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의자놀이≫와 쌍용차 해법
김 기 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공지영씨의 르포르타주 ≪의자놀이≫를 읽었습니다.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 사태 이후 쌍용차 노동자 및 그 가족 22명이 죽음에 이른 안타까운 사정을 묘사한 글입니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개념으로 노동자(및 그 가족)의 고통 문제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인 공씨는 책의 인세를 받지 않기로 했고, 저자 인세와 출판사 기부를 포함해 책 1권당 4천원씩을 쌍용차에서 쫓겨난 근로자에게 지원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일입니다.
공씨의 명성에다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을 다룬 책이어서 ≪의자놀이≫는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리해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양해 올바른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책 출간 이후 엉뚱하게 책이 인용한 일부 글의 원래 필자(하종강 교수와 이선옥 르포작가)들과 공지영씨 사이에 날카로운 논전이 벌어져, 사태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SNS 공간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쌍용차 사태에 대한 올바른 해법 대신에 이선옥씨 말대로 ‘의자놀이 스캔들’이 부각된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공지영씨를 비롯해 하교수, 이선옥씨 모두 정신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교수는 언론사 칼럼 집필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걸로 보입니다.
여기서는 먼저 ‘의자놀이 스캔들’을 짚어보고, 다음으로 정작 중요한 쌍용차 해법에 관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빗나간 논란
공지영씨는 ≪의자놀이≫ 22~24쪽에서 하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측이 하교수에게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공씨는 출판사에 넘긴 원고의 해당 부분에서 하교수 글임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글의 흐름을 위해 해당부분이 하교수 글의 인용임을 책 맨 뒤의 ‘출처 및 참고자료’ 부분으로 옮겨서 언급했습니다. 주석 처리에서 이런 걸 ‘각주(脚註)’가 아니라 미주(尾註)라고 합니다. 책 뒷부분에서 공씨가 감사를 표하는 부분에서 하교수의 이름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하교수 칼럼이 쌍용차 사태를 현장에서 취재해온 이선옥씨의 글에서 상당 부분 근거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의자놀이≫ 책을 본 이씨가 출판사와 공씨에게 왜 자기 이름에 대한 언급이 없냐고 항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이러면서 ‘의자놀이 파문’이 번져나갔는데, 제 판단은 당사자들이 모두 ‘오버’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양비론을 펼친 셈입니다.
공씨는 하교수의 글이 이씨의 글에 근거하고 있음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알면서 굳이 그 이름을 빼야할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마치 자기가 표절한 작가로 몰리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면서 오버했습니다.
사실 공씨의 글은 표절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전여옥씨가 “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쓰면서 유재순 작가의 글을 표절한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체 글의 기조를 베낀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미주이긴 하지만 하교수 칼럼에 근거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에게 글의 표절 여부는 생명처럼 귀중한 사안인지라, ‘열 받은’ 공씨는 트위터에다 격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 트위터를 인용하겠습니다.
“언제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 내가 너무 단순한가? 정말 무섭다. 겉으로는 위선을 떨고 다니겠지. … 내면으로는 온갖 명예욕과 영웅심 그리고 시기심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은 남의 헌신을 믿지 않는다. 자신들이 진심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헐!!”
자신의 작가적 생명을 위협당하는 처지에 놓인 공씨의 입장에 일단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하교수와 이씨를 향해 “진심인 적이 없다”라든가 하는 식으로 격렬하게 인신공격한 것은, 표절했다고(하교수와 이씨가 꼭 그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난받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일에 못지않게 오버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공씨는 열정이 넘치다보니 가끔씩 트위터에서 ‘덜컥’ 수를 놓습니다. 예컨대 제가 작년에 여기 블로그에 올린 글인 “신정아씨의 억울함과 우리 사회의 치사함(1)”에서 다뤘듯이 공씨는 신정아씨 책과 관련해 트위터에서 실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종걸 의원의 ‘그년’ 발언 역시 트위터 실수에 기인했습니다. 공씨도 정치인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므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트위터를 날리기 전에 ‘차분한’ 친구 두어 명에게 미리 점검을 받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게 공씨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장점을 살리는 길일 것입니다.
