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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곽 교육감 사건

동숭동지킴이 2011. 9. 2. 18:23



(본 글은 9월 2일에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9월 7일에 아는 사이의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참고하도록 보냈더니,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진보언론, 곽노현 보도 신중해야"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내가 본 곽 교육감 사건

 

김 기 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곽노현 교육감 사건이 우리 사회를 폭풍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도덕성을 강조해온 진보교육감이 어찌 2억 원이나 되는 큰돈을 건네게 되었는가가 일단 주요 쟁점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가 올 선거에의 영향, 언론의 보도태도, 유명논객들의 발언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참에 교육감을 정치권의 손아귀에 집어넣고자 교육감 선거를 사실상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어려운 고비에 처한 것 같습니다. 진보개혁세력 전체에 커다란 타격이 될 수도 있고, 한국 사회발전을 후퇴시킬 수도 있습니다. 신중하고 현명한 대응이 요청되는 상황입니다.

 

어찌 하는 게 정답인지 100%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다만 본인은 사건 당사자인 곽교육감이나 그와 절친한 친구로서 돈을 전달한 강경선교수와 같은 학교에서 20년 이상 지내왔기 때문에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접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걸 털어놓으면서 사건을 보는 제 나름의 시각을 던져볼까 합니다.


물론 같이 지내온 처지라, 무의식적으로라도 가급적 곽교육감이나 강교수의 처지를 옹호하려는 치우친 글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100% 달성했는지는 자신 없습니다. 그래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상황이나 논리를 알리는 의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본인은 작년에 해외연수 준비에 바빠 교육감선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단일화 과정에 대해선 백지상태였습니다. 때문에 사건이 터지면서 한동안 머리가 멍했습니다. 특히 초기엔 검찰과 박명기후보 쪽 이야기만 흘러 나왔기 때문에 더욱 황당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건은 대충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법률적 쟁점은 동서 사이인 곽교육감측근과 박후보측근이 합의한 내용이 당시에 곽교육감에게 보고되었는지 여부인 것 같습니다. 곽교육감 측근은 당시엔 보고하지 않았고 선거 이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곽교육감이 기겁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합의 전날 곽교육감이 돈거래는 안 된다고 협상자리를 박차고 나온 바 있으므로, 어쨌든 단일화를 성사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실무자가 곽교육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일을 진행시켰다고 보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게 진실인지 어떤지는 앞으로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므로 본인이 성급하게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여기서는 그와는 다른 몇 가지 주요 사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과연 ‘선의로’ 2억 원을 주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만 원도 아닌 2억 원을, 형제도 아닌 남에게 준다는 건 소가 웃을 일로 여겨질 겁니다.

 

세상인심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곽교육감과 강경선교수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본인에겐, 선의로 그랬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사건이 터졌을 때 곧바로 머릿속에 들어왔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상당히 괴짜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과 저는 대학 학번도 같고 세계관도 많은 부분에서 비슷해 어울릴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강교수랑은 우리 대학 민주화과정에서 함께 일한 바 있고, 곽교육감과는 재벌개혁 운동을 같이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지내오면서 두 사람이 대단히 독특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에선 조금 퍼졌고 본교 교수들 사이에선 이미 예전부터 어느 정도 알려진 사안이 단적인 예입니다.

 

20년쯤 전의 일입니다. 그때 강교수가 저보고 과천에 집을 마련해 하나님 사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웬 뚱딴지같은 이야긴가 했습니다. 강교수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이고 저는 그렇지 않아 그 대화는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교수는 그 집을 얻기 위해 곽교육감에게서 1억 원을 그냥 받고 돌려주지도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당시 1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주는 것도 쉽지 않지만, 돌려주는 건 도리어 우정을 해친다고 해서 그냥 줬다는 건 일반인의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일이지요.

 

이런 사람들이므로 박명기 후보가 선거로 인해 궁색한 처지에 놓였을 때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특히 곽교육감은 선거비용 35억 원을 보전받은 데 반해 박후보는 한 푼도 건지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더욱이 박후보가 사퇴해준 덕분에 당선된 곽교육감입니다. 사전에 약속한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면 불법행위입니다. 하지만 돈을 건네지 않아도 되는데도, 고마운 마음에서나 혹은 박후보의 자살 운운하는 심각한 처지를 차마 그냥 볼 수 없어서 돈을 주었다면, 그건 선의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곽교육감이 본인에게 물어봤다면, 본인은 절대로 주어선 안 된다고 했을 것입니다.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게 본인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강교수는 달랐습니다.

