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논문, 칼럼 등 소개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출간 안내

동숭동지킴이 2012. 7. 18. 10:09

 

 

 

 

 

 

 

최근 위 표지의 책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를 '창비'를 통해 출간했습니다.

부제는 "노무현정권과 개혁진보진영에 대한 성찰"입니다.

 

1.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 노무현정권의 정치력을 돌아본다

    1. 노무현은 누구인가

    2. 대연정과 기자실 문제

    3.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 한미FTA

    4. 노무현정권의 인사정책

    5. 검찰 및 언론과의 권력투쟁

    6. 노무현정권과 진보파

 제2부 한국의 진보는 거듭나야 한다

    7. 한진중공업 사태를 돌이켜보며

    8. 노동조합과의 충돌

    9. 진보파의 계보를 더듬으며

    10. 현실과 유리된 진보파

    11. 한국사회의 모순과 진보의 길



2. 책을 쓴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의 머리말 부분을 일부 옮겨 놓겠습니다.


책머리에


이명박정권이 끝나가고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워지고, 남북관계가 파탄났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이 끝난다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정권이 들어선다는 보장은 없다. 총선 승리의 여세로 대선까지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라. 긍정적 가치를 구현하려 하기보다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퍼붓는 수구적 보수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또 어떤가. 이명박정권에 대한 국민의 혐오증에만 의존해 진정성, 비전, 전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후에도 전열은 그다지 정비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다. 혹시 새누리당이 자만하고 민주통합당이 운이 좋아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다 치자. 그렇더라도 이들이 과연 나라를 올바로 이끌고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겪었다. 물론 이 시기는 보수·수구·남북대결 세력이 외쳤던 것처럼 ‘잃어버린 10년’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파처럼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그저 비난만 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실천 가능한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2013년이든 2018년이든 진보·개혁·평화 세력이 집권할 경우에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특히 노무현정권 시기에 이런 문제를 하나의 화두로 삼고 있었다. 김대중정권의 DJP연합처럼 보수세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집권했으므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경험한 가장 최근의 진보개혁정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에 참여했던 인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그들이 쓴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의 운명≫(2011)이 출간되었다. 노무현정권을 본격적으로 다룰 소재가 주어진 셈이었다. 이리해서 그 책뿐 아니라 여러 다른 자료들도 참고하면서 내 화두를 풀어보려 한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부디 특정한 정권이나 특정한 인물에 대한 비판과 공격으로 여기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이 글은 나 자신을 포함한 진보개혁세력 전체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기록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노정권의 경제정책 문제에서부터 접근해갔다. 그런데 파고들어보니 경제정책에서의 잘못은 정치문제에서의 잘못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 정치적 과오로 지지세력을 확보하지 못하니 바람직한 경제정책을 밀고 나갈 수 없고, 그런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니 정치적 지지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던 것이다.


이리하여 정치문제 분석에 달려들게 되었다. 그래보니 노무현정권의 정치력 부재에는 ‘선거시기’와 ‘통치시기’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치학자들이 보기엔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학자가 하는 얘기를 굳이 나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한번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의 제1부는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무현시대를 돌이켜보면서 노정권만이 아니라 진보파에도 많은 문제점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대표적으로 대중의 삶과 정서에 대한 이해 부족, 시장의 의의와 한계에 대한 인식 미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전술의 결핍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이명박시대의 한진중공업 사태, 신자유주의 타령,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진보파가 거듭나지 않으면 야권이 어찌어찌해 정권을 잡더라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셈이다. 그게 이 책의 제2부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노무현정권이나 진보파의 근본적 문제점은 한국사회의 3차원적 대립구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과 관계가 있다. ‘진보↔보수’ ‘개혁↔수구’ ‘남북한 평화협력↔남북한 긴장대결’이라는 복잡하게 뒤엉킨 모순구조를 이해해야 현실타개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런 분석틀을 처음으로 제시하는 터라, 독자들에겐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날 변혁운동기의 사회구성체론을 우리 현실에 적합하게 부활시킨 모델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또 구체적인 현실분석이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책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납득이 가지 않을까 싶다.


통상적인 관념과 다른 내용 때문에 이 책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적지 않다. 그걸 각오하고 쓴 글들이므로 오히려 뜨거운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바른 길을 찾는 노력이 활발해졌으면 한다. 

 

 2012년 7월 저자



3. 언론의 소개

 


(본인의 책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에 대해 서울신문에서 아래와 같이 소개했습니다.
다만 보수거대언론들과 진보언론들은 아직까지는 거의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책 내용이 신통찮은 탓일 수도 있고, 자기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다룬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관심 있으면 참고하세요.)


막스 베버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대전 사이 독일 정치의 혼란상을 보고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내놨다. 여기서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그 지도자를 뒷받침해 주는 지지층, 즉 ‘머신’으로서의 정당을 강조해 뒀다. 책임윤리니 신념윤리니 하는 어려운 얘기가 있지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결과로 말하라”다. 일자리 늘리고 복지 확충하고 평화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아름다운 얘기는 보수나 진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다 하는 얘기다. 관건은 현실에서 어떻게 관철시키느냐다. 

