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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모저모 (4) :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 마이너 후보들의 행진

동숭동지킴이 2012. 11. 19. 14:57

 

대선 이모저모 (4) :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 마이너 후보들의 행진

 

선거판은 거대한 소용돌이와 같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은 선거캠프에 빨려 들어가거나 각종 매체를 통해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합니다.

 

이건 한편으론 선거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스포츠경기처럼 자기가 지지하는 팀에 대한 ‘자기동일시(自己同一視)’ 현상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란 이렇게 정기적으로 국민의 에너지를 끌어들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인 셈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이성적 판단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인간은 합리적(rational)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rationalizing) 존재라는 말이 선거판에서는 특히 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기편은 무조건 옹호하고 상대편은 무조건 비난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예전에 소개했듯이, 일본의 유명한 마르크스 경제학자였던 우노(宇野弘藏)가 “정치가로서 성공하려면 천재적 직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은 정치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 것이지요.

 

5년 전 이명박후보와 정동영·문국현 후보가 경쟁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문국현후보 캠프에 지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투표 1주일 전쯤에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동영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한 적이 있습니다.(정동영캠프와 무관했던 제가 이렇게 주제넘은 짓을 가끔씩 합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여론조사에서 문후보쪽이 더 우위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등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펴면서 단일화를 거부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문후보가 그때 단일화를 했더라도 정동영후보가 이명박후보를 이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문후보가 단일화에 응했더라면 야권이 분열하지 않고 힘을 모으는 전통을 만들 수 있었고, 문후보는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당권을 쥐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확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후보는 물론이고 문후보 캠프 사람들 중 장유식 변호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대부분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변호사는 결국 캠프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금 문후보쪽과 안후보쪽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원래 큰 판을 잘 볼 줄 모르는 마이너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캠프와 관련된 인물들 또는 유명인사들이 어떻게 발언하는지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의 내공 수준을 가름하는 데 참고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런 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1) 단일화 중단 파문과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

 

지난 11월 14일 안후보측이 돌연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면서, 단일화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문재인후보가 14일 밤과 15일에 안후보측에 여러 차례 사과하고, 16일엔 반박도 하고, 18일에 이해찬후보 등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단일화 방안을 안후보측에 맡기면서 19일부터 일단 단일화 협상이 재개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문후보가 표현한 대로, 마치 미끄러운 마루 위에서 유리그릇을 들고 가는듯한 형국입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협상이 결렬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찌해서 단일화 협상이 중단되었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안·문 캠프의 의사결정구조는 어찌 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옆길로 샙니다만, 지난 주 금요일(11월 16일) 오후에 출판사 창비쪽의 세교연구소에서 개최된 세미나에 참가했습니다. 거기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서재정교수의 “오바마 1기의 평가와 2기에 대한 전망”이라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서교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 발표(북한의 어뢰공격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우리에게 꽤 알려진 분입니다.

 

서교수는 발표에서 오바마 1기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이 기조였고, 그게 실패했기 때문에 2기에선 대북 연성정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2기 국무장관에 클린턴 여사 대신 케리 상원의원이 임명되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야권후보가 당선되어 미국과 한국이 대북정책에서 공조를 취하기를 바랍니다. 마침 북한도 김정은 위원장이 개선(북한은 개혁이란 말 대신에 개선이란 말을 선호합니다)과 세계화로 나갈 의지를 전례 없이 강하게 표출하고 있으므로, 잘만 하면 남북한이 정말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북한체제가 무너질 경우 수백만 난민이 몰려들 사태를 남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합시다. 오바마-야권당선자가 남북한 평화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단 북한이 중국·베트남 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게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저는 야권 후보를 지지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미국이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 대북정책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서교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서교수는 미국 정부기관 등의 역학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들어설 한국정부는 이런 대북정책 결정구조를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겠지요.

 

서교수의 세미나에 이어서 저녁시간에는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원으로 가서 송인호 한동대교수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사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확대 필요성 및 법제정비 방침”이란 발표를 들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 날은 하루에 두 탕을 뛰었네요. 물론 그래도 낮에 회사 일하고 밤에 대리기사로 뛰는 식의 두 탕 뛰기보다는 쉬운 일이지요.