 

그게 강교수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순진하지요. 동아일보 기자가 검찰에서 풀려난 강교수를 찾아왔을 때, 강교수는 그 기자에게 선의로 취재한다고 약속하면 응하겠다고 했답니다.

 

아니 동아일보가 어떤 신문인데 그런 식으로 취재에 응하는가요. 강교수가 단일화 대가로 돈을 준 게 아니라고 기자에게 말했는데도, 9월 2일자 신문 톱으로 강교수가 검찰에서 단일화 대가로 돈을 주었다는 발언을 했다고 완전한 왜곡보도를 했습니다.

 

강교수는 이처럼 세상물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라, 오해와 물의의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려운 박후보를 돕자고 나섰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글을 씀에 있어서 곽교육감은 물론 강교수와도 이야기를 나눈 바 없습니다.)

 

물론 신이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을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 선의가 아니라 사전에 곽교육감도 동의한 합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로 선의로 돈을 줬을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곽교육감은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사퇴해야 마땅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보수수구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개혁신문도 연일 사퇴압력을 가해왔습니다.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도 초기엔 사퇴요구에 가세했습니다. 일부 교육관련단체나 진보적 평론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점차 알려지면서 여론은 반전되어 갔습니다. 민주당도 생각을 바꾼 듯합니다. 검찰이나 박후보측의 이야기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점이 알려졌고, 또 새로운 여론매체인 트위터의 반응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다만 곽교육감의 사퇴 여부는 기본적으로 여론의 눈치를 보고 결정할 사안은 아닙니다. 공직자 처신의 문제입니다. 사퇴가 마땅하다는 쪽은 곽교육감이 일반정치인이 아니라 바른 삶을 강조하는 교육계 수장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본인도 그런 관점에서 곽교육감이 사퇴하는 게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초기반응에서처럼 10월 선거에 대한 악영향 따위를 근거로 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꼭 그렇지는 않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만약에 선의에 의해서 돈을 준 게 아니라면 당연히 사퇴해야 합니다. 그러나 좋은 뜻으로 일을 해놓고 사퇴한다면 좋은 일을 하려 했다는 주장과 모순되지 않을까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일을 해서 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의를 빚은 부분은 곽교육감 자신이 사과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물의를 빚었다고 무조건 사퇴해야 하나요.

 

어찌 보면 오해와 물의를 무릅쓰고 선의를 실천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곽교육감과 강교수는 그런 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충분한 팀입니다. 그렇다면 사퇴할 게 아니라 미담으로 받아들일 여지는 없나요.

 

교육감이 당분간 교사와 학생 앞에 서기가 민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선의에 의한 행위였다면 물의를 빚었다고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을 굳게 지키는 모습이 더 교육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지금 사퇴하면 선거비용 35억 원을 물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사퇴를 하지 않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자칫 패가망신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퇴가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선의로 일을 해놓고 돈 걱정 때문에 사퇴한다면 이는 교육계의 리더로서 오히려 비판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옳은 일을 했다고 해놓고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기 쉽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말로 선의에 입각한 행동이라면, 꿋꿋이 소신을 지켜가는 게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액을 물어 낼 위험성 따위는 접어둡시다. 목숨 바치는 일도 아니잖습니까.

 

셋째로, 곽교육감 사건과 관련한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보수수구 신문들이야 으레 그랬던 대로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이용하면서 왜곡보도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 최악의 모습이 앞서 언급한 강경선 교수 관련 보도입니다.

 

그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정말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은 한겨레와 경향과 같은 진보신문입니다. 이들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 때의 보도 자세를 별로 반성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초기의 한겨레와 경향은 거의 검찰 쪽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났습니다. 게다가 연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사퇴를 압박했습니다. 사퇴하라는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장 자체에 열을 올리다보니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만 지적해 보겠습니다.

