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현대총수의 사재출자 필요 (중앙일보 2000.5. 2)

동숭동지킴이 2011. 2. 17. 15:00

현대총수의 사재출자 필요 (중앙일보 2000.5. 2)
     
               김 기 원 (방송대 교수, 경제학)

 

  현대투신은 사실상 파산상태다. 이 경우 수익증권 계약자들에게 피해를 넘기고 회사는 매각.청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증자든 대출이든 막대한 자금을 집어넣어 현대투신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면 누가 이 부담을 져야 하는가.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부실책임과 부담능력에 상응한 고통분담'이었다. 현대투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된다. 그러면 우선 정부는 어떤가. 1989년의 증시부양책, 한남투신의 반강제적 인수, 대우채권에 대한 사실상의 원금보장 등 현대투신 부실에는 정부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책임진다는 것은 당시의 정책담당자들에게 다 물어내게 할 수 없는 한 결국은 국민부담이다. 현대투신 계약자로서 채권원금을 보장받았던 경우라면 또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국민은 억울하게 덮어쓰는 셈이므로 이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현대투신을 재벌의 사금고가 아닌 국민의 금융기관으로 전환시키는 차원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 현대투신의 직접적 대주주인 현대전자 등의 참여 역시 애매하게 일반주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대투신의 간접적 대주주이고 그룹을 이끌어 가는 총수일가의 경우는 어떤가. 혹시 이들에게 삼성자동차의 경우만큼은 책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 국민투신을 무리하게 인수했고, 수익률이 높다고 함부로 대우채권을 사들였으며,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고, 펀드를 불법 운영한 바 있다.
  따라서 총수일가는 이런 부실.불법경영의 책임을 지고 조속히 현대투신 재건자금을 투여해야 한다. 이 자금은 완전히 날리는 것이 아닌 출자분이고, 경영이 정상화만 되면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 현대는 회사든 총수든 통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저 약간 생색만 내는 게 아닌 시원시원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