 

어쨌든 그 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어떤 의사결정구조를 거치는지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관료들의 특성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좀 들었습니다. 예컨대 탈북자 지원업무를 어느 부처가 담당하느냐 하는 게 관료들에겐 자기 이익이 걸린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땐 그리 대단치 않은 문제로 보였습니다만.

 

제가 몇 달 전 쓴 책인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에서도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긴 했지만 미흡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앞으로 경제민주화든 복지든 남북한 평화협력이든 미국 및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잘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그저 옳은 주장만 하면 세상이 다 그렇게 바뀌어 질 걸로 생각하는 진보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보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바입니다.

 

올바른 주장을 관철하는 데에는 어떤 제약조건이 주어져 있고, 어떤 식으로 힘을 모아야 그런 제약조건을 돌파할 수 있을지를 깊이 따져봐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분석도 그 한 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건 어쩌면 혁명의 전략·전술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우리 진보개혁 진영은 이걸 소홀히 합니다.

 

선거캠프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분석도 정부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분석과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올바른 주장을 관철하는 제1단계인 셈이니까요. 그 의사결정 과정을 알아야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단일화 중단 파문을 보면서 문·안 캠프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셈입니다.

 

저는 두 캠프에 지인들이 좀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제가 캠프에서 직접 활동하는 게 아니라서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간단하게 소감을 피력해볼까 합니다.

 

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최고의원들이 모두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엔 양정철, 전해철 등 청와대 비서진이었던 인물들이 총사퇴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 선거는 누가 지휘하게 되나요. 뭔가 기이한 모습입니다. 나쁘게 보면 억지춘향이고, 좋게 보면 민주당이 혁신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번 단일화 협상 중단사태를 둘러싼 대응에선 문후보 개인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예컨대 11월 16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총사퇴하겠다고 하자 문후보는 당신들이 꼭 사퇴해야 할 근거를 대보라고 강력히 치고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안후보측 주장의 부당성(정당한 정당 활동 자체에 대해 조직 동원, 구태정치라고 비난한 것 등)에 대해 역시 강력히 논박했습니다.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문후보 본인의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은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정황상 자기결단 부분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 후보가 모든 결정을 내릴 수는 없고, 선거 캠페인을 이끌고 가는 캠페인매니저(또는 캠페인지휘팀)가 어떻게 구성될까요. 전쟁에 비유하자면 총참모장이 좋은 인물로 짜져야 할텐데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안후보측의 의사결정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이쪽은 당이 없으니까 소수정예주의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26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말했듯이 ‘똘똘한 놈 몇 놈’이 큰일을 치르기도 하니까요.

 

다만 소수이긴 한데 과연 정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요 정치혁신 방안으로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걸 내세운 것이나 이번 단일화 협상중단 결정을 보면서 의문이 약간 들었습니다.

 

캠프 내에 정치학 전공 교수도 있고, 몇몇 선거전략 전문가도 들어 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다만 그들의 역량을 잘 모르겠고 게다가 중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도 잘 모릅니다.

 

안후보측 인사에 따르면, 대체로 안후보가 캠프 멤버들과 서로 토론하면서 거기서 최종결론을 도출하기보다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은 자신이 따로 내린다고 합니다. 옛날 회사 경영 때도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후보 캠프 사정을 그 이상 자세히는 모르는 형편이므로, 안후보의 의사결정과정과 관련해 가십거리에 불과할 이야기를 보태볼까 합니다. 안후보 부인인 김미경 교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후보와 가장 가까이서 시간을 많이 보낸 인물은 그 부인입니다.(박근혜후보는 별개로 합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선 후보 부인이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일도 있습니다. 예전의 이회창후보나 이인제후보의 사례가 그랬다고들 합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엔 캠프의 주요 인물들 부인들이 남편을 위해 이회창후보 부인 한인옥씨에게 문안인사를 다녔다고 합니다. 또 이회창후보가 캠프의 고위층에게 전화로 질책을 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이후보와 같이 자동차를 타고 있던 한씨가 전화를 가로채서 그 캠프 고위층에게 야단을 친 일도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안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는 문후보의 부인에 비하면 꽤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별로 나서지 않더니 요즘 부쩍 활발합니다.

