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공기업 민영화와 바람직한 소유-지배-경영 구조(1998.9)

동숭동지킴이 2011. 2. 17. 14:45

 

< 토론문 >

포스코경영연구소 주최 공청회

공기업 민영화와 바람직한 소유-지배-경영 구조

1998. 9. 22 

 

김기원 (방송대 교수)

 

1. 머리말


  인류 역사상에 기업이 출현한 이후 생산기술의 발전, 기업규모의 확대, 기업구성원간의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기업의 구조 즉 기업의 소유-지배-경영 구조는 계속해서 변모하여 왔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기업구조가 가장 바람직한지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특정 시점의 특정 국가에서 기업구조의 변혁이 요구될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의 공기업 민영화 문제도 바로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이런 난해한 과제에 대해 최정표 교수, 공병호 박사 두 분은 많은 고민을 하시면서 발제문들을 쓰신 것으로 보여진다. 두 발제문에서 본인은 여러 가지로 시사와 가르침을 얻었다. 그런데 공박사님의 글에선 공기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등 경청할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주된 논조는 본인의 생각과 같지 않았다. 본인은 [공기업의 민영화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최정표 교수님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하여 본인 나름으로 최교수님의 주장을 보완하는 한편 공박사님과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을 밝히고자 한다.


II. 결론

1. 선진국적인 소유-지배 구조를 통해 책임전문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함.

  * 선진국의 대기업은 우리의 재벌과는 달리 책임전문경영체제로 되어 있고 이것이 우리 공기업 민영화가 지향해야 할 목표임.

  * 공기업을 책임전문경영체제로 구축 발전시킴으로써 재벌 개혁을 유도해야 함.

 

2. 선진국적인 소유-지배 구조를 위해선 1인당 지분 제한을 더욱 강화해야 함.

  * 재벌이 공기업을 독점적으로 소유-지배하는 것을 저지해야 함

  * 3%, 7% 등 다양하게 되어 있는 것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로 통일해야 함. 또한 이 한도를 더 낮추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하며 이 제한은 매각시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보유지분 제한이어야 함.

  * 동일인 지분제한 철폐시기를 더 늦추어야 함. 즉 재벌의 이중적 독재체제가 지양된 이후에 지분제한을 철폐해야 함.

 

3. 주식의 분산 소유를 촉진하고 국민주 도입을 적극 시행해야 함.

  * 국민 대중에의 주식 분산을 위한 제반 조치를 강구해야 함.

 

4. 기관투자가 등 덩어리 소유형태를 발전시켜야 함.

  * 단순한 소유분산만으론 경영진 monitoring이 힘듦.

  * 선진국에서도 기관투자가가 대기업 소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함.

  * 연금, 기금 등 비재벌계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보유를 확대함으로써 영향력 있는 대주주 집단의 구성이 필요함. 연금, 기금 등의 소유는 사실상 국민적 소유의 한 유형임.

 

5. 공익성이 큰 기업에 대해선 영국, 프랑스처럼 정부의 특별주 보유도 검토해야 함.

 

6. 국가의 경제정책과 관련성이 큰 기업에 대해선 외국자본 매각에 신중하여야 함.

 

7. 종업원의 소유·경영 참가를 발전시켜야 함.

  * 종업원지주제는 덩어리 소유형태의 하나임.

  * 종업원의 적절한 소유·경영 참가를 통해 참여와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기업의 효율성도 증대시켜야 함.

 

8. 현재 우리 경제가 실업대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여 인원 감축에는 신중한 행보를 취해야 함.


III. 논거


<1&2> 공기업 민영화와 재벌체제

 

a. 재벌의 과도한 다각화 방지 필요

  *공기업 민영화는 자칫하면 재벌들을 위한 사냥터, 뷔페 식당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큼. 그런데 우리 재벌은 현재 몸에 맞지도 않는 음식까지 함부로 먹어 설사하고 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뼛속 깊이 중병이 든 상태임. 그럼에도 異常飽食症 환자인 재벌은 공기업 민영화에 군침을 흘리고 있음. 이런 재벌에게 공기업을 넘겨 주면 국민경제를 위해 좋지 않음은 물론이고 재벌 자신에게도 해가 될 가능성이 큼. 따라서 1인당 지분제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

  *재벌들이 공기업을 인수하려면 다른 기업을 매각할 것이므로 별 염려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부질없는 기대로 보여짐. 현재 재벌들이 구조조정 실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음. 피라미 재벌들은 사정이 좀 다르지만 5대 재벌은 강남의 음식점보다 못한 업체들을 퇴출기업이라고 내놓았음. 그리고 5대 재벌은 최근 일부 큰 계열사들을 구조조정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콘소시엄 형식으로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거나 특혜를 부여받고자 함. 이러한 행태로 볼 때 재벌들이 공기업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줄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함.

