권부의 중심에서 독재자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경제학 교수들과 이제는 영원히 만나 뵐 수 없게 되어버린 시대의 스승님두 분의 삶이 정말 대비되는 요즘입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김기원 선생의 학문적, 실천적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나가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말씀을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