 

그런데 11월 10일 전북에서 개최된 세계순례대회에 참석해 “종교 지도자분들과 순례 완주자들이 하신 말씀이 지금 저의 상황과 연관돼 들렸다”면서 “순례길에서 여러 사람과 동행하고 많이 만나면서 완주하듯 완주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1월 17일의 영양사 전진대회에 참석해선, “안후보는 국민이 불러주신 후보다. 남편은 시대의 요청으로 나왔고 강을 건넜으며 다리를 불살랐다. (남편은)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11월10일의 발언보다 더 강력한 대선완주 의지로 해석했습니다.

 

안후보가 이미 한 말을 옮긴 부분도 있습니다만, 영양사대회 자리에서 굳이 “끝까지 승리” 운운하는 말을 했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단일화 협상중단이라는 비상시국 상황을 고려해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안후보가 서울시장 불출마를 결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안후보와 가까웠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안후보의 부인이 서울시장 출마에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후보가 부친의 반대 때문에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접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나중에 부친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것을 강력히 부정했습니다. 따라서 ‘부친 반대설’은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부친이 아들 체면을 생각해서 잡아뗐을 수도 있겠으나, 같이 살지도 않는 부친이 그리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물론 부인이 시장 출마에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100% 정확한지는 모르겠고, 비록 부인이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안후보가 주로 부인의 반대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당시 안후보의 서울시장 불출마가 결과적으로 우리 정치판을 크게 뒤흔들었던 점을 고려할 때, 만약 부인이 반대한 게 사실이라면 부인의 판단이 우리 사회에 좋게 작용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후보 부인 김미경교수도 이왕 대선판에 등장했으니, 만약에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관여한다면 단일화가 잘 되고 진보개혁세력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좋은 조언을 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특히 지금 안후보 대선자금 펀드를 100억원 이상 모금해 놓은 상황입니다. 만약 안후보가 도중하차한다면 문후보의 경우와는 달리 당이 없기 때문에 안후보 개인이 자금을 갚아야할 처지입니다. 그럴 때 안후보 부인의 발언권은 엄청나게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꼭 안후보가 질 가능성을 전제해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혹시 단일화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상당히 존재할 때 이런 돈 문제는 심각해지고, 그 경우 안후보 부인의 판단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부디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바라겠습니다.

 

 

(2) 마이너(minor) 후보들의 행진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메이저 리그와 별도로 마이너 리그가 존재합니다. 진보파에선 진보정의당의 심상정후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후보, 진보신당 비례대표였던 김순자후보, 김소연 (전)기륭전자 노조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그밖에 강지원 변호사, 이건개 변호사 등도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예전과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선 허경영총재 같은 재미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선거는 일종의 축제고 또 정치인은 연예인적 속성도 갖추고 있는데, 허경영씨 같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가진 인물이 없어서 선거가 좀 삭막해 졌습니다. 허경영씨와 달리 강지원변호사, 이건개 변호사 같이 멀쩡한(?) 분들이 나온 것도 다소 의외입니다. 선거는 많은 이들의 이성적 판단력을 뒤흔드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른바 진보파 후보가 1명이 아니고 여럿이 난립해서 헷갈립니다. 그러다보니 지지율도 사상 최저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11월 18일 현재 심상정후보,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은 0.5% 수준으로서 강지원후보와 비슷합니다. 김순자, 김소연 후보의 경우는 아예 수치조차 찾을 수 없네요.

 

왜 이리 됐을까요. 먼저 안철수 후보가 ‘비(非)새누리 - 비(非)민주당’ 세력을 강력히 빨아들인 탓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선 문국현후보가 그런 역할을 했지만 이번 안후보의 흡인력은 그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그리고 이른바 진보세력이 지난 4.11 총선 이후 분당사태를 거치면서 온갖 추한 모습들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내의 부정투표나 폭력사태는 이들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주의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수구세력 즉 수구적 진보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지요.

 

제가 계속 강조했듯이 진보는 개혁적 진보와 수구적 진보로 나뉘고, 보수도 개혁적 보수와 수구적 보수로 나뉩니다. 보수에선 수구적 보수가 개혁적 보수의 발목을 잡고 있고, 진보에선 수구적 진보가 진보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는 게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주체사상파, 사회주의 혁명론자, 재벌개혁 반대 진보파(장하준 교수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하지요.