 

 

한겨레는 8월 30일자 사설에서 적어도 2억 원에 대한 증여세 문제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증여세는 돈을 받은 박후보측이 납부하는 것이지 곽교육감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그저 사퇴하도록 몰아세우기에만 급급했던 듯합니다.

 

경향신문도 9월 1일자 사설에서 “어떤 이유로도 선의의 돈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면서 사퇴를 강요했습니다. 어찌 보면 검찰보다 더 강경하고, 자신들이 무슨 황당한 독심술까지 가진 걸로 착각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줍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큰 사안이 터졌을 때 찬찬히 따져볼 여유가 없는 우리 언론 풍토가 일단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취재원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일단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또한 보수파의 과오에 대해 비판해 왔으니까 진보파의 과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잣대를 갖다 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공정한 언론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곽교육감이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문제는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휘둘리면서 곽교육감 쪽 주장을 취재하려는 노력을 한동안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안의 경중이나 총체적 맥락을 제대로 따지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옳은 노선을 실천하고 있는데 뭔가 실수를 한 경우와 애당초 사리사욕을 탐하다가 들통 난 사안을 구별할 줄 모른다고 하면 심한 말일까요. 전자의 경우엔 더욱 신중하게 보도하고 더 열심히 취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먼지 털듯이 곽교육감을 빨리 털어버려야 정치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작동했다면 큰일입니다. 이렇게 쉽게 신뢰를 내던지는 집단이 어떻게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겠습니까.


옛날 일본어 공부를 시작할 때 읽은 오다 노부나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릴 때 오다 노부나가가 다른 어린이 패거리와 돌팔매 싸움을 했습니다. 이 때 상대편은 자기쪽에 부상자가 생겨도 그냥 두었는데, 오다 쪽은 부상자를 치료해 가면서 싸웠습니다. 이걸 보던 어른이 "아, 오다 편이 이기겠구나"고 했습니다. 결과는 그 예측대로였다고 합니다.


동지라해서 무조건 감싸서는 안되고 때로는 '읍참마속'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지를 '일회용 반창고' 정도로 취급하는 집단은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곽교육감이 어느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자유입니다만,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겨레와 경향의 고군분투를 이해합니다. 앞으로 종편채널이 방영을 시작하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진보대중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문이 되어야 합니다.

 

한겨레와 경향에 실망하는 진보대중이 확대되면 양 신문 경영에 위기가 도래함은 물론이고, 동시에 진보대중의 커다란 의지처가 사라집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곽교육감 사건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 잘못 대응하면 진보개혁세력이 쇠락할 것이고 올바르게 대응하면 오히려 결속력을 강화시키면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사건 초기의 암울하던 상황과는 달리 바람직한 징조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걸 살리면서 진보개혁세력이 반성할 부분이 무엇이고 힘을 어떻게 키워갈지 중지를 모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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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 9월 3일에 발견했습니다. 강경선 교수의 세째 동생인 강일선이라는 분이 천정배의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있어서 아래에 소개합니다. 곽노현 교육감이나 그 친구 강경선 교수의 사람됨을 알수있는것 같습니다.


천의원님께. 저는 강경선 교수 동생이고 언론사 기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문에는 개인적으로 기사를 쓸 수 없어 천의원님께 참조하시라고 보내 드립니다. 천의원님은 제 부친상때 한번 뵈었습니다.

세상엔 보편적 가치관이나 일반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그의 동료 교수이자 30년 친구인 강경선 교수는 그런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중의 하나일 것이다.

며칠전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전 후보에게 2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건네 줬다는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그 돈을 전해준 사람이 바로 내 세째 형인 강교수라는 소식에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 같으니… 정말 세상물정이나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병신들.” 입에서는 절로 탄식과 욕설만 나올 뿐이었다.

그후 곽 교육감의 발언과 태도, 그리고 형이 밝힌 검찰에서의 진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세인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살아온 인생관과 철학을 회상해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들이었다.