한편, 하교수와 이씨의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반적인 교수나 작가로 간주한다면 그들의 행동은 별로 탓할 게 없습니다. 자기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이씨로선 억울한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게다가 이씨는 앞으로 쌍용차와 관련된 책을 출간한 예정이고, 따라서 자기 책이 오히려 공씨 책을 표절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하교수의 경우에는 이씨의 글에 의존해 칼럼을 썼으므로 아마도 이씨의 문제제기에 불가피하게 동조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적인 교수나 작가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아픔을 다루는 글을 써왔던 사람들입니다. 공씨의 책은 쌍용차 문제를 널리 알리고 그 수익금을 해직 노동자들에게 기부하는 좋은 의도를 가진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이, 이씨의 존재를 모르는 공씨가 이씨를 언급하지 않은 걸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교수가 그걸 요구하지 않았으니까요.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출판사가 제안한 대로, 책을 새로 찍을 때에 이씨의 글에서 따왔음을 밝히면 되는 일이 아닌가요. 그럼에도 하교수와 이씨가 시중에 깔린 책의 회수까지 요구했던 것은 공씨와 마찬가지로 역시 ‘오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석가의 가르침에 ‘독화살의 비유’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아 의사를 부르려 하고 있다. 이때 독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이고, 화살이 보통 나무로 되어 있는지 대나무로 되어 있는지, 화살 깃이 매털로 되어 있는지 닭털로 되어 있는지를 먼저 따지자고 하면 그걸 알기도 전에 독이 퍼져 죽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의자놀이 스캔들’도 마찬가지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愚)를 범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쌍용차사태는 많은 이들의 ‘공동의 아픔’입니다. 따라서 그를 다룬 글은 사실상 ‘공동의 재산’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작가라면 또 모르지만, 저보다 부르주아 시장논리를 훨씬 더 혐오하는 분들이 ‘공동의 재산’에 대해 내 것이니 네 것이니 하는 게 어째 민망한 느낌을 줍니다. 책이 주는 ‘감동’이 스캔들로 인해 반감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2) 쌍용차 해법과 관련해
‘의자놀이’ 책으로부터 진짜로 우리가 고민해야 될 문제는, 쌍용차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어찌 해야 쌍용차와 관련한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어찌 해야 앞으로 유사한 사태의 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제가 최근에 출간한 책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141~144면)에서 제 생각을 정리해 놓은 바 있습니다. 참고삼아 이 글 맨 밑에 해당 부분을 옮겨 놓겠습니다.
그리고 제 책에서는 앞으로 어찌 해야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공지영씨의 책에서는 과거에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언급을 몇 군데 해 놓았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것 중 논란거리에 대해 먼저 다뤄보고 현재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공씨는 소설가지 나라경제나 기업경영에 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니 책에서의 언급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옮겨 놓았을 것입니다. 그걸 한번 짚어보자는 것입니다.
(1) 해외매각과 정리해고 문제
≪의자놀이≫(65~69면)에는 2004년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한 것의 문제점을 서술해 놓고 있습니다. 기술유출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당시 쌍용자동차를 국유화했더라면 오늘날의 비극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김대호소장도 2004년의 쌍용차 해외매각에 대해서는 비판적입니다. 다만 그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http://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idxno=5821)
저는 경제학도치고는 자동차공장에 많이 들락거리긴 했지만 감히 자동차산업 전문가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쌍용차의 내부 사정에 관해 제가 이용할 수 있는 자료도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해외매각하지 않고 산업은행 소유(결국은 정부소유) 하에서 실질적으로 기업이 잘 돌아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우해양조선이나 하이닉스처럼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업종에서는 국유기업도 경영정상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처럼 개인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 과연 얼마 동안이나 국유기업 상태로 쌍용차 같은 기업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갈 길을 못찾고 있는 이미지를 갖는 회사가 만든 차를 소비자가 얼마나 선호할까 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경쟁업체인 현대차 같은 곳에서 쌍용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대단히 못마땅해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되면 과감한 정부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말라죽기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GM의 경우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사실상의 국유기업 상태로 회사가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거대기업인 GM의 공장 문을 완전히 닫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신뢰가 있었습니다. 쌍용차의 경우엔 이런 경로가 작동할 수 있을지 어떨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국유기업이라 하더라도, 일감이 부족하면 인원조정 즉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1년에 20만대를 팔아서 수지를 맞추던 공장이 10만대밖에 매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순하게 생각해서 인원의 절반은 잉여인력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잉여인력을 무작정 끌어안고 있으면, 바로 그게 체제를 붕괴로 이끌고 간 옛 소련-동유럽 시스템이 되는 것입니다.