 

이렇게 진보파 마이너 리그 후보들에선 수구적 진보의 냄새가 묻어나오니 지지율이 형편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들은 대선에서 완주해야 할까요. 지금이라도 후보 자리를 사퇴하면 어떨까요.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기분 나쁜 말이겠지만 이참에 진보진영의 혁신적 재편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예전에 진보파의 선거전술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선거 공간을 활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대중에 알리는 것입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무렵에 혁명가들 사이에서 그런 전술이 논의된 바 있습니다.

 

한국의 1987년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의 출마는 그런 전술적 의미를 가졌습니다. 당시엔 국민들이 거의 접하지 못했던 ‘독점재벌 비판’을 TV에서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제가 앞의 제 책에서도 주장했듯이, 백후보는 한편으로 진보적 주장을 펼치면서 다른 한편으론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단일화하도록 대중적 압력을 행사해야 했는데 그냥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1987년 이후엔 진보적 주장을 알리는 공간으로 선거를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해져 갔습니다. 사회가 민주화되어 여러 매체를 통해 일상적으로 진보적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따라서 일정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메이저 야권과 후보를 조정하거나 구너력을 배분하는 수단 정도로 진보파의 선거출마 의의가 한정되게 되었습니다. 진보파는 그걸 잘 모르고 대선에서 계속 출마했고,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노회찬 후보가 선거를 완주해 한명숙후보를 떨어트리고 오세훈후보를 당선시키는 일까지 저질렀습니다.

 

그러다 요즘 와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선 선거연합전술을 쓸 만큼 각성하기는 했습니다. 덕분에 지자체선거나 의원 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도 이제 퇴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4.11 총선 이후의 분탕질 때문입니다. 민주당쪽이 오히려 연합전술을 기피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진보파의 존립형태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라면 지금 같은 방식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존재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중이 높더라도 지금 형태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같은 대통령제나 의회 구성방식이라면 진보파의 존립형태는 달라져야 합니다. 이제 진보정의당과 민주당의 주의(主義)·주장도 많이 비슷해졌습니다. 유시민을 비롯한 국민참여당 세력이 민주당과 따로 존재할 이유가 어디 있나요.

 

심상정의원이나 노회찬의원의 생각도 민주당과 크게 다르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또 심의원이나 노의원 같은 인물들은 언제까지나 마이너 리그에서 뛸 게 아니라 메이저 리그, 큰물에서 활약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진보정의당은 물론이고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인사들도 대거 민주당과 합치면 어떻겠습니까. 다만 주체사상을 신봉하거나 사회주의혁명론을 고수하는 분들은 따로 놀도록 합시다.

 

문·안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될지 모르지만 아마도 대선 후에는 신당 창당 등 정치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 진보파들도 대거 입당해 그 신당의 좌파 분파(fraction)로 자리 잡으면 어떻겠습니다. 이게 또 다른 단일화입니다.

 

제가 계속 강조했듯이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민주당이나 안후보 세력이 진보정의당 쪽에서 볼 때는 보수이지만 새누리당에 비해선 진보입니다. 넓게 봐서 같은 진보파인 셈입니다. 지향하는 바도 대체로 사회민주주의 또는 복지자본주의입니다. 합치지 못할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이미 노동계의 여러 인사들이 문·안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한국의 메이저 야당이 갖는 큰 문제는 노조가 주요 지지기반이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민주당에서도 전국적 노조조직이 주요 지지기반입니다.

 

한국노총은 민주당과의 관계를 상당히 강화한 상태입니다. 이제 민주노총이 나설 차례입니다. 장차 신당이 창당되면 민주노총도 거기에 합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노동과 정당이 제대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합치면 어떻겠습니다. 그리고 합치면서 일부 힘 있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노동자도 대변하는 명실상부한 노동자전체 단체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존의 이해관계나 인간관계로 인해 이런 통합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혹시 그런 데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직, 예컨대 전교조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통합에 앞장서면 어떨까요.