1978년 서울법대를 거쳐 대학원을 마친 형은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형은 지도교수가 마련해준 해군사관학교 법학 교수직을 마다하고 해병대 장교로 자원 입대했다. 집에서는 왜 편하고 좋은 자리를 박차고 힘든 길을 가냐고 부모들이 야단을 쳤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해군, 해병대, 한미연합사 정보장교로서의 5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형은 서울대 부설 한국 방송통신대 법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그후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가 된 당시 지도교수를 통해 교수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서울법대 교수로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형이 거절하자 1년 뒤 이번엔 비서를 직접 집에 보내 같은 제안을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대학은 서민들을 위한 평생 대학이고 우수한 교수들이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면 이 학교는 언젠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총장의 제의를 정중히 사양했다.

1980년대 중반 형은 나름대로 훌륭한 인재들을 기용하기 위해 노력하던중 유펜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니아)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대학 친구인 곽노현씨에게 방송통신대학 법학부를 키워 나가자고 제안했고 곽교육감도 이를 흔쾌히 수락해 지난해까지 두사람은 함께 방송통신대 교수로 활동했다.

형은 학교에서 적잖은 월급과 출간된 저서들을 통해 상당한 인세를 받고 있었지만 늘 가난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줄곧 형집에서 기거하던 나는 형이 늘 돈 여유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집도 부천으로 옮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에 날아든 편지들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보육원과 고아원 등에서 보내 온 편지를 뜯어보니 형은 몇 명의 아이들에게 학비를 대주고 있었다. 함께 사는 내게도 전혀 내색조차 하지 않아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들이었다.

1980년대 중반 내가 형이 있는 방통대 사무실에 들렀다가 옆방에 있던 곽노현 교수를 처음 만나 인사를 했다. 그와의 만남에서 특별한 기억은 없다. 다만 곽교수는 친구지만 형을 존경한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자신이 잘못되면 아이들을 형에게 맡겨 키워달라고 할 정도로 형에 대한 신뢰감은 각별했다.

그후 형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선교활동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 그리고 부천에서 과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돈이 부족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릴 판이었다. 당시 나는 결혼해 분가한 만큼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곽교수가 1억2천만원을 아무 대가없이 줘서 집을 사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지금의 가치로라면 아마 10억원 정도는 되었을 큰 돈이었다.

곽교수는 그후 여러 사회활동을 하게 되었다. IMF사태가 터졌을 때 TV 방송 좌담회에 출연한 곽교수는 돈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한 것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날의 주제에서 벗어난 쌩뚱맞은 얘기에 의아해 하는 모습이었고 그 장면을 보는 나도 왜 저런 말을 할까라는 답답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지만 곽교수는 혼자서 엉뚱한 말만 계속해 나갔다. 그는 돈보다 사람의 가치와 생명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몇해 전 형이 LA를 들렀다가 전혀 생각지 않은 말을 내게 했다. 20여년 전 네가 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때 학비를 대준 사람이 바로 곽교수였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라면 아마 1,500만원-2,000만원은 족히 될만한 적잖은 돈이었다. 나는 고맙게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바보같이 사는 사람이 형 외에 또 다른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시 몇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곽교수가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형도 이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세상물정과 정치를 모르는 이 엉뚱한 사람들이 또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차례에 걸쳐 형에게 자문을 해주었다. 큰 정치를 하려면 성경의 “잠언’대로 할 것이고 한국의 세태에 맞는 소인배 정치를 하려면 권모술수에 기초한 사마천의 ‘사기’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며칠 전, 내가 우려했던대로 큰 일이 터졌다. 왜 선거법상의 법적 시효가 완료된 상황에서 어리석게도 돈을 주게 되었을까. 법과 원칙으로 살아온 형은 왜 돈 심부름을 하게 되었을까.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두 사람을 보면서 그야말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이 두 사람이 일반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상식적 판단처럼 정치적 술수로 후보를 매수했다면 인간의 손에 의해 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불사하고 자살의 상황까지 몰리게 된 박후보에게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돈을 줬다면 다소 어리석고 세련되지 못한 감은 있지만 세상에서 보기 힘든 정말 선량한 일을 했다 칭찬해야 할 것이라고.