매출감소가 일시적 현상이라면, 역시 단순하게 생각해 모두 월급을 절반씩 받고 버텨나갈 수 있습니다. (이게 조업단축 Kurzarbeit, 또는 work-sharing입니다.) 하지만 이게 무작정 오래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되면 다른 회사에 가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유능한 인력이 먼저 회사를 빠져 나갑니다. 그리하여 결국 회사는 확실히 망하는 길로 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2009년에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에 회생하기 위해서도 정리해고가 불가피합니다. 물론 매출물량이 줄지 않았는데도 다른 요인으로(예컨대 계열사 연쇄부도 등) 파산한 경우라면 인원조정이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매출감소가 파산의 주요 요인인 경우엔 매출물량에 맞추어 인원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랬다가 대우차처럼 매출물량이 회복되면 해고했던 인원들을 복직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9년 쌍용차가 파산한 이후의 이런 구조조정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 등의 자구안을 제안했지만(86~76면) 경영진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은 일시적인 매출감소가 아니라 장기적인 매출감소가 지속될 걸로 예상한 탓이겠지요. (그리고 이참에 확실히 노조를 손 좀 보자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후 3년 동안 생산직 인원이 늘지 않은 것으로 보면 그 줄어든 인원으로 매출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회사의 예측대로 장기적 매출감소가 나타난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경영진은 노조를 일방적으로 몰아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좀더 끈기 있게 하고,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나타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했어야 할 것입니다.
노조의 공장점거가 결코 잘 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군을 섬멸하듯이 노조를 진압한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 셈입니다. 이명박정부로 볼 때는 용산참사에서와 같은 진압과정에서의 사망이 없었으니 성공적 작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압 과정에서는 아니지만 진압 이후에 사망자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요컨대 공장점거 진압 과정을 비롯해 회사나 정부가 제대로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당시 노조의 제안이 무조건 옳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조업단축을 통한 정리해고 회피는 일시적 매출감소에만 유효한 대응이니까요.
(2) 쌍용차 회계처리 문제
≪의자놀이≫(73~79면)에 따르면,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의 회계장부 처리에서 경영상태를 일부러 나쁘게 보이기 위해 회사의 보유자산 가치를 급격하게 낮추었습니다.
회사의 장부를 보면 손상차손(쉽게 말해, 기계나 건물이 낡아져서 가치가 떨어진 부분)이 2007년의 70억원에서 2008년의 5,180억원으로 급증합니다. 공씨는 어떻게 1년만에 기계나 건물의 가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일견 타당한 의문입니다.
다만 공씨의 생각처럼 2008년의 통계가 엉터리일 수도 있지만, 2007년의 통계가 엉터리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경영상태가 좋은 것처럼 조작하는 일 즉 분식회계는 그리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대우그룹의 경우엔 그 금액이 무려 22조원에 달한 걸로 평가되었습니다.(기업이 도산하면 자산가치가 하락하므로, 이 금액 전부가 분식회계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과장이기는 합니다.)
따라서 2007년까지는 엉터리로 장부를 조작해 오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사실대로 털어놓고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가능성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장부와 건물 따위를 조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회사쪽은 이 회계부정 문제에 대해 이미 금감원에서 부정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판정을 우리가 무조건 믿을 수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공씨 등의 주장과는 달리 2008년 장부가 아니라 2007년 장부가 엉터리일 가능성도 남겨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리해고는 회계장부보다는 일감과 더 깊은 관련을 갖는 문제라는 점에도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이 글을 처음 올린 이후에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후배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에 따르면 공장건물 등의 가치는 그 건물로부터 장차 벌어들일 걸로 예상되는 수익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장차 수익이 예상되지 않으면 그 건물을 팔아치울 때의 가치밖에 없을 수 있고, 그 경우엔 극단적으로 가치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답니다.
따라서 장부를 꼭 엉터리로 꾸민 게 아니라, 장차 쌍용차가 벌어들일 수익의 예상이 달라짐에 따라 건물 등의 가치 즉 손상차손이 2007년과 2008년에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속과 세금 문제 때문에 회사측이 건물 등의 가치를 고의로 떨어트리는 경우는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해 일부러 건물 등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 회계전문가의 설명이 100% 맞는지는 모르지만, 참고하십시오.)
(3) 현재 회사는 무급휴직자(및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있는 형편일까
노동계와 진보언론에서는 쌍용차 회사측이 1년 안에 무급휴직자(회사에서 쫓겨난 2646명 중 462명)를 복직시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첨부한 제 글에서 밝혔듯이 1년이 지나면 회사가 무조건 복직시키기로 약속한 게 아니라 생산상황을 참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쌍용차의 회사 상황은 어떨까요. 노동계에선 당장 무급휴직자를 포함해 1527명을 고용해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래 오마이뉴스 기사를 참고하십시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58055&CMPT_CD=P0001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에 비해 생산상황은 나아지기는 했습니다. 8만대였던 생산량이 12만대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래서 조립 3라인은 풀 가동 상태로서 평일 잔업은 물론 토요일 특근도 한다고 합니다. (자동차 생산공정은 ‘프레스-차체-도장-조립’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립라인에서 인원을 제일 많이 씁니다.)