 

 

이른바 진보후보를 받드는 세력들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답시고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진보파와 노동계가 거듭나는 데 힘을 쏟았으면 합니다. 1~2% 차이로 대선의 승부가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완주해 1~2%를 까먹는 일도 없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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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 한국일보 송용창 기자가 올린 글을 소개합니다.     2012.11.19

(참고로 한국일보는 이번 단일화 협상 중단에 영향을 미친 '안후보 양보론' 기사를 쓴 바 있으며, 그 이후 안후보 진영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다는 점을 감안하십시오.)

 

안철수 캠프 출입기자가 올린 페북글

 

‎1. 안 측이 민주당 쇄신과 정치혁신에 불만이 있었다면, 새정치공동선언 협상팀에서 논의하고 압박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협상팀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쟁점은 ‘의원정수 축소’로 알려져 있다. 많은 비판을 받았고 안 캠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던 사항이었지만, 안 캠프가 ‘후퇴’의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고집스럽게 이 사항을 집착했음을 시사한다. 어쨌든 새정치공동선언 협상팀도 정치혁신 내용에 합의한 뒤 발표만 앞두고 있었다. 

2. 이는 이번 단일화 협상 중단 파행이 정치혁신과는 무관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행 이후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어떤 혁신적 조치를 취해야하는지를 물으면, 안 측의 답은 예의 “민주당이 잘 알거다”는 식으로 말을 돌린다. 그들도 답답할 거 같다. 말해주고 싶어도 대답할 말이 없을테니까.

 

안캠이 가진 정치혁신의 독자적 콘텐츠란 게 과연 있을까. 안 후보가 탐정소설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미스터리의 핵심적 비밀 하나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베일 속엔 사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베일이란 장막 자체가 미스터리 효과를 내는 것이다. 

2. 파행이 발생한 곳은 단일화 룰 협상팀이었다. 이번 갈등이 정치혁신과 무관하게 단일화 승부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 측은 아마 단일화 승부 게임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데 불만을 가진 것 같다. 딱 집어 말하면, 여론조사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여론조사가 민주당의 조직적 동원과 개입으로 왜곡되고 있고 실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에 시비를 걸고, 여론조사 응답 독려 문자메시지에 열불을 내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정말 여론조사기관이 민심을 왜곡해 조작을 했다면, 조작의 증거를 제시할 일이다. 정당한 경쟁활동을 넘어서서 조직적으로 마타도어를 퍼트린다며 그 또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서 문제제기를 할 일이다. 그러나 안 측이 제시한 증거란 게 보잘 것 없다.

3. 안 측은 '심정적으로' 최근의 지지율 역전이 민주당의 조직적 개입에 따른 민심 왜곡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이는 민심은 자신들의 편이고, 시대정신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굳은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승부를 보면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굳게 믿었던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여론조사에서 추월 당하자, 도저히 이 현실이 납득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한 당파적 신념은 실천의 강력한 에너지원이지만, 그 신념을 배신하는 현실을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 그 때 등장하는 것이 음모론이다. 민주당의 개입과 음모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것. 이 음모론에 빠지면 사소하고 우연적인 사건들도 그 신념을 지지하고 강화시켜주는 징표로 작용하게 된다. 강한 당파적 신념은 왜 자신들의 지지율이 떨어졌는지를 반성케하는 이성을 봉쇄하고 타인의 조작과 음모로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망상을 강화시킨다. 

4. 여론조사 게임이 아무리 공정성하게 진행되더라도 이는 정치혁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안이다.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 승부를 보겠다는 것 자체가 구태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여론조사는 여론의 동향과 추이를 참고하기 위한 방편이지 민주적 의사결정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자신의 후보를 직접 뽑고 싶은 유권자의 참여를 봉쇄하고, 주사위 던지기로 샘플링 된 일부 사람들, 그것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익명의 의견만 들어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 방법인가? 이것이 후보 선출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일까. 2002년 정몽준의 몽니와 꼼수로 여론조사만의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 매우 잘못된 선례였다.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5. 안 후보는 이번 중단 파행의 “단일화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단일화하면 정권교체 할 수 없다”고 했다. 내 말이. 그 과정이 중요했다면 진작, 그러니까 10월부터 양측이 단일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했다. 충분한 논의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며 공감대를 넓히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토론으로 누가 더 좋은 콘텐츠를 가졌는지 경쟁해야했다. 그걸 이 때까지 피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단일화 방식에서도 조직력에서 밀린다는 약점을 피하지 말고 원칙대로 국민참여경선을 받아야했다. 그의 출마 명분 자체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썩은 조직을 혁파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 승부를 왜 피하는 것인가. 