두 사람의 개인 성향이나 삶의 방식, 철학, 종교관 등으로 볼 때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곽 교육감과 형의 구명을 위한 나의 단순한 바램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대다수 사람들은 누가 이 시대에 수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흔쾌히 주겠냐고 비아냥대며 말하겠지만 그들은 자신으로 인해 한 사람이 생명을 잃게 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을 털어서라도 그 생명을 지키고 봐야 한다는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신념을 위해서라면 돈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돈을 지배하며 살아가는 몇 안되는 괴짜들이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나는 전북 이리에 사는 사람인데 교회를 지으려 한다. 교회 부지는 내 농지를 내놓을 생각인데 건축 비용이 없으니 돈을 줄 수없겠느냐”고 한 생면부지의 사람이 형에게 부탁하자 형은 고심끝에 은행에 가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수백만원을 인출해 그 사람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줘서 보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대형 교회에 가서 청을 했지만 고작 받은 게 30만원이었다고 했다. 이 얘기는 형수를 통해 내가 전해들은 것이었다. 그후 내가 그 사람이 누군줄 알고 그 큰 돈을 줬냐고 묻자 형은 그 사람이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일지 몰라서 줬다고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두 사람이 내게 보여준 것은 정치나 실리보다는 인정에 더 끌리는 바보들이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정말 어리석으리 만큼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며 살아왔고 아마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거라 생각한다. 그 두 사람이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알 수 없고 검찰과 법원의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제까지 걸어온 인생역정을 통해 볼 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리지키기에 연연해 할 만한 그런 속물이 아니고 자신이 살기 위해 허위 증언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곽 교육감이 정의와 법, 도덕에 철저한 강 교수가 떳떳치 못한 돈이었다면 그것을 전달했겠냐고 말한 것은 내가 보기에도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진실이라 확신한다. 


형이 어렸을 적 내게 가르쳐 준 말이 생각난다. 도산 안창호선생의 말을 빌어 “거짓말은 장난으로라도 하면 안된다. 자칫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LA에서 강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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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

 

9월 3일자 한겨레 4면에 강경선 교수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돈을 전달하게 된 구체적인 사정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본인이 인터넷에 서투른 탓인지 한겨레 인터넷 판에서는 이 기사를 찾을 수 없네요. 관심이 있으시면 직접 신문을 찾아 보십시오.


그리고 같은 날 경향신문에도 강교수 인터뷰 등이 실려 있습니다만, 역시 인터넷에선 못찾겠네요. 다만 곽교육감 건에 대한 백낙청 선생님의 페이스북 글 내용은 소개되어 있습니다. 백 선생님은 단일화 협상에 관여하셨기 때문에, 금전거래 약속이 적어도 교육감 차원에서는 없었다는 점을 확신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교육감 사퇴 문제는 교육감 판단에 맡기자고 말씀하십니다.


백선생님 글 내용은 다음 주소로 확인하십시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022158045&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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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3)  차용증 문제 (9월 4일 작성)

 

9월 3일 저녁 뉴스에서 곽교육감 측이 박명기 후보에게서 2억 원에 대한 차용증을 받았고, 이것이 곽교육감이 선의로 주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곽교육감을 불신했던 사람들은 "역시 그렇지"하고 말할 것입니다. 정말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간단히 따져 보겠습니다.

 

첫째로,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 사안에서도 역시 언론이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나고 있거나, 왜곡 과장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9월 4일 아침 8시 KBS 1TV 뉴스에서는 "차용증을 받았다는 것은 선의로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주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곽교육감이 차용증을 받았는지 지금으로선 확실치 않지만, 일단 받았다는 전제 하에서 논의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8월 28일 곽교육감의 기자회견문을 보시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는 오직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서 선의의 지원을 했을 뿐입니다. 교육감에 취임한 후 저는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 그러던 중 박명기 교수가 자신의 경제적 형편과 사정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 자살마저 생각한다는 얘기였습니다.  ---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박명기 교수에 대해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총 2억 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지원했습니다. 정말 선의에 입각한 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기에 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저와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회견문 전문은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곽노현 기자회견"을 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회견문 어디에도 "선의로 아무런 조건 없이 주었다"는 귀절은 없습니다. 검찰 또는 KBS가 "아무런 조건 없이"를 멋대로 갖다 붙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회견문은 차용증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검찰과 언론이 왜곡한다는 걸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둘째로, 차용증의 존재는 대가성 지원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행위일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뇌물제공 행위와 관련해 차용증이 제출되는 경우는 보통 사건이 발각될 무렵에 사후적으로 날조되는 경우가 보통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건네면서 차용증을 받는 경우와 다릅니다.

