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삼성관련 대담 소개와 조중동의 차별성 (중앙일보)

동숭동지킴이 2013. 6. 10. 09:33

 

 

< 삼성관련 대담 소개와 조중동의 차별성>

 

1993년 이건희 삼성회장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 20주년을 맞이해 중앙일보에서 지난 주에 손병두 전 전경련회장과 제가 대담을 했습니다. 그게 6월 10일자 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에 옮겨 놓았습니다.

 

신문에선 제가 말한 내용을 그런 대로 정리했습니다. 제 주장의 핵심은 삼성의 긍정적 측면은 계속 발전시키고 부정적 측면은 바로잡자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사의 요약이 이런 주장을 그런 대로 살리기는 했지만 내용을 다소 완화시키기는 했습니다.

 

TV 생방송 토론에서는 방송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데 반해, 신문사 좌담은 지면 사정도 있고 해서 어차피 편집될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합니다. 그런 사정과 중앙일보가 갖는 삼성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사실 저 자신 가급적 부드러운 표현을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중앙일보에서는 자기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표현들을 뺐습니다. 어떤 주요 내용이 빠졌는지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저는 이건희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에서는 '절반의 실패'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그냥 자동차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표현했습니다.

 

2) 또 '절반의 실패' 중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얼마 있지 않아 탈법세습이 진행된 점을 지적했는데, 그건 아예 내용에서 빼버렸습니다.

 

3) 삼성이 '날쌘 추격자'에서 '앞선 개척자'로 도약하려면 황제경영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빠졌습니다.

 

4) 앞으로 삼성이 해야 할 일을 제가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그 중 두 가지는 소개했는데, 세번째로 이회장의 나머지 재산 상속과 관련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각각 다른 자식들에게 나누어주어 스스로 '금산분리'를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한 내용은 빠졌습니다.

 

 

5) 삼성과 발렌베리가 다른 점으로, 발렌베리에서는 사카린밀수, X파일, 탈법세습, (삼성전자) 백혈병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그것 역시 빠졌습니다.

 

6) 삼성이 정계-관계-법조계-언론계-학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저의 이야기도 빠졌습니다.

 

7) 이건회 회장은 2008년 검찰조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명재산 중 2조원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대국민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 (아직 이에 대해 아무런 실행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는데,) 그걸 삼성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의 선행투자(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투자)에 사용한다면 삼성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도 빠졌습니다.

 

이리 보면 ‘찐빵의 안코’가 빠진 셈일까요.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재벌) 문제의 핵심인 총수 관련 사항은 거의 다 빠졌으니까요. 그리해서 제가 결국 삼성 홍보에 이용당하고 만 것일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삼성이 대북사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말 하나라도 기사화된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삼성이 광고를 쥐고 있는 중앙일보에서 그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손 댄 편입니다. 하하하.)

 

 

그리고 중앙일보가 삼성이 기피(?)하는 저와 같은 사람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대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을 때 약간 의외의 일로 받아들였으니까요.

 

여러 해 전에 중앙일보에서 재벌개혁운동을 근거없이 비방중상하는 칼럼이 실려, 그에 대한 반론을 참여연대 차원에서 제가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당시엔 제가 참여연대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중앙일보에서 아예 글을 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진전된 자세인 셈이지요.

 

최근 중앙일보는 한겨레와 사설을 서로 비교하는 일과 같이 진보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난을 마련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에 대해 보수의 시각과 더불어 진보의 시각도 이번에 같이 소개하게 된 셈입니다.

 

이런 자세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리해야 보수도 '합리적(개혁적) 보수'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했듯이, 우리가 바람직한 선진사회로 나아가려면 보수도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고, 진보도 합리적(개혁적) 진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리해서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생산적으로 경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동아일보도 최영훈 편집국장이 들어선 이후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심하게 표현하면 한동안 '막가파 보수' 같았는데, 거기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언론으로 거듭난다면 좋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직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나 전교조 같은 이데올로기적인 문제가 나오면 냉전수구적 성격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남북회담과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국민과 여야가 환영하고 있는 사안인데도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납니다.

 

한겨레가 "남북 장관급 회담, 화해협력의 불씨 살려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고, 중앙일보도 "진지하고 실질적인 남북대화를 기대한다"라는 사설을 실었는데 조선일보의 사설은 논조가 달랐습니다.