6 . 안의 기조가 오락가락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뒤늦게 411총선 패배 책임론을 꺼내 민주당의 친노 사퇴를 겨냥했다가 단일화 제의 후 한발 물러 서더니, 다시 그 책임론의 연장선에서 친노를 겨냥했다. 4 11 총선 책임으로 이미 당시 지도부는 사퇴했고, 그 이후에도 민주당 내에서 두 차례의 검증을 거쳤다. 이해찬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문재인 후보가 선출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었다. 

 

여전히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았고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민주당 당원들은 이를 검증한 뒤 새로운 지도부와 후보를 선출했다. 이 대표와 문 후보는 그런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이를 문제제기한다는 것은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들의 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없지 않나? 문 후보는 적어도 절차적 과정을 거친 후보지만, 안은 대체 무슨 절차적 과정이라도 거쳤던 건가. 더구나 노의 핵심 중의 핵심은 문 후보 자신이 아닌가? 이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단일화 협상에서 나올 생각은 했는가. 그가 진심으로 411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고자 했다면, 진작에 출마를 선언해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어야 했다. 

7.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에 보면, ‘인간은 일반적인 경우에 잘 속지만 구체적인 경우는 잘 속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유권자들은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고, 듣기 좋은 추상적인 말을 하는 정치인을 가장 경계해야한다. 그들이 사이비 정치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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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 "문캠프, 안후보측 제안 내용 전격 공개" (경향신문 인터넷 판 11월 20일 아침)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측은 20일 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측간 단일화 룰 협상과 관련, “안 후보측이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병행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양측 협상단이 진행 중인 내용을 일절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협상 내용 중 일부가 왜곡되게 언론에 알려진 점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안 후보측 제안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우 공보단장은 “맏형으로서 하고 싶은 말 있어도 참고 양보했지만 방어차원에서 어제 진행된 협상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안철수 후보 측은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병행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제시한 공론조사는 배심원을 민주당 중앙대의원 1만4000명, 안철수 후보 후원자 1만4000명으로 구성한 뒤 조사기관에서 3000명 응답할 때까지 조사해 그 결과를 50대50으로 여론조사와 합산하는 것이다. 공론조사 문구는 ‘선생님께서는 박근혜 후보를 이길 후보로 문·안 중 누구로 선택하시겠냐?’이다.

우 공보단장은 우선 배심원 문제의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우 공보단장은 “민주당은 1만4000명 대의원으로 하고 안철수 캠프는 안 후보 적극 지지하는 후원자 중 1만4000명 중 뽑는다고 하면 이게 공정한거냐”라며 “민주당 대의원은 꼭 100% 문재인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정 뻔히 알면서 (이런 방안을) 갖고 온 것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문 후보가 통큰 양보 한 게 아니라면서 언론플레이 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우 공보단장은 “공정한 게임 룰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지지자들이 인정할 것”이라며 “19일 협상단에서는 이 문제를 제기했고, 상대 협상팀은 그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20일 수정안을 갖고 오겠다고 하고 헤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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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3) '단일화 협상의 묘수풀이 (11월 21일 페이스북에 제가 올린 글입니다.)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느쪽이든 각자 현재 우위를 나타내는 방식을 고집하기 쉽습니다.
문후보쪽은 문-안 양자대결에서 우위로 올라섰고, 안후보는 박근혜후보와의 대결에서 문후보에 비해 우위에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두가지 방식을 병용해서 그 합계로써 계산하면 어떨까요.

이리하면 둘다 승리의 불확실성하에서 여론조사를 하게 되지만, 동시에 패배의 확정성은 피하게 되니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정치 문외한이지만 문득 혼자서 생각나서 한번 던져보는 제안입니다.

 

(아마도 엊그제 안후보측에서 제안했던 '여론조사 + 공론조사" 방식은 폐기된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를 보건대, 여론조사만으로 하되, 그 여론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쟁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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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4) 안철수 후보의 사퇴배경에 관한 '민중의 소리'(인터넷 언론) 기사를 소개합니다. 11월 25일

안철수는 왜 '급작스레' 사퇴를 선택했나

지지율 하락과 가중되는 여론압박에 전날부터 움직임 보여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2-11-23 23:49:33l수정 2012-11-24 00:10:11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전격 사퇴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선언했다.

