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통신

베를린 통신 (18) : 철도 민영화 및 노동귀족 논란을 보면서 (上)

동숭동지킴이 2014. 1. 7. 21:01



베를린 통신 (18) : 철도 민영화 및 노동귀족 논란을 보면서 (上)


작년 연말에는 수서발 KTX의 설립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사회가 혼란을 겪었습니다. 일단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파업은 일단락되었지만, 노동자들의 구속 및 해고와 더불어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파업과정에서 수서발 KTX의 설립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이에서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그런 논란을 보면서 어째 개운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명쾌하게 납득이 가는 논리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지지쪽이나 반대쪽이나 제대로 연구 조사를 하지 않은 채로 입맛에 맞는 사실만 끌어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지지쪽이 그런 현상이 더 심하긴 했습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열을 알더라도 하나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모르면서 열을 말하는 한국의 천박한 지적 풍토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게 이번 논란이었습니다.(물론 저 자신도 조심은 하지만 이런 천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철도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렇게 단기간에 찾은 자료로 권위 있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본격적 논의를 위해 저 나름의 ‘잠정적’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글이 조금 복잡하므로 결론부터 먼저 제시하겠습니다.


1) 입장이 어떤 쪽이든 지금보다 훨씬 더 심층적인 연구 조사를 추진했으면 좋겠다.


2) 철도민영화(사유화)는 나라마다 진행정도와 성과가 다르다. 그리고 그런 사정들을 보면 민영화를 무조건 惡 또는 무조건 善으로 규정하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3) 한국에 철도민영화가 이루어졌다고 알려진 나라 중에는 독일처럼 아직 공기업 상태로서 민영화되었다고 할 수 없는 나라들도 있다.


4) 수서발 KTX는 코레일 내부문건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민영화의 1.5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노조의 약화가 목적이라면 혹시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를 고려하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같다.


5) 철도노동자의 연봉이 다른 나라 철도노동자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철도노동자들이 범죄자는 아니며, 그냥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일 뿐이다.


     다만 한국에서 거대기업 노동자, 공기업노동자, 공무원의 상대적 특혜는 바로잡아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아니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가 하는 ‘비판적 도덕’의 문제다. 이는 시장적 접근과 민주적 접근의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6) 한국 철도산업의 개혁은 한반도 통일과 중국-러시아로의 연결을 염두에 두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근거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다만 저는 철도산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철도산업 고유의 특성에 기초해서 결론을 내리는 연역적 접근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사례를 근거로 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귀납적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도산업의 특성과 관련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철도산업이 network(網) 산업이라서 민영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국가독점인 산업을 민간독점으로 바꿀 뿐인 민영화는 경쟁에 따른 효율성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 정도입니다.


진보파 중에는 민영화 자체를 무조건 惡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국유화라는 사회주의가 종언을 고한 상황에서 그런 논리는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간산업의 민영화는 안 된다는 논리도 있습니다만, 도대체 뭐가 기간산업인지가 불분명합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이런 것들도 어찌 보면 나라의 중심을 이루는 기간산업이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들은 민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보수파 중에는 민영화는 무조건 善으로 보는 논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을 전부 민영화하고 있는 나라는 아무데도 없고, 의료의 경우도 비슷해서 많은 부분이 민영화된 미국의 의료부문에서조차 공적 성격을 강화하려고 시도한 게 오버마의 의료개혁입니다.


물, 전기, 철도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나라마다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산업을 그냥 시장만능주의에 맡기면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전제로 해서 각국의 철도산업 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의 철도


미국은 원래 민간이 철도를 건설했습니다. Vanderbilt 대학을 세운 부호 밴더빌트가 바로 철도로 큰돈을 번 인물입니다. 그리고 록펠러가 석유산업에서의 독점을 강화할 때 철도 사용권이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애당초 철도의 민영화니 어쩌니 하는 게 주요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국철도 중엔 여객운송을 담당하는 Amtrack은 공기업입니다. 왜 그럴까요.


철도는 크게 여객운송과 화물운송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런데 미국의 화물운송은 성과가 좋아서 계속 민간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객운송은 수지가 맞지 않아 공기업이 된 것입니다.


미국 서부에서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지만, 화물열차 차량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 있어서 시야에서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이 모두 그 화물열차였습니다. 정확하게 시간을 재지는 않았지만(최소 5분 이상), 그 화물열차가 다 지나가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미국은 지리적 조건이 유럽과 다르고 독자적인 화물노선을 갖고 있는 덕분에 화물열차 길이가 아주 깁니다. 그 이점을 살려 bulk화물이나 컨테이너 수송에서 미국의 화물열차는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물열차가 화물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반면에 미국철도의 여객운송망은 엉성합니다. 대신에 자동차가 달리기 위한 고속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지요. 이 때문에 자동차를 몰지 않는 저는 미국에 1년 있으면서 도대체 제대로 미국을 다녀볼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되어 미국의 여객운송은 채산성이 잘 맞지 않습니다.


