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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7.26 추억의 글: GH에 대한 우려가 결국 현실로

동숭동지킴이 2017. 7. 26. 08:38

<GH에 대한 우려가 결국 현실로>


어제 개성공단 관련 협상이 결렬되고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과 마찬가지로 장기폐쇄로 치닫게 된 것 같습니다. 남북한 관계가 경색된 MB 정부 하에서도 그나마 남북한 협력관계를 이어주던 유일한 통로마저 차단된 셈입니다.

이리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햇볕정책의 성과는 MB 정부를 거쳐 GH 정부에 이르러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햇볕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우리의 수구세력들은 이제 속이 시원할 것입니다.

...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른 데는 물론 남북한 정권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기업과 정권이 엄밀히 구분되지 않는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그리해 남한정권이 못마땅한 일을 저지른다고 개성공단의 통행을 제한하고 노동자를 일시 철수시킨 잘못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도 김관진 국방장관이 쓸데 없이 개성공단의 인질사태 운운하는 발언을 하는 등 북한정권을 자극한 책임이 있습니다. 게다가 협상과정에서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보다 더 근본적으로 북한체제 자체의 시대착오성과 GH 정부의 기본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남북한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극히 회의적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한체제는 민주주의가 무시되고 시장경제가 억압받는 시대착오적인 체제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상수입니다. 그런 주어진 조건 하에서 남북한 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갈 책임이 남한 정권에게 존재합니다. 그래야 남북한 인민의 삶이 개선되니까요.

그런데 GH 정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아무런 비전 없이 한국 강경수구파에게 끌려다니면서 결국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말았습니다. 이제 남북관계는 김대중 정부 이전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아니 어쩌면 김대중 정부 이전 상태보다 더 악화된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은 김대중 정부 이전 때와는 달리 자신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북한정권은 남한 정권의 뜻대로 붕괴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에 붕괴해서 수백만 난민(아니 북한인민 2400만 전체가 사실상 난민이지요)이 남한으로 몰려든다면 남한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나요.

그리고 붕괴하지 않고 대신에 남한과의 긴장상태 나아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역시 남한 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끼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 GH 정권은 도대체 이런 위험성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북한 인민의 어려운 삶에 대해선 아무런 고려도 없겠지요.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피해는 그냥 돈으로 물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테고요.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통해 남한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는 비전 같은 것도 있을 리 없습니다.

저는 GH 정권의 등장과 관련해 남북한 관계가 악화될 위험성을 가장 걱정했습니다. 역시 제 우려대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GH 정권은 '신뢰 프로세스' 운운했지만, 사실 그 내용은 MB 정권과 마찬가지로 북한 정권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입장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외의 아무런 비전도 갖고 있지 않은 정권이었습니다.


북한의 버릇를 고치겠다는 것(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한 것)은 사실 북한정권의 성격을 모르거나 북한과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사실은 과거에 비해선 이번에 많이 양보했습니다. 중국의 요구도 있었고, 노동자 철수가 무리였다는 인식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체면(최고지도자의 존엄)을 가장 중시하는 정권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하는 건 협상을 깨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조치입니다.

즉 무릎을 꿇으면 봐주고, 아니면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지요. 역시 GH는 아버지 시대가 정말로 그리운 모양입니다.


이런 정권의 성격은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최대석 인수위원이 국정원에 의해 쫓겨나면서 계속 강화되어 갔습니다. 요번 협상에서도 통일부 출신 남한 대표가 국정원 측에 의해 목이 날아갔습니다. 이제 남북한 관계에서 통일부는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고 국정원이 주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건 박정희 정권 시대로 돌아간 징표입니다.

어제 저녁에 북한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댔습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가 남한 정권은 협상에 성의가 없다는 것 즉 남한은 자신이 요구하는 협상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적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협상에서 남한측이 "개성공단의 국제화" 를 요구하였는데, 사실 이는 2007년에 남북한 사이의 협상에 의해 이미 많이 진전되었다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개성공단에서는 외국업체 3곳에 분양을 했고, 그 중 하나(외국자본과 한국자본의 합작)는 입주까지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3통(통행, 통신, 통관의 자유) 문제도 노무현 정권 하에서 많이 진전되었는데, MB 정부 하에서 후퇴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일본 체재 시에 야쿠자 이야기를 어느 목사님에게서 들은 바 있습니다. 야쿠자 차와 어쩌다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야쿠자는 운전자를 끌고 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을 쓰게 하고, 그리해서 재산이 거덜나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잘못을 빌미로 상대방을 박살내는 것이지요. 꽃뱀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여자를 건드린 과오를 빌미로 상대방에게서 한몫 잡으려는 게 꽃뱀이지요.

노동자 철수라는 북한의 과오를 적절한 선에서 매듭짖지 않고 아예 북한체제의 존재기반까지 흔들어버리려 한 (북한 정권의 체면 까뭉개기) GH 정권을 이런 야쿠자나 꽃뱀에 비유하면 지나친 것일까요.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남북한 관계에서 MB 정권보다는 나을까 하고 막연하게 기대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결국 MB정권보다도 더 수구적인 GH정권에 기가 막히는 느낌입니다. 결국 피해는 남북한 백성들이겠지요. 아 어찌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