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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교수님의 2012년 글을 공유한 글

동숭동지킴이 2018. 1. 27. 09:45

우리 학계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한 좋은 글을 소개합니다.


전강수

경제는 인체와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미묘하다. 함부로 다루다가는 망가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전문가를 양성한다. 경제학자들은 정말 전문가처럼 보인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의사의 언어처럼 감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는 두 부류의 경제전문가가 있다.

하나는 고도의 훈련을 받고 고도의 기법을 사용하여 경제분석을 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쓰는 논문을 보면 마치 물리학이나 의학 논문 같다. 일반인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학 전공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은 이처럼 엄청난 분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현실 경제를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의사이긴 한데, 임상 경험은 기피하는 이상한 의사들이다. 자부심은 대단해서 현실 경제를 고치려고 나서는 사람들을 향해 경멸을 보내기 일쑤다.


우리나라 경제학계는 이런 전문가들에게 점령당한지 벌써 오래되었다. 우리는 이런 이상한 의사들에게 봉급을 주면서 자녀들을 가르쳐 달라고 맡기고, 그들 간의 지적 유희를 멍하니 바라보는 이상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저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뭔가 있겠지 생각하면서...


다른 한 부류는 경제가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사실을 깡그리 무시한다. 이들 생각에는 부동산 값이 오르면 잡으면 되고, 물가가 오르면 공무원을 동원하면 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 부자에게서 빼앗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면 되고, 불로소득이 문제되면 환수해버리면 된다.


모든 문제가 한없이 간단하다. 처방이 간단하니까 생각하기 싫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의사라기보다는 목수에 가깝다. 문제가 생기면 톱으로 대패로 깎아버리면 된다.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 가운데, 또 사회운동 세력 안에 이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경제가 인체와 유사하다는 점을 안다면 감히 그리 못할 것이다.

경제가 유기체임을 깊이 인식하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듯이 경제를 치유하기 위해 나서는 진짜 경제의사들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