 

또한 곽교육감 측도 선의에 의한 자금지원일지라도 오해를 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본인 같으면, 아예 돈을 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해서 차용증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차용증의 존재는 선의를 부정한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차용증의 존재는  "선의로 빌려 주었을 가능성" 도 제기합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차용증의 존재만으로 선의가 아니라 불법인 대가성지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은 법적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검찰에서 이야기가 하나씩 흘러 나올 때마다 섣불리 단정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되면 곽교육감과 진보세력에  타격을 가하려는 검찰의 의도에 말려드는 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종류의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입니다. 저도 가급적 더 이상 검찰보도와 관련해 해명하거나 반론하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모두 검찰의 사건 흘리기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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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4) 9월 8일

 

(박명기 교수의 변호인이 인터뷰한 내용이 오마이뉴스에 9월 8일에 보도되었습니다. 사건 당초 조국 교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곽교육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중요한 근거의 하나가 바로 박교수의 자백이었습니다. 박교수 스스로 자신에게 불리한 대가성을 시인했다는 점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보면 박교수가 사실은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걸로 나옵니다. 


아마도 새롭게 추가된 변호사는 예전의 변호사와는 달리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한 것 같습니다. 박교수의 변호인이 적어도 검찰이나 수구보수 언론처럼 왜곡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을 감안하고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이 인터뷰에 대해 사건 담당 검사가 조사 받을 때는 달리 말했다고 반박하지 않는 걸 보면 인터뷰 내용을 믿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곽노현과 후보사퇴 돈거래 약속 없었다
대가성 일관되게 부인했는데 언론이 왜곡"
[단독인터뷰] 박명기 교수 측 이재화 변호사 "그는 명예회복 원한다"
윤근혁 (bulgom) 기자

"나는 검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곽노현 교육감측이 준 돈에 대해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뒤 곽노현 교육감 측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6일 체포되고 29일 구속된 박명기(53) 교수는 이 같이 호소했다고 박 교수 사건을 수임한 이재화(48) 변호사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박 교수가 대가성을 자백했다'는 기존의 검찰발 언론보도들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가성 자백' 검찰발 언론보도와 상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 권우성
박명기

 

이 변호사는 구속 수감된 박 교수를 지난 2일에 이어 6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시간 동안 접견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교수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언론에 등장한 A씨의 증언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의 수사, 그리고 보수신문의 보도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오명을 씻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바깥에 말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의 부인 B씨도 이날 저녁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남편 얘기를 들어봤더니 조선, 중앙, 동아일보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고 확인했다.

 

이 변호사와 한 전화 인터뷰는 7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시간 20여분 동안 진행했다.

 

- 박 교수가 2억 원에 대한 대가성을 자백했다는데, 사실인가?

"박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곽 교육감측이 준 돈에 대해 대가성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했다."

 

- 다시 말해 달라. 진술을 번복한 것인가, 아니면 '대가성'을 줄곧 인정하지 않은 것인가?

"구속 전에도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구속 뒤에도 그랬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혀 대가성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대가성을 부인한 검찰 조서를 직접 봤나?

"아직 조서를 보지는 못했다. 변호사는 조사 직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수사 과정 속에서 조서 확인을 나중에 하는 것은 어렵다. 나는 지금 박 교수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곽 교육감과 후보 사퇴로 돈 거래 약속 없었다"

 

- 지난해 5월 19일 이면합의에 따라 후보를 사퇴하고, 이를 근거로 곽 교육감에게 대가를 요구했다는 게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언론에 나오는 건 사실과 다른 게 많다. 박 교수가 곽 교육감과 후보 사퇴를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한 약속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실무자들끼리 이야기 한 것도 후보 사퇴 대가가 아니고 선거 비용 보전 문제였다는 것이다."

 

- 선의로 돈을 지원했다는 게 곽 교육감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곽 교육감이 직접 주는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비 보전 차원에서 여럿이 주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선거비 문제로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 쟁점이 되는 것은 양쪽의 실무자가 얘기한 내용을 곽 교육감이 언제 알았느냐는 것이다.