 

조선일보는 토요일엔 "남북이 앉기도 전에 정상회담 얘기까지 나와서야"라는 사설을 실었고, 오늘자엔 "오바마 시진핑 '북 핵 보유 불인정' 합의 이후 북의 선택"이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핵문제를 끌고들어와 남북대화의 판을 깨고 싶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하철에서 노인분들은 대부분이 무가지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조선일보를 들고 있습니다. '어버이 연합' 같은 사고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역으로 이런 독자들 때문에 조선일보는 수구언론의 자세를 탈피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정권이 앞으로 합리적 보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조선일보의 일부를 형성하는(조선일보 기자나 독자 전부가 수구파는 아닙니다만) 수구파와 얼마나 거리를 둘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가 합리적 보수의 길을 굳건히 밀고 나가면서 보수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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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대담 보도)<!--[if !supportEmptyParas]-->

 

"관리의 삼성으로는 퍼스트 무버 되기 힘들다"

 

신경영 20주년과 미래의 길

 

보수·진보 경제 전문가 대담

손병두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왼쪽)은 “자만을 경계하고 서번트 리더십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김기원 방통대 교수(오른쪽)는 “국민의 존경 받으려면 특권 의식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매출 29조원(1993년)→380조원(2012년), 세전이익 8000억원→ 38조원, 시가총액 7조6000억원→338조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주창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이 일궈낸 성과다. 20년 전 그의 일성은 변방의 이름 없는 회사에서 애플도 긴장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최강자로 우뚝 선 삼성 도약의 시발점이 됐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1993년 6월 7일)’ 20주년을 맞아 30여 년간 자유시장경제를 설파해 온 경제인과 비판적 시각으로 국내 대기업을 연구해 온 진보 경제학자가 5일 만나 그 의미를 되짚어봤다.

 

손병두(72·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선진화포럼 회장과 김기원(60)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다.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좌담에서 두 패널은 삼성과 한국 대기업을 위한 격려와 조언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사회=표재용 산업데스크

 

손병두 한국선진화포럼 회장

 

-1941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 한양대 경영학 박사, 전경련 상근부회장, 서강대 총장 역임

-저서 : 『경제상식의 허와 실』 『시민이 고객 되는 지방경영』 『뉴밀레니엄 생존전략 - IMF 파고를 넘고』 등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195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석사·박사, 논문 : ‘재벌개혁 반대론 비판’ 등

-저서 : 『미 군정기의 경제구조』 『재벌개혁은 끝났는가』 『경제학포털』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등

 

표재용: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신경영 선언이 한국 기업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손병두: 이런 선언이 왜 나왔는지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세계적 기업인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GE의 잭 웰치 등을 꼽는다. 경영자 이건희는 그 반열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1등’이 돼야 만족하는 이 회장의 집요함과 집중력이 삼성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김기원: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을 세계 경제의 대세인 글로벌화와 정보통신화에 잘 적응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국내 최고 그룹을 세계적 그룹으로 도약시켰다. 다만 신경영 선언 이후 진출한 자동차 사업 등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쉽다.

 

표: 당시 신경영 선언은 삼성 임직원에게 던진 메시지였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한국 경제가 ‘추격 성장’의 단계에서 ‘선도적 성장’으로, 프런트 러너(Front Runner)로 변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삶의 질은 별도로 따지더라도 한국이 국내총생산(GDP)과 산업구조 면에서 선진국에 올라선 계기가 됐다.

 

손: 삼성은 국내 기업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변하지 않거나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의 경쟁사들은 삼성의 변화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선도적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이 함께 발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표: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할 당시인 1990년대 초반, 국내 기업들엔 어떤 고민이 있었나. 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나.

 

김: 삼성 등 우리 대기업의 변화는 87년 정치민주화와 97년의 IMF 외환위기, 이 두 개의 큰 역사적 계기와 관련해 봐야 한다. 87년 정치민주화로 노동계 요구가 강해졌고 기업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까가 숙제가 됐다.

     또 하나는 97년 외환위기 전에는 규모의 경제, 양적 확대를 추구했는데 경제위기가 오면서 이른바 ‘대마불사’ 원칙이 깨졌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질적 변모로 발전하게 됐다. 이런 큰 흐름에서 삼성은 한발 앞서 적응한 덕에 발군의 지위를 확보했다.

 

손: 당시 한국 기업들은 줄곧 일본을 벤치마킹해 왔는데 일본의 침체가 시작됐다. 일본에서 배울 게 없어지면서 이제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얼마 안 가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러자 한국 기업은 부채가 많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과 경영자의 행동부터 조직관리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외환위기 이후 다른 기업들이 쫓아가기 버거울 정도로 삼성이 성장한 것은,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축된 힘이 외환위기 때 위력을 발휘했다. 신상필벌이 아닌 ‘신상필상’처럼 관리체제와 의식구조를 바꾼 것, 조직에 개방성과 유연성을 더한 것이 위기 때 도약하는 힘이 됐다

 

김: 기업 구조조정 측면에선 외환위기를 통해 도약했지만 이 모든 게 신경영 선언 하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사실 다른 기업보다 앞선 삼성의 조직 문화는 선대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임직원들의 능력 등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진 합작품이다. 다만 언급한 대로 이후 여러 가지 무리한 사업을 벌인 점 등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표: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행동으로 잘 옮긴 덕에 이제 삼성은 애플과 맞대결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과연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선도 기업인지, 아직 의견이 갈린다.