하지만 쌍용차의 전체 생산능력(주야간 2교대를 했을 때) 24만대에 비추어보면 아직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보통 전체 생산능력의 80%가 적정생산능력이라고 예전에 들은 바 있는데, 그에 비해서도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그리고 조립라인 3개 중에 렉스턴W 등을 생산하는 3라인만 풀 가동되고 있고, 다른 라인은 사정이 다릅니다. 체어맨을 생산하는 2라인에서는 하루 4시간 정도 작업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3라인의 잔업·특근 시간에 무급휴직자들이 복직해서 일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그리되면 지금 3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들의 소득이 크게 줄어듭니다. 잔업·특근에 대해선 할증수당이 많이 부가되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이 강력해서 3라인 작업자들이 무급휴직자의 복직과 자기 소득 저하를 감수할 자세를 보인다면, 어느 정도 복직은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요.
쌍용차를 비롯해 한진중공업 등 대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의 고려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내 코가 석자니까요. 마찬가지로 같은 정규직 내에서도 ‘산 자’와 ‘죽은 자’의 차별이 존재합니다. 쌍용차의 복직 문제는 이렇게 노동자 내부의 문제도 안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생산물량이 늘어감에 따라 점차적인 복직은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12만대에서 16만대 정도로만 생산이 늘어도 상당수의 복직이 가능할 걸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회사, 노동계, 국회, 정부 사이에서 생산물량 증대에 따른 복직 계획안을 마련해 정리해고자 및 무급휴직자에게 미래의 구체적 희망을 제시하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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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 회계조작 문제 정리 (2012. 9. 24)
회계조작 문제에 대해 회사측이 해명한 기사 내용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저도 이제서야 사실이 보다 분명해 졌습니다. 2007년치의 자산가치 평가는 취득가액에서 내용년수에 따른 감가상각액을 차감한 금액을 장부가액으로 표기합니다.
반면에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이후의 회계 즉 2008년치 회계(2009년에 만들어진 것)에서는 간단히 말해서 회사가 공장설비로부터 장차 벌어들일 수익을 근거로 계산한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예상이 어찌되느냐에 따라 결정된 것입니다.
[스페셜경제]
쌍용자동차(대표이사 이유일, 이하 쌍용차)가 회계조작 의혹 진화에 나섰다.
쌍용차는 최근 일부 정치인 및 노동 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2009년 쌍용차 회계조작’ 의혹에 대해 감독기관과 법원에 의해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13일 밝혔다.
쌍용차에 따르면 회계 관련 모든 의혹은 당연한 회계 상식을 간과한 억측이다.
재무제표와 관련된 회계자료는 기업회계기준에 의거하여 외부감사법인의 감사를 받아 적법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해당 기업에서 임의로 조작하거나 편의에 따라 선택하여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특히 회계조작 논란에 대해 기업회계기준(회계결산)에서의 유형자산 평가기준과 기업회생 조사보고서 상의 기업가치 평가기준이 상이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쌍용차가 회계조작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는 금융감독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의해 ‘사실무근’이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8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6개월간의 회계감리를 거친 결과 “회계처리기준을 중요하게 위반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종결처리’을 통보했다.
또 지난 1월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도 정리해고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유형자산 처분손실을 과다하게 계상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과다계상 했다고 할지라도 이는 정리해고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기에 무관하다”고 기각판결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최근 노동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3가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의 의혹일 뿐이라며 해명했다.
