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30대 그룹 규제에 관하여 (주간 매경 ECONOMY 2000. 5. 10)

동숭동지킴이 2011. 2. 17. 15:02

30대 그룹 규제에 관하여 (주간 매경 ECONOMY 2000. 5. 10)

                      김 기 원(방송대, 경제학)

 

 

  공정거래법에 의한 30대그룹 규제는 선진국에는 없는 한국특유의 제도이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면 이런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는 '황제경영 +선단문어발경영'의 재벌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면 우선 재벌체제를 발전적으로 해체시켜 선진국에서와 같은 책임전문경영의 대기업형태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이것이 30대그룹 규제문제에 대한 정공법이다. 하지만 재벌체제의 발전적 해체가 곤란한 상황에선 이런 종류의 규제가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공정거래법에서 30대그룹에 대해 행해지고 있는 다음 네 규제들은 '황제경영+선단문어발경영'을 혁파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소는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첫째 규제인 상호출자 금지는 직접적 가공자본 창출을 저지하는 것이다. 둘째 규제인 상호채무보증의 해소는 대마몰살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셋째 규제인 계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제한은 총수가 고객 자금을 이용해 그룹지배권을 강화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처이다. 넷째 규제인 출자총액제한은 간접적 가공자본 창출과 선단문어발경영을 억제하기 위해 불가결하다.


  그러면 여기서 굳이 30개 그룹 전부를 규제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4대나 10대로 줄이거나, 아니면 거꾸로 50대로 늘리면 안 되는가 하는 것이다. 질적인 문제를 양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숙제거리이다. 이에 대해선 물론 앞으로 계속해서 논의할 여지가 있다. 1992년까지처럼 일정 자산규모 이상으로 돌아가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세 규제는 사실 30대그룹만이 아니라 회사전체에 적용해야 마땅한 조항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출자총액제한 역시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이므로 그 효과와 부작용을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 제도는 적어도 앞으로 몇 년간은 계속되어야 하며, 그 이후 만약 지정대상을 줄이려면 앞의 세 조항은 상법에 반영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