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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20 추억의 글: <한 발 삐끗하면 늪에 빠지는 정치판>

동숭동지킴이 2017. 7. 20. 08:45

<한 발 삐끗하면 늪에 빠지는 정치판>


새민련의 공천에서 탈락한 천정배를 어제 경향신문에서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인터뷰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

새민련 지도부가 천정배와 기동민을 광주에서 밀어내고 권은희를 밀어넣음으로써, 이번 공천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데는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친구 사이를 치고받게 만든 동작구의 우스꽝스런 모습도 거기서 기인했지요.

저는 권은희를 개인적으론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그냥 경찰에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국회의원 출마 이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억지로 쫓아내지 않는 한 경찰 내부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경찰과 같은 권력조직에서 그는 보석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요.


국회의원 출마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폭로한 그의 순수성을 의심케 만들었다는 점 때문만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각종 국가기관 내의 용기 있는 인물들이 그 기관에서 다 나와버리면 그런 조직의 장래는 자꾸만 어두워져 가지 않겠습니까. 시쳇말로 "소는 누가 키웁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국가기관 내에서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작용해, 높은 지위로 올라갈수록 괜찮은 인물을 찾기가 힘듭니다. 여기에다 권은희같은 인물마저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나중에 진보개혁정권이 들어서도 각 국가기관 내에서 발탁할 인물이 아예 없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권은희를 출마시킨 새민련 지도부의 바보 같은 행태는 자꾸 말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물론 그런 인물들을 지도부로 선출한 새민련도 한심하고, 그런 새민련을 지지한 국민들도 책임의 일부를 공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난장판과 같은 이런 한국의 정치세계에서 어떻게 뜻을 펼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를 한번 생각해볼까 합니다. 저는 천정배를 그런 대로 괜찮은, 아니 현재 새민련 지도부보다는 훨씬 나은 인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근년의 그의 정치적 행보는 썩 잘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권은희의 출마와는 별개로 이걸 따져 보았으면 합니다.

그가 정치적으로 한 발 삐끗하게 된 것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출마입니다. 그는 경기도 안산의 국회의원인데도 경기도가 아닌 서울의 시장으로 나서려 했던 것입니다.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서울시장을 생각하고, 대의명분이 뚜렸하지 않은 일을 하고 말았습니다.

김상곤이 대통령 자리를 목표로 경기도 교육감을 그만두고 지사에 출마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리해 천정배는 안산 국회의원 자리도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2012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송파에서 낙선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재보선에서는 후배의원들에게서 물러서라는 민망한 말까지 듣고, 마침내 새민련지도부에 의해 강제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다만 그는 권은희가 나선다고 하자 깨끗히 양보할 줄 아는 좋은 인물입니다.


어쨌든 이처럼 정치적 행보에서는 중요한 대목에서 한 발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다음 행보(스텝)가 꼬이기 마련입니다. 이건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70년대 학생운동의 주역으로 김근태와 함께 이름을 날렸던 장기표를 보십시오. 그는 제도정치권에 들어올 기회를 놓치면서 점점 망가져갔고, 민정당 사람인 김윤환과 함께 정당을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저질렀습니다.

꼭 그 정도는 아니지만, 노회찬도 계속해서 스텝이 꼬이고 있습니다. 오세훈과 한명숙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그는 사퇴하지 않고 결국 오세훈 당선에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동작 선거에서는 승산이 희박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리되면 이번 선거가 끝나고 그는 지리멸렬해질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한때는 진보의 아이콘으로까지 여겨졌던 이정희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와 관련해 망가진 것도 비슷하지요.

이처럼 정치판의 명망가도 한 발 삐끗하면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게 한국정치판입니다. 아니 원래 격동기의 정치는 그처럼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유명한 마르크스경제학자였던 우노코죠는 자신이 머리가 나빠서 (천재적 직관력이 부족해) 직업적 정치가의 길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에 대해선 아무나 한마디씩 합니다. 그만큼 쉬운 걸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누구나 한 마디씩 하는 주제가 정말로 어려운 주제입니다. 교육 문제도 비슷하지요. 한국의 정치에 대해 욕하고 비분강개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실천 가능한 해결방안을 내놓는 사람이 잘 있나요.

정치판을 무조건 욕함으로써 아예 양화가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악화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입니다. 당연히 가급적 많은 좋은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지망생들은 정치 특히 한국의 정치판이 한 발 삐끗하면 늪에 빠질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공부도 많이 하면서 내공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