 

b.재벌체제의 지양이 전제

  *재벌이 인수해서 경영을 잘 하면 그만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음. 이문제는 재벌의 이중적 독재체제와 결부해서 판단해야 함. 우리 경제는 재벌기업이 국민경제를 독재적으로 지배하고, 재벌총수가 재벌기업을 왕조적 독재라는 형태로 지배하는 체제임. 결국 재벌총수가 국민경제를 왕조적 독재라는 형태로 지배하고 있음. 그런데 과거엔 재벌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측면이 있음. 이는 자원을 재벌에 몰아 주고 그 자원을 재벌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임. 그리하여 국민경제를 왜곡시키긴 했지만 적어도 재벌기업 자체의 효율성은 확보되었고 국민경제의 성장도 가능했음.

  *그러나 근년에 들어오면서 재벌에 의한 자원의 독점이 중소기업 등 비재벌부문을 취약하게 만들어 재벌 자체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음.

  *한편 재벌총수가 창업주일 때에는 그 창업주가 노동자 탄압능력, 정경유착 능력 등 나쁜 의미의 능력뿐만 아니라 이노베이션 등 좋은 의미의 능력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기업의 효율성에선 별 문제가 없었음. 그러나 80년대 후반 이후 창업주가 나이들어 판단력이 흐려지고 또 많은 재벌에서 2,3세로의 경영권 이양이 이루어져, 이들이 엉터리 경영을 하였음.(2,3세 총수중 유능한 인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음.) 경영능력이란 것이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유전되는 것도 아닌데도 최고경영진의 왕조적 재생산이 진행됨으로써 재벌기업 및 국민 경제를 파탄에 빠트린 셈임.

  사실 재벌총수가 투자한 재산은 재벌자산의 2-3%에 불과한데도 그 40-50배의 재산을 지배하고 있음. 즉 재벌총수는 국민재산을 관리하는 수탁경영자인 셈임. 그런데도 전근대적 재벌체제의 속성 때문에 무능 부패한 총수가 제멋대로 경영을 함으로써 국민재산을 탕진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음. 이것이 [재벌총수의 이익≠재벌기업의 이익≠국민경제의 이익]의 모순임.

  *따라서 능력있고('전문') 책임지고 성실하게 일하는('책임') 인물이 최고경영진이 되는 책임전문경영체제로 재벌이 환골탈태해야만 재벌도 살고 국민경제도 살 수 있음. 그런데 재벌총수가 자신이 유능한지 무능한지를 알기가 어렵고 총수 자리로 인해 누리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경영권을 내놓기가 쉽지 않음. 그렇다고 시장에 맡겨서 무능 부패 총수를 가려내자면 그동안에 국민경제가 IMF사태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야 할지 알 수 없음. 이 때문에 국민대중의 힘에 의한 재벌체제의 지양이 필요함.(일본의 재벌해체와 한국의 농지개혁을 참고할 것.) 재벌체제의 지양이란 재벌의 장점은 살리면서 소유-지배-경영 구조를 혁파하여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임. (졸고 [한국재벌체제의 지양에 관한 일 고찰] 서울사회경제연구소, 98년 2월 심포지움 발표논문 참조)

 

c. 공기업이 현재의 재벌체제로 편입되어서는 안됨

  *공기업의 민영화가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의 계열사로 편입된다면 한국경제의 앞날이 암담할 것임은 이상의 서술에서 분명해졌음. 현재 재벌개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소액주주권의 활성화 이외에 별로 진전은 없는 상태임.

  *선진국 기업도 처음에는 가족기업으로 출발했음. 그렇지만 대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최교수님의 발표에 나오듯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하고, 그 전문경영인에게 책임경영을 하게끔 하는 방식을 발전시켜왔음(물론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음). 이처럼 책임전문경영체제의 성립은 역사의 필연임. 우리도 이런 역사의 필연을 빨리 실현해야만 고통을 덜 수 있음. 그리고 압축적 자본주의화를 수행한 우리는 이 전환도 압축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임.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도 한국경제에 있어서 책임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는 일환이 되어야 함.


< 3&4&5&6 > 바람직한 소유-지배 구조

a. 책임전문경영체제와 소유-지배구조

  *책임전문경영체제를 뒷받침하는 소유-지배구조란 어떤 것인가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님. 물론 총수의 세습독재를 가능케 하는 우리의 재벌 소유구조로부터 근본적으로 탈피해야 함은 분명함.