첫째, 지난 2008년 말 결산 시 의도적으로 부채비율을 높여 회생절차 신청 및 정리해고의 근거로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사실무근의 의혹”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에 인용된 결산 재무제표가 손상차손이 반영되지 않은 지난 2008년 9월말 결산 재무제표이며 회생절차 신청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회사의 지급여력(만기 시 현금으로 채무 변제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쌍용차는 재무제표상 손실의 규모과다 또는 부채비율이 회생절차 개시신청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2009년 1월 쌍용차가 갚아야 할 지급어음은 약 932억원이었으나 당시 가용현금은 74억원에 불과해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이로 인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둘째,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말 결산 시 회계조작(과다한 손상차손 반영)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명백한 왜곡”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리해고는 회사의 파산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것으로 손상차손에 따른 손실과다 또는 부채비율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회계조작 근거로 제기된 손상차손 과다계상 문제에 대해 ▲손상차손이 반영된 재무제표는 회생절차 개시의 근거자료가 아니라는 점 ▲손상차손 계상 자체도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후 기업회계기준의 관련 규정에 의거해 외부감사법인의 감사를 받아 적법하게 처리됐다는 점 ▲손상차손은 기업회생절차에 필요한 기업가치 판단 지표가 아니므로 의도적으로 과다 계상 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의혹이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셋째, 자산평가액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회계조작이 드러난 이후 상향조정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다른 보고서 수치를 단순 비교한 데서 비롯된 어불성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는 이 의혹이 기업회계기준(회계결산)에서의 유형자산 평가기준과 조사보고서 상의 유형자산 평가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기업회계기준상 유형자산의 평가는 취득가액에서 내용년수에 따른 감가상각액을 차감한 금액을 장부가액으로 표기하도록 규정되있으나 법원의 조사보고서상 유형자산의 평가는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산정, 담보 채권액의 평가 및 주주의 권리제한 여부판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유형자산을 시가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따라서 평가방법의 차이로 인해 유형자산 평가액의 차이가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쌍용차 관계자는 “회계 조작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행위이기에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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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에는 제가 쓴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141~144면)에 들어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 부분을 참고삼아 옮겨 놓겠습니다.>
{쌍용자동차 2009년 정리해고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파산에 처했으므로 재생하기 위해선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 그런데 회사와 노조는 원만한 정리해고 과정을 밟지 못하고 노조의 77일 간 공장점거와 경찰력 투입이라는 극단적 대결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약 2200 명이 희망퇴직하고 약 500명이 무급휴직자로 전락했다. 이후 노동자 또는 그 가족 20명 이상이 죽음에 내몰리는 비극이 초래된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예컨대 한진중공업의 조회장처럼 딱 부러진 ‘나쁜 놈’을 집어낼 수 없으니, 이리저리 맴돌던 투쟁대상이 자기 자신에게 돌려졌다는 심리적 분석도 경청할 만하다. 그리고 회사의 자본주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특히 해고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내팽겨졌다.
정리해고 투쟁과정도 극단적인 격렬성을 드러내 그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대규모 남성 해고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미복직 상태로 놓인 건 근래 드문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딱 부러진 ‘나쁜 놈’이 없는 경우가 나타나는 게 사실은 시장경제다. 시장경제의 경쟁 속에서 패배한 기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조정은 해고에서의 유연성만이 아니라 채용에서의 유연성도 필요로 하는데, 해고가 경직적이니 채용도 경직적이다.
그리하여 쌍용차 해고자는 쉽게 다른 기업에 채용되지도 않았다. 이 역시 자살 참극의 원인인 셈이다. 무분별한 정리해고는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정리해고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는 상황에선, 사회안전망 즉 복지를 강화하는 뱡향으로 나아가야 쌍용차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복지를 강화하는 게 해고를 멋대로 자행하는 빌미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거대기업 정규직에선 경직적이지만,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에선 상당히 유연하다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노동유연화 핵심은 전체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쪽이 아니라 유연성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이다. 정리해고를 없애자면서 복지제도 확충을 외면하는 주장은, 그 정리해고를 막지도 못하면서 노동자의 삶도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물론 복지제도를 일거에 북유럽 수준으로 확충할 수는 없고, 한걸음 한걸음씩 그 방향으로 전진하면서 우리 식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게 마지막 장에서 서술하는 새로운 체제 만들기의 진지전이다.
그리고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선 쌍용차의 회사측이 복직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장가동률이 올라갔는데도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당시 노사가 합의한 내용에는 공장을 2교대로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동률이 올라갈 때 복직시킨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공장의 생산물량이 과거보다 늘기는 했으나 아직 1교대 상태다. 아직 일감이 모자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용을 늘리면 회사가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
따라서 회사가 무리하게 해고자를 복직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와 국가가 해직 노동자를 그냥 방치한 건 잘못이다. 실업수당이 변변찮으니 실직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실업수당을 제고해야 한다.
또 해고의 정신적 타격을 완화하는 상담을 해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북유럽식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도움을 줘야 한다. 심리치유센터 ‘와락’ 같은 자원봉사활동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중앙 및 지방정부와 회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 나아가 공장가동률 상승의 추이를 보아가며 무급휴직자부터 조금씩이라도 재취업시키는 방안도 논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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