▲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 행사 참석한 野 정치인들



▲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외치며 눈물 흘리는 노동자

현실 정치에 이 문제를 깊숙이 끌고 들어온 사람이 김종인이다. 오늘날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이를 갈아 마지않는, 흔히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만든 개혁적 경제 관료 출신이다. 경제에 대한 생각은 ‘산업 생태계’ 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 온 안철수와 맞닿아 있을 법도 한데 김종인은 오히려 박근혜를 도우면서 안철수를 비판했다. 아무런 조직도 사람도 경험도 없이 “그런 분이 정치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수준의 대중적 인기 좀 얻었다고 정치판을 뭘 어쩔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버리라는 게 안철수를 비판하는 이유다.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성과를 남기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박근혜 지지 이유는 거꾸로다. 어디에 빚지지 않았고 보수라서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선거장에 나와 직접 표를 던져 주는 명확한 지지 계층이 존재한다는 거다. 대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실제로 정책을 구상해서 운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하기야 요즘 한창 말 많은 경제 민주화 이슈만 해도 만약 박근혜가 반대 노선을 탔다면 지금쯤 보수진영은 주폭 대신 빨갱이 사냥에 한창일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은 이런저런 한국 사회의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박근혜가 안철수보다 낫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물론 김종인의 선택이 옳았다고 대답하긴 이르다. ‘줄푸세의 박근혜’를 ‘경제 민주화와 복지의 박근혜’로 180도 돌려놓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180도의 변신이란 게 뚜렷한 해명도 없이 불과 몇년 만에 급작스레 이뤄진 데다 “두 가지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어정쩡한 대답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행동으로 증명하지 않는 이상 박근혜로서는 자기 변신의 진정성을 비판받고 의심받아도 할 말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김종인 역시 구체적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경제 민주화를 외치다가 왜 박근혜에게 갔는지 모를 일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김기원 지음, 창비 펴냄)는 이런 맥락에서 흥미롭게 읽힌다. 진보진영에다 베버의 잣대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아름다운 말의 성찬은 사회과학 책 몇 권 읽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들이다. 문제는 대중의 지지를 어떻게 결집해 어떤 정치적 성과를 낳을 것이냐다. 이 전제 아래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기도 한 진보적 인사임에도 저자는 진보라면 당연히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몹시 불편하게 할 만한 주제를 다뤘다. 제목이 약간 구태의연하기는 한데 비판이 구체적인 데다 장하준, 최장집, 손호철 등 실명까지 거론하고 있어 흥미를 자아낼 구석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예가 ‘희망버스’로 널리 알려진 한진중공업 사태다. 저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선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김진숙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 구조조정이 어느 수준까지인지 등을 두고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대우차 사태, 쌍용차 사태 등에서 보듯 한진중공업 사태에서의 승리라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예외적 사태였음을 지적한다. “희망버스라는 대중의 압력으로 시장의 힘을 일시 저지할 수 있으나 시장의 논리를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진보의 실력은 영웅적 투쟁으로 노동자들을 구해 냈다는 한때의 승리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참여와 협상, 타협을 통해 시장을 제어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서 드러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반대” 같은 원론적 구호나 외치고 “김대중,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다 신자유주의자”라는 선언적 비판에만 열 올리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이슈 몇 가지에 힘을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의 경험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차피 진보진영은 집권하는 순간 보수진영의 총공세를 각오해야 한다. 

이를 뚫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과감한 개혁 과제 한두 가지에 집중하되 나머지는 그다음 과제로 남겨 두는 전략적 사고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사례를 든다. 무상급식이라는 대중적으로 지지받기 쉬운 이슈를 선점한 뒤 여세를 몰아 인권조례 같은 개혁적 과제를 따냈다는 것이다. 만약 처음에 인권조례 같은 얘기를 꺼냈다가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뒀다. 

결국 한국 대선판에 막스 베버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는 셈인데 누가 그 꿈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4. 신자유주의, 시장근본주의, 시장만능주의 - 대선후보들의 용어사용법

 

경향신문에서 조희연 교수의 책 "민주주의 좌파"와 본인 책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등 4권의 책을 묶어서 평을 실었습니다. 그 평의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242144215&code=960201

그런데 본인 책에 대한 글 중 다른 부분은 제대로 정리했는데, 한 가지 잘못 소개한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김교수는) 신자유주의보다는 시장근본주의를 경계하자고 제안한다"고 쓴 부분입니다.

본인은 책에서 자유주의적 개혁과 복지주의적 진보를 추구해야 하고, 개발독재(중상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탈피(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자유주의보다 시장근본주의를 경계하자고 한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기자가 책을 너무 급히 읽었거나 편집부에서 칼질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나아가 본인은 흔히들 쓰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 대신에 시장만능주의라는 용어가 훨씬 적절하다고 했습니다.(책 10장). 시장근본주의라는 용어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보다는 낫지만 역시 비대중적이라고 했습니다. 이 주장은 본인이 오래 전부터 해온 것입니다.

용어 사용이 뭐 별거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하면 무얼 먼저 하겠냐는 제자의 질문에 공자는 "必也正名乎 ---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 ---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으며,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지금 대선후보 중에 안철수교수는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전혀 쓰지 않고 시장만능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혹시 오해 없기를 바라는데 본인은 안교수와 만난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는 시장만능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토론회에서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도 사용합니다. 김두관, 손학규 후보는 아직 시장만능주의 대신에 신자유주의를 사용해 왔습니다. 대선과정을 보면서 이런 점에도 한번 착안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