이날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대리인 회동을 가졌지만 이마저도 결렬되는 등 경색국면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이어서 안 후보의 사퇴는 일견 급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가중되는 단일화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안 후보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던데 비춰보자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던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물밑으로는 안 후보의 사퇴가 예고되는 움직임들도 포착되고 있었다.

후보 사퇴하는 안철수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사퇴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퇴 전날인 22일, 기자회견 하려다 참모들 만류로 취소

안 후보의 사퇴 선언 전날인 22일 오후 11시 경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시민사회의 중재안을 문 캠프가 수용.제안한 데 대한 역제안을 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애초 안 캠프는 이날 오후 11시 20분에 안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가진다고 발표했다가 박 선대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급히 수정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 캠프 측은 실무상 착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으나 박 선대본부장 등 핵심 참모들의 만류로 변경됐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안 후보는 '시민사회 중재안 수용'과 '후보직 사퇴'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알게 된 핵심 참모들이 극구 만류했다는 것이다. 박 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소와 달리 매우 흥분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기자회견 직전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감정이 미처 다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캠프 주변의 관측이다.

또한 안 후보는 23일 오전으로 잡혀있던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취소했는데, 이를 두고 캠프 주위에서는 후보사퇴를 검토하고 있는 안 후보의 심경이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어 취소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지지율 하락에 '최강수'로 버텼으나 부정적 여론 오히려 늘어나

안 후보가 사퇴하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하락 추세가 지속된 지지율인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 직후 최고조에 달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했고, 최근에는 3자 구도에서 문 후보와 2, 3등 자리를 완전히 바꿨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비교해 '야권후보 적합도', '단순 지지도' 등에서 모두 뒤쳐졌고, 오직 박근혜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만 문 후보보다 조금 나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와 거의 비슷하거나 역전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과의 단일화 룰 협상에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안을 고집했는데, 그 밑바탕에는 '가상대결'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문 후보 측은 자신의 원안인 '적합도 조사'에서 '지지도 조사'로, 다시 '적합도50%+가상대결50%'로 거듭 물러서며 수정안을 내밀었으나, 안 후보 측은 '가상대결' 입장을 고수해왔다. '안 후보가 단일화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론이 안 후보 측에 부정적으로 형성됨에도 입장을 굽히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긴장감 흐르는 文·安 단일화 토론회

21일 진행된 두 후보간의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잘했다는 평가가 대세였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압도한다면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어 우위에 설 수 있었으나, 반대의 상황이 되면서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이 예상됐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퇴선언 전날인 22일 안 후보가 시민사회 중재안인 '적합도50%+가상대결50%'를 수용하려하자 캠프 관계자들이 만류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안 또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후 박 선대본부장이 '지지도50%+가상대결50%'라는 재수정안을 내민 이유 또한, 지지도는 양측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필승카드로 본 것이다. 문 캠프 측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 방법 말고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강수로 버텼다'는 얘기다.

독자완주는 '명분'과 '실리' 모두 잃어, 남은 선택지는 사퇴 밖에 없어

하지만 이같은 최강수를 던진 박 선대본부장의 기자회견 이후 오히려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안 후보는 결국 후보직 사퇴를 택했다. 전날 시민사회중재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다시 이를 받아들일 명분도 없어졌기 때문에 '선택지'가 사퇴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안 후보로서는 양 측 모두 후보 등록을 해 3자 구도로 가는 것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게 뻔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되기 힘들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두 후보 모두 등록을 할 경우에 여론의 사퇴 압력은 지지율이 하락추세인 안 후보에게 집중될 공산이 컸다. 이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은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훨씬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안 후보가 강조했던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기를 도모하기도 쉽지 않게 되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명분상 얻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형국이 되는 것이었다.

또한 후보 등록을 해 독자완주를 할 경우 자칫 지지율이 15% 아래로 떨어지면 최소 10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비용을 환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등록 전 사퇴를 택함으로써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대선 이후 정치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 유력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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