"우선 박 교수가 곽 교육감 측을 협박한 적은 없다고 한다. 선거 빚으로 힘이 들어 도와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했다는 말을 들었다. 박 교수도 곽 교육감을 만나 얘기하니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곽 교육감이 모르더라고 했다. 그래서 10월쯤에 선거비용 보전에 대해 실무자끼리 얘기한 것을 곽 교육감에게 말을 하니 놀란 기색을 보였다고 했다. 박 교수의 말과 곽 교육감 쪽의 주장이 크게 다를 바 없었다."

 

- 양쪽이 2억 원을 놓고 차용증을 썼다고 하지 않나.

"차용증에 대해서는 박 교수도 몰랐다고 하더라. 강경선 교수와 박 교수 동생이 알아서 쓴 것이다. 박 교수와 곽 교육감 명의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차용증이 있는 사실을 검찰에서 처음 알았다고 했다."

 

- 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무법인 '바른'이 수임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바른'에 김○○ 변호사가 맡았는데 박명기 교수와 고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에도 잘 알고 지냈다. 일부에서 정권과 연결 지어 의심을 품는 데 전혀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나는 '바른' 소속은 아니고 개인 변호사인데 나중에 같이 하게 됐다. 김 변호사와 나는 의견이 같다."

 

- 검찰이 갖고 있다는 박 교수와 곽 교육감 측의 녹취록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나.

"A씨가 휴대폰으로 녹음했다고 그러던데. 이것을 박 교수 컴퓨터에 다운받았는데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없다. 원본이 아닌 것이라서 재판에 증거로 내놓기도 어렵다."

 

- 박 교수와 곽 교육감 사이에 전자메일도 오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다."

 

- 제보자가 누구인지 박 교수는 알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있지만 조심스러워 말을 못하겠다. 박 교수도 전혀 예상을 못하고 체포가 되어 나중에서야 제보자에 대해 안 것 같다. 박 교수는 제보를 바라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이 왜곡하고 명예훼손...마음의 상처 크다"

 

- 박 교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도 선거 전부터 박 교수와 아는 사이인데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검찰에 굴복해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박 교수가 대가성을 자백했다' '지난 해 곽 교육감 쪽을 협박하고 공갈했다'. 이런 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언론이 전체적으로 왜곡하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마음의 상처가 무척 큰 것처럼 보였다. 이는 박 교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 박 교수 쪽 인사로 언론에 오르내린 A씨에 대해서 박 교수의 언급이 있었는가.

"소설을 쓴다고 하더라. A가 조중동에 엉터리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무척 걱정을 하고 있다."

 

-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왜 박 교수가 체포 뒤 11일 동안이나 '대가성을 자백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구속이 되어 있으니 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말이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니냐. 변호사는 보통 재판에서 이기려고 발언하지 언론 보도의 왜곡에 대해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박 교수와 그의 가족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을 하기로 한 것이다."

 

- 지금 박 교수의 상태는 어떤가.

"왜곡 보도로 마음의 상처가 크다. 하지만 의지가 강한 분이더라. 법정 투쟁을 하기 위해 의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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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5) 10월 6일


곽 교육감 사건에 대해 진중권씨가 10월 4일 <한겨레>에 글을 쓰고 이에 대해 10월 6일 한상희 교수, 박동천 교수, 강민정씨가 각각 <미디어 오늘>, <프레시안>, <오마이뉴스>에 격렬한 반론을 썼습니다. 한번 참고할 만합니다.


진중권씨의 글 링크는 http://www.hani.co.kr/arti/SERIES/57/499048.html 입니다.

한상희 교수의 글 링크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740 입니다.

박동천 교수의 글 링크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006095538§ion=03 입니다.

강민정교사의 글 링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5905&PAGE_CD=N0000&BLCK_CD=N0000&CMPT_CD=M0011 입니다.


참고로 진중권씨에 대한 비판 중 일반인이 제일 읽기 쉽게 쓴 글은 강민정교사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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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6) 10월 6일

이왕 (추가 5)를 올린 김에 참고삼아 다른 것도 추가하겠습니다.


1) 차용증 문제에 대해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겠습니다.