 

김: ‘날쌘 추격자’에서 ‘앞선 개척자’로 도약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앞선 개척자로 나가려면 교육을 포함한 한국사회 전반이 도약해야 하는 문제라서 삼성에만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사실 삼성이 성공해 온 요인 중 하나는 한국 재벌 중에서 가장 덜 재벌적이었다는 데 있다. 경영학 용어 중 ‘경영 위계제(Managerial Hierarchy)’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이게 가장 발달돼 있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권한 이임이 잘돼 있다는 의미다. 조직의 삼성,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관리’가 날쌘 추격에서는 의미를 가지나 개척자의 영역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창의적 사고가 꽃피는 상황이 되려면 ‘관리’를 넘어선 다른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직원 평가 같은 데서 삼성은 아직 단기 성과 중심이다. 장기적 연구를 해야 혁신이 이뤄지고 퍼스트 무버로 갈 수 있다. 경영의 질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손: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버리고 무작정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가는 게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양 날개로 가야 한다. 지금도 삼성이 따라가야 할 기업이 많다. 한쪽으로는 추격하면서 다른 날개로는 퍼스트 무버로 가야 한다.

     작은 나라, 작은 시장에서 태어나 강한 외국 기업과 싸우려면 어떻게 하겠나. 시골에서 골목대장과 싸움이 붙으면 결국 형제 많은 집이 이긴다. 한국 기업은 단품 하나로 세계를 뚫기 어렵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시너지를 갖고 해외 공략도 가능하다.

 

표: 2000년대 이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을 정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지만 아직 눈에 잡히는 성과는 없다. 삼성을 포함해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삼성의 신수종 사업과 관련해 조언하자면 지정학적 특수성을 감안해 대북 사업을 삼성이 주도해 주길 바란다. 앞서 몇몇 대기업이 시도하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삼성이 성공시키면 역사에 길이 남는 기업이 될 것이다. 둘째는 협력업체, 노사관계, 사회 유력층과의 관계에서 삼성이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 그러면 삼성도, 우리 사회도 질적으로 도약한다.

 

손: 현재 삼성의 인력과 기술은 장담컨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형상으로도 국내 9만 명, 해외 14만5000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회사다. 그럼에도 ‘기업문화’ 측면에선 바꿔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특히 여전한 ‘순혈주의’가 가장 큰 문제다.

    어렵게 해외 등 외부에서 ‘수퍼(S)급’ 인재를 데려왔는데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떠나게 해선 안 된다. 폐쇄성, 배타성을 깨지 못하면 진정한 일류로 못 간다. 개인 창의가 존중되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시키느냐가 핵심이다. 둘째, 성공신화에 절대 자만해선 안 된다. ‘우리가 이렇게 성공했다’는 식의 자만의 덫에 빠진 기업들이 바로 삼성에 역전당한 기업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기업에 가장 필요한 게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국민과 종업원을 섬기면서 이끄는 리더십을 확립하면 기업을 보는 국민의 눈이 확 달라질 것이다.

 

표: 대다수 국내 기업의 경영은 눈에 띄게 선진화됐다. 해외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 그런데도 대기업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함이 있는 게 현실이다.

 

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엄청난 영향력 탓에) 대기업이 되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가 우려하는 것이다. 좌파 진영에서 재벌 개혁이라는 용어를 쓰면 이를 ‘재벌 죽이기’로 오해하는데 그게 아니라 ‘재벌 거듭나기’다.

     선진적 대그룹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야 하고 돕기 위해선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특권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물질적 측면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자랑스러운 기업이 되도록 돕자는 게 진정한 재벌 개혁의 목표다.

 

손: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성이 좋은 일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매년 350억원씩 쓰고 있다. 문제아가 삼성꿈장학회의 장학금으로 학생회장이 되고 하는 기적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에게 따뜻한 사랑을 못 받는 것은 소통의 문제, 양극화 현상 등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기업·근로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부가 기업을 속죄양 삼지 말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외롭게 투쟁한다. 기업을 규제 대상, 정치적 이익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기업을 지원해 국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국민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가진 자에 대한 불만을 자극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면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 국부 창출이 안 되고 결국 국가 손해다.

 

정리=박태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