  *선진국 대기업의 경우를 참고해 보면 모래알 소유형태가 깔려 있는 속에 기관투자가등 여러 개의 바위덩어리 주식형태가 자리잡고 있음. 이는 정치에서 다수의 인구를 포괄할 때엔 직접민주제를 토대로 깔면서도 대의민주제와 압력단체를 활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임.

 

b. 주식분산과 기관투자가의 역할

  *국민주의 보급과 같은 방식들을 통한 소유분산은 선진국에서와 같은 대기업 소유분산을 압축적으로 달성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임. 또한 흑자 공기업을 매각함에 있어 이익의 국민적 공유라는 효과도 가짐. 다만 87,8년의 국민주 보급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여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

  *소유분산에 따라 형성된 개미군단은 소액주주권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 그렇지만 여기엔 상당한 제약이 존재함. 따라서 경영진을 통제할 인센티브와 능력이 있는 주요 주주들의 존재가 필요함. 이 역할을 선진국처럼 기관투자가들이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함.

  *그리하여 기관투자가가 대주주 집단의 중심을 이루게 해야 함. 재벌기업은 재벌체제가 지양되기 전에는 참가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지만, 만약 그전에 3% 이내의 범위로 참가하더라도 대주주 집단의 minor로 머물게 해야 함.

  *기관투자가의 보유한도도 3% 이내로 하는게 좋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상황에 따라선 기관투자가에 대해선 신축적으로 운영해도 무방할 것임. 그리고 만약 정부부처가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라면 정부부처들은 상대적으로 순수한 투자자의 입장을 지키도록 해야 함. 그리고 애시당초 기관투자가를 골고루 구성해야 함.

  *기관투자가(및 소액주주)들의 경영진 감시메카니즘을 (사외)이사 구성등과 관련하여 치밀하게 구축해야 함. 이것이 책임전문경영의 성패를 좌우함. 이와 관련해선 한국의 현실과 선진국 경험을 종합해야 함은 물론임,

 

c. 정부의 주식보유 및 외국인 소유 문제

  *공공성이 강한 기업에 대해선 정부주를 완전 매각할 것이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특별주를 보유하여 특별한 사항에 대해선 거부권을 갖도록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함.

  * 외국인 소유문제에 대해선 최정표 교수님의 발표에 나와 있으므로 반복을 피하고 다만 한 가지 부기하고자 함. 외자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 정부는 외자도입에 대한 우상숭배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음.

 

< 7&8 > 종업원의 소유경영 참가

a. 종업원 경영참가의 의미

  * 최고경영진의 경영권은 신성불가침이 아니며, 선진국에선 나라마다 편차는 있지만 종업원의 소유·경영 참가가 광범하게 진전되고 있음. 넓은 의미의 경영이란 기업에서의 의사결정이고 우리의 경우도 작업장 차원에서나 단체협상 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경영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 현재 노동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외이사 및 사외감사에의 참여와 우리사주조합 운영의 민주화임.

  *물론 종업원의 경영참여를 확대한다고 무조건 기업의 효율성이 증대하는 것은 아님. 오히려 혼란이 발생할 소지도 있고 이것이 민주성과 효율성의 긴장관계임. 이런 현상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임. 그럼에도 정치에선 민주주의를 확대시키면서 효율성을 증진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역사발전이며 이는 기업내의 권력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임. 공박사님은 국가운영과 기업운영을 크게 다른 것으로 보고 있는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 기업이나 국가의 목적은 둘다 그 구성원을 잘 살게 하는 것이고 양자의 조직원리에서도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지 않나 싶음, 다만 기업은 경제적 이익추구에 치중하며 국가는 폭력기관을 갖고 있다는 점이 다르며 진입과 퇴출의 용이성 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b. 경영참가의 필요성과 범위

  *자본주의발전에 따라 노동자들의 지식과 의식은 향상하기 마련이며, 그 결과 구상과 실행을 분리하여 노동자를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Taylorism은 점차 해체되어 가고 있는 상황임. 현재 우리의 기업운영이 질곡에 빠져 있는 것은 노동자를 기업의 주요 주체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고 물리력이나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기 때문임.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여 참여와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뿐임. 이렇게 볼 때 종업원의 소유·경영 참가는 종업원들을 일맛·살맛 나게 하고 나아가 우리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길임.