차용증은 곽교육감 측이 요구한 게 아닙니다. 박명기 교수의 동생이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강경선 교수에게 차용증을 쓰자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교수는 확인서 쓰자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차용증의 존재에 대해 곽교육감은 물론이고 박교수도 적어도 사전에는 인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이 압수한 차용증은 박교수 동생 집에서 나온 것입니다.


2)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강교수가 돈을 주면서 이른바 돈세탁을 한 일은 없습니다. 그냥 박명기 교수 동생에게 현금을 건넸는데, 그 동생이 돈을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은행에 넣었다 뺐다 한 것입니다. 박교수의 동생은 곽교육감이나 강교수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독특한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법의 시효와 선의가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만, 이건 법정에서 쟁점이 될 부분이기도 해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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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7) 10월 13일

진중권씨 글 등과 관련된 조기숙 교수의 글들도 한번 참고하십시오.
아래 링크의 첫째가 10월 8일자 한겨레에 실린 글이고, 둘째와 셋째가 금태섭변호사와 논쟁한 글(10월 10일 및 11일)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99781.html


http://blog.daum.net/leadershipstory/7627998


http://blog.daum.net/leadershipstory/762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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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8) 10월 13일

 

진중권씨가 10월 10일에 다시 오마이뉴스에 반론을 썼습니다. 이에 대해 10월 12일에 김갑수씨와 박동천 교수가 다시 반론을 썼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하십시오.

 

진중권씨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8449

김갑수씨: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9047

박동천 교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012095233§ion=03



참고로 9월 23일에 건국대 법대 이재승 교수가 법률적 측면에서 곽교육감 사건을 정리한 글이 프레시안에 실린 바 있는데 그 글의 링크도 아래에 소개합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921163246§io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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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9) 10월 19일

(경제학이 전공인 강남훈 교수가 판사가 지적한 대가성 문제에 대해 정리한 글을 아래에 옮겨 놓았습니다.)


재판을 보면서 판사가 중요시한 대가성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쓸모가 있겠다 싶으면 변호사에게 전해 주세요.


대가성이란 이익의 교환을 의미한다. 이익의 교환에는 갑과 을이 서로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갑과 을의 작위), 갑이 이익을 제공하고 을이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갑의 작위와 을의 부작위), 

갑과 을이 서로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갑과 을의 부작위)가 있다. 


교환이란 한 쪽이 이익을 제공하거나 손해를 끼치지 않기로 한 시점에서 다른 쪽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거나 손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는 것을 말한다. 


1. 법 1항은 후보가 사퇴하는 시점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지고, 동시에 상응하는 이익이 제공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이익과 이익의 교환) 


2. 법 2항은 후보가 사퇴하는 시점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지고, 나중에 상응하는 이익이 제공되는 행위는 당연히 처벌한다. 대가를 나중에 제공하는 교환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이익과 이익의 지연된 교환)


3. 법 2항은 후보가 사퇴하는 시점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사퇴한 후보가 사퇴와 관련된 사항을 가지고 손해를 끼칠 수 있을 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대가로 이익을 제공하거나.(부작위와 이익의 교환) 제공하겠다고 의사표시하는 것도 처벌한다. 이 때 의사표시 뒤 실제로 이익을 제공하는 시점부터 6개월까지 공소시효가 연장된다.(부작위와 이익의 지연된 교환)


4. 법 2항은 후보가 사퇴하는 시점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퇴한 후보가 사퇴와 관련된 사항을 가지고 더 이상 손해를 끼치거나 추가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없을 때, 당선자가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 이것은 교환이 아니라 일방적인 이익의 제공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이익의 제공이라는 것은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곽감은 후보 사퇴 시점에서 이익의 제공이 없었다. 따라서 1이 아니다.

곽감은 후보 사퇴 시점에서 의사표시가 없었다. 따라서 2가 아니다.


후보가 사퇴한 뒤, 선거일 이후 6개월까지는 박교수는 손해를 끼칠 수 있었다.(실무자가 약속한 것을 폭로하면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간에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했다면 부작위와 이익의 교환이 되어 3에 해당된다. 


곽감은 박교수가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시점에서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고 의사표시하지 않았다. 더 이상 손해를 끼칠 수 없는 시점에서 이익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일방적인 이익의 제공이다. 따라서 대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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