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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12 추억의 글: 존댓말-반말의 구별을 없애는(or 줄이는) 건 어떨까

동숭동지킴이 2017. 8. 12. 07:10

<존댓말-반말의 구별을 없애는(or 줄이는) 건 어떨까>

오늘 등산 친구들 중 한 명이 우리말에서 존댓말과 반말의 구별이 사라져야 업적주의(능력주의, meritocracy)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존댓말과 반말의 구별은 인간 상호간에 미리 계급(또는 지위)을 설정하기 때문에, 경기에 비유하자면 출발선의 평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

서양어에도 공식적 표현과 비공식적(친숙한) 표현의 구별은 있습니다만, 우리나 일본처럼 엄격한 존댓말-반말 구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어에서 sir을 붙이거나 독일어에서 친숙-비친숙의 구분으로서 duzen-siezen의 구별이 있는 정도가 아닌가요.

만약에 서양의 이런 언어사용법이 서양의 업적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우리 언...어에서도 존댓말-반말의 구분을 없애거나 줄이는 건 어떨까 하는 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모두 반말을 쓸 수는 없으니 모두 존댓말을 쓰면 어떨까 하는 것이지요.

물론 언어사용법을 바꾼다는 건 일반 제도를 바꾸는 일보다 훨씬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우선 초중등대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에게 존댓말을 쓰도록 교육청 특히 진보교육청들이 앞정서서 캠페인을 벌려가면 어떨까요. 전교조도 여기에 앞장서면 좋겠지요.

이리 되면 체벌문제도 자연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존대말 쓰는 관계에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당장 존댓말 쓰기로 바꾸는 건 힘들겠지만 신입생 사이에서는 존댓말 쓰기를 시도해가면 어떨까요. 그려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존댓말 쓰기가 확대되겠지요.

그리고 이게 발전되어가는 양상을 보아가면서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존대말을 쓰도록 학교나 교육청에서 캠페인을 벌여가는 것입니다. 이런 게 정착이 되면 사회 전체에서 존댓말로만 대화하는 게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찍이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천도교에서는 인간존중 사상을 내세우면서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는 이야기도 종교전공자로부터 나왔습니다. 우리 역사의 전통 속에도 존댓말 쓰기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존댓말-반말 구분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만약에 모두 존댓말을 쓰게되면, 그런 구분을 익히는 데 드는 에너지를 더 생산적인 다른 쪽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제가'라고 해야 할지, '내가'라고 해야 할지, '본인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 자체가 없어지
는 것이지요.

물론 친숙한 인간관계에서 갑자기 존댓말로 바꾸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점점 존댓말만 남게 되면 존댓말이 곧 친숙한 관계에서도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부 단어에서 별도로 친숙한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를 쓰더라도 명사, 어미 등의 복잡한 존대표현은 약화되지 않을까요.

요컨대 전근대적 인간관계를 극복하고, 경제효율도 향상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보교육청과 전교조가 이런 식의 진보와 개혁에도 앞장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깊이 생각한 결과는 아니므로,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