그리해 결국 민간주도의 나라 미국에서도 여객운송회사는 국유화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를 보면 미국에서조차 철도는 경우에 따라 국유상태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미국 화물열차는 사유기업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는 점도 동시에 보아야 하지요.


(2) 영국의 철도


증기기관과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도 원래는 철도가 민영이었습니다. 그러다 2차대전 이후 노동당정권이 국유화시킨 것입니다. 이게 1990년대 중반에 민영화되었고, 그 이후 많은 문제가 야기되어 영국의 철도민영화는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가 되었습니다.


영국이 민영화를 단행한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쟁증대를 통한 효율화, 서비스 향상, 민간의 투자자금 도입, 정부 보조금 삭감, 노조 약화 등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안정성 저하, 정부보조금 倍增, 서비스 악화, 노조 건재, 신뢰성과 정확성 개선 실패였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민영화가 철도업계 종사자가 아니라 정치가, 관료, 다른 기업경험자들에 의해 추진됨으로써 경쟁증대, 비용삭감, 이윤극대화 인식만이 강하고 철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안정성이 경시되었습니다.


둘째로, 인프라 유지기업, 운행회사, 차량리스 회사 등등 100개 가까운 회사로 기업을 쪼개버림으로써, 관리가 지리멸렬해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졌습니다. 따라서 사고예방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셋째로, 인원감축(1973년의 19만에서 1994년의 12만)은 한편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켰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동강화와 인원부족에 따른 사고발생 및 서비스 저하를 초래했습니다.


넷째로, 2차대전 이후 자본부족 상태와 민영화로 철도투자가 크게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에 비해 철도경영과 기술수준이 2차대전 이후 만성적으로 엉망이었던 점도 민영화 이후에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로, 운행회사는 7년 동안의 영업권만 보장받고 그 이후에 다시 입찰에 응해야 했으므로, 단기적 이익확보에만 치중하고 장기적 계획과 서비스 향상 동기가 취약했습니다.


그리해 마침내 2001년 Hatfield 열차사고(아래 사진)를 계기로 인프라 유지보수 업무는 사실상 재국유화되었습니다. (참고로 철도산업은 크게 인프라 유지보수와 열차 운행의 둘로 나누어집니다.) 그 이후 영국의 사고는 많이 줄어들어서 현재 영국열차의 안전성은 아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 투자 때문인지, 여전히 강력한 노조 때문인지(기관사 수입을 보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선 높은 수준), 경영의 비효율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철도운임은 아주 높습니다.


영국의 철도운임 체계는 아주 복잡합니다만, 대체로 다른 유럽 국가의 두 배 수준입니다. 최근 민영화 괴담에 나왔던 사례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그래도 높은 편이지요.


영국에서도 민영화가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논의도 있습니다만, 국영인 런던 지하철요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걸 보면 이런 논의는 너무 극단적입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철도의 민영화로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는 시도는 거의 실패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3) 일본 국철(國鐵)의 민영화


영국과 반대로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경우가 1987년부터 추진된 일본 국철의 민영화입니다. 사실 성공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합니다. 국철 시대엔 매년 운임인상이 되풀이되었는데, 민영화 이후엔 1997년 소비세율 인상 때를 제외하면 거의 운임인상이 없었습니다.


몰래(ゃみ)휴가, 몰래(ゃみ)휴식, 엉터리(ゃみ)초과근무, 취중(醉中)근무, 복장위반 등 나태한 노동윤리가 실제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사라졌다고 합니다. 적대적인 노사관계도 해소되었습니다.


민영화 이후에 1991년 信樂高原鐵道列車 충돌사고, 2005년 JR 福知山線 탈선사고 등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민영화 이후 사고가 감소했다고 하며, JR(국철이 민영화된 조직) 그룹보다 사철(私鐵)의 사고가 적다는 점에서 민영화가 사고를 초래했다고 하기는 논리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국철 민영화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일본에서 국철을 민영화한 목적은 國勞(國鐵勞動組合)의 해체와 거액채무의 해소였습니다. 국로는 당시 10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일본 최대의 노동조합이었습니다.


국철의 민영화를 통해 이걸 해체시키고 노조를 약화시킨 점에서 민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일본은 그 후 노조가 너무 약해져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거액채무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민영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국철청산사업단(國鐵淸算事業団)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국철의 많은 부채를 이쪽으로 이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체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국철의 민영화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영국과는 달리 비교적 간단한 민영화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인프라(선로 등)와 운행을 분리하지 않고, 여객운송을 지역별로 6개로 나누고 화물운송은 전국적인 하나의 회사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3개의 여개운송회사는 수익을 내면서 성공적으로 민영화되었지만, 여객이 적은 나머지 3개와 화물회사는 수익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 4개 회사는 여전히 그 주식을 鐵道建設·運輸施設整備支援機構가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입니다.


