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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12 추억의 글: 통합신당이 기초지자체의 정당공천 폐지를 '호남'에서만 시행한다면

동숭동지킴이 2018. 3. 12. 09:46

<통합신당이 기초지자체의 정당공천 폐지를 '호남'에서만 시행한다면>

기초지자체의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저는 정당 내부의 실상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현행제도가 옳은지 아니면 폐지가 옳은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통합신당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일단 공표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한번 생각해볼까 합니다. 만약에 새누리당도 보조를 맞춰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고, 그 단점이 장점보다 크다면 다음 선거에서 제도를 바꾸면 되겠지요.


하지만 만약에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을 계속 유지하고 통합신당만 정당공천을 폐지한 채 선거에 임하면 어찌 될까요. 당연히 통합신당이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누가 통합신당 후보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야당 지지표는 분산되는 반면에 새누리당 표는 결집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통합신당이 지지하고 싶은 후보를 은근슬쩍 지지하는 방식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정당공천을 폐지한 이상, 여러 예비후보 가운데 통합신당이 지지하고 싶은 후보를 공식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은근슬쩍 지지하는 것은 원래 정당공천 폐지를 공표한 정신에 위배되는 얍삽한 술수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에게 정당공천 폐지를 강요할 수 없다면, 통합신당은 '진퇴양난의 자충수'를 두게 된 셈이 됩니다. 그런데 그걸 탈출하는 방법이 문득 생각나서 이 글을 씁니다.


통합신당이 호남에 한정해서 정당공천 폐지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호남엔 새누리당 간판으로 특별히 유리한 게 없으니, 정당공천을 폐지하더라도 통합신당이 불리한 판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기초단체 정당공천의 폐해가 가장 심한 지역이 야당에선 호남, 새누리당에선 영남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 지역의 문제부터 일단 바로잡아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일부지역 시범실시를 통해 정당공천 폐지의 장단점을 확인해볼 수도 있습니다.


통합신당이 정당공천 폐지를 끝까지 밀고 나가다가 새누리당이 거부해서 결국 자충수를 두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막판에 자신이 공표한 것을 철회하는 방식은 둘다 우스운 꼴이지요.

아예 지금부터 통합신당이 "새누리당이 계속 자신의 공약을 어길 것 같으면, 우리는 우리의 기득권이 가장 큰 호남에 한해 정당공천제를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을 향해 "당신들도 영남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게 실리와 대의명분 모두를 얻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정치권에 줄이 없으니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썼습니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이런 방안을 정치감각이 빠른 새누리당이 먼저 받아서 "우리는 영남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나서는 경우입니다.

이리 되면 통합신당은 게도 구럭도 다 놓치게 됩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통합신당 사람들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