결국 일본 국철의 민영화는 아직 부분민영화 수준인 것이지요. 화물운송이 민영화된 미국과는 정반대의 민영화이지만, 어쨌든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분민영화인 셈입니다. 철도민영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영국에 비해 일본이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은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선 경쟁과 수익을 강화한답시고 지나치게 복잡한 방식을 채택한 영국과는 달리 비교적 간단한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영국노조는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았던 반면에, 일본 노조는 민영화에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국철 노동자들의 평소 근무태도 등이 일반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영화 반대투쟁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노조 조직 내부의 격렬한 노선투쟁도 민심을 이반케 하고 민영화 쪽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평소 일본의 철도경영이나 기술수준이 높았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의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나 독일도 배우려 한다는군요.


(4) 독일의 철도개혁


한국에선 독일의 철도가 민영화되었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독일 철도인 DB가 과거의 공사체제에서 주식회사체제로 바뀐 것을 민영화라고 한다면 민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차 민간자본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기는 합니다(확정된 것은 아님).


하지만 현재 독일의 DB는 주식을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입니다. 최근 Merkel 총리가 관방장관이었던 Pofalla를 DB의 이사로 보내려 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DB가 공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독일의 철도는 아직 민영화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독일의 철도 구조변화를 두고 민영화의 공과를 본격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다만 주식회사체제로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는 존재합니다. 이윤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우선 인력이 1994년 32만명에서 2010년 16만명으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겠지요.


노선 길이는 1992년 41000킬로에서 2010년 33000킬로로 줄었습니다. 역 숫자도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용객이 적은 노선과 역을 없애버린 것이지요. 시설투자는 1998년에는 매출의 31%였는데, 2008년에는 17%로 줄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열차운행속도가 늦어졌습니다. 예컨대 두 시간 남짓 걸리는 München에서 Stuttgart까지의 경우 1995년에 비해 요즘은 운행시간이 평균 23분 늘어났다고 합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열차가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었습니다.


다만 이런 속도저하나 연착이 오직 민영화 때문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U통합 과정에서 국제적 연결이 복잡해진 것도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EU 중간에 있는 스위스에서는 독일식의 형식적 민영화조차 하지 않았는데, 시간을 독일보다 잘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독일의 철도구조 변화가 열차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국 독일의 DB는 아직 국유기업이지만 수익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인력과 역들을 정리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효율화가 다소 지나친 탓인지 열차지연과 같은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는 셈입니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지요.


다만 독일에선 영국의 민영화 이후에서와 같은 대형사고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민영화를 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고, 아니면 원래 독일 철도의 경영능력과 기술수준이 영국과는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참고로 독일에는 Interconnex처럼 자그마한 사철(私鐵)도 운행하고 있고, 이들이 지하철에 싼 철도요금을 광고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DB로는 베를린에서 Leipzig까지의 요금이 40유로 정도인데, Interconnex에서는 16유로의 상품을 제시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5) 뉴질랜드와 다른 나라의 경우


뉴질랜드에서는 1982년부터 ‘공사→공기업’ 단계를 거쳐 1993년에 실질적 민영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선로와 운영 모두에 해당되었습니다. 이런 민영화 이후 영국처럼 대형 열차사고가 빈발하지는 않았지만, 열차 지연과 선로 노후화라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정부는 2003년에 일단 선로(인프라) 부문을 재국유화하고 2008년에는 운행까지 재국유화했습니다. 재국유화하기 위해서 민간이 보유한 주식을 국가가 사들여야 했습니다. 1993년 민영화 시점에서 약 3억 뉴질랜드 달러로 판 주식을 약 7억 뉴질랜드 달러에 사야 했으니 그 차액(물론 인플레를 감안해야 함)만큼 국민이 손해를 본 것이지요.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철도가 아직 공사 또는 공기업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TGV는 정확하다고 하는데, 지방에 가서 열차를 타보니 연착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탈리아에서는 열차의 화장실이 엉망(고장 나거나 뚜껑이 없거나)인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공기업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요.(물론 공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문화적 수준의 문제이겠지만요.) 반면에 스위스의 국영열차는 앞서 말했듯이 시간도 아주 정확하고(일본과 비교하면 어떨지), 유럽에서 가장 조밀하고 요금도 저렴한 축에 든다고 합니다.


이밖에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의 철도 민영화에 관한 글을 읽어보았습니다만, 거기서 읽은 수준으로선 뭐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다만 과거의 낙후된 국유철도도 문제였고 민영화 이후도 문제가 많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상 여러 나라들의 철도산업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복잡하지요. 민영화 자체의 문제, 민영화방식의 문제, 경영·기술·사회문화 수준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급하게 일을 진행시킬 것이 아니라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제가 서두에서 내린 결론과 관련된 다른 항목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저는 철도 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글이 보다 본격적인 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혹시 오류나 보완할 사안을 지적해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