  *그러나 노동자의 소유·경영 참가는 효율성(단기적 효율성과 중장기적 효율성의 종합적 고려가 필요함)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진전되어야 함.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오르는 꼴이 되어서는 안됨. 여기가 바로 지혜가 요청되는 대목임. 소유참가가 생디칼리즘으로 귀결되어서도 곤란하며 경영참가가 무질서한 경영으로 귀착되어서도 안됨. 따라서 경영참가의 경우 생산기술의 변화, 노동자의 지식향상에 따라 그 범위가 조정되어야 함. 현재 우리의 경우엔 경영진의 독단적 행동을 견제하고 노동자의 권익에 관련되는 사항에 참여하는 정도가 좋을 듯함. 그리고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노조의 직접참여라는 형태만이 아니라 노조추천 인사의 참여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음.

  *한편 공박사님은 노동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 소비자단체 등도 이해당사자가 아닌가 하고 논하고 있는데 옳은 이야기임. 따라서 지역주민, 소비자단체 등과 같은 집단을 대표한 공익인사도 사외이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형태임. 다만 주지하다시피 이해당사자의 이해반영엔 voice와 exit라는 상이한 방식이 있고 반드시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경영에 참여시킬 필요는 없음. 기관투자가와 노동자는 인센티브와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참가시켜 경영을 감시케 하자는 것임.

 

c. 기아사태의 해석

  *노동자의 경영참가나 전문경영인체제의 실패사례로서 흔히들 기아의 예를 들고 있음. 그러나 본인이 조사한 바로는(졸고, {말}97년 9월호 게재 글 및 97년 9월의 공청회 발표문 참조) 이러한 인식은 상당히 잘못된 것임. 우선 전문경영인체제의 문제인데 전문경영인체제보다 오너경영체제의 실패사례가 훨씬 더 많은데 기아라는 단 하나의 실패사례로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류임. 더구나 중요한 것은 전문경영체제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책임경영체제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임. 그런데 기아에선 내외 감시체제의 미작동으로 이것이 결여되어 있었음. 따라서 기아의 사례는 전문경영체제의 실패사례로 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책임전문경영체제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사례로 소개되어야 함.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노조(또는 노조의 경영참가) 때문에 기아경영이 엉망이 되었다는 것도 지나친 과장임. 물론 기아의 경영에 문제가 생긴 데에 노조가 아무 책임도 없다고 할 수는 없음. 그러나 기아경영 파탄의 근본 원인은 기아자동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아특수강, 기산 등에 대한 경영진의 무리한 투자였음. 여기에 경영진과 관리직의 부패를 처리하지 못한 최고경영진의 무능함과 자동차업계의 과당경쟁, 삼성의 기아 흔들기도 영향을 미쳤음.

  *또 자동차 업계의 임금테이블을 조사해 본 바로는 기아자동차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동종업계의 최고수준이 아니라 타사와 마찬가지 수준임. 근속연수로 볼 때 어떤 근속연수에선 타사보다 높고 다른 근속연수에선 타사보다 낮음. 노조의 경영참가 수준도 다른 자동차 업계와 크게 다를 바 없음. 작업자의 배치 전환시 노조와 협의하게 되어 있는 것은 타사도 마찬가지임. 97년의 배치전환 협의시 노조가 유연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을 언론이 크게 부각시켰을 뿐임. 다만 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구성이라는 것이 기아자동차에는 존재하는데 이는 다른 자동차회사에는 없음.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여러 사업장에서도 이런 규정은 존재함. 그러므로 기아 노조의 강성은 타사에 비해 특별히 경영을 위태롭게 할 정도는 아니었음.

  *그리고 기아에선 노동자의 소유주식 비중이 특별히 높아 이것이 노동자의 강한 주인의식의 원천이 되었으나 경영진에 의한 우리사주조합의 비민주적 운영 때문에 노동자의 경영참가로는 전혀 연결되지 못했음. 따라서 기아의 경우엔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우리사주조합의 비민주적 운영으로 말미암아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봉쇄되고 이로 인해 경영진의 무리한 투자나 부실경영이 견제되지 못함으로써 경영위기가 초래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음. 앞으로 기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기회가 주어지면 이 문제를 깊이 천착해 볼 생각임. 어떻든 시중에 유포되는 기아사태 해석엔 사실 왜곡과 과장이 많다는 것은 분명함.

 

d. 인원감축

  *공기업 부문에 인원이 과잉상태라면 인원조정은 불가피함. 그러나 그 속도와 방식에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함.

  *현재의 실업증가 추세는 사회의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 따라서 공기업부문에서 실업자를 대거 양산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함. 고용조정이란 과잉인력 부문에서 부족인력 부문으로 인원을 재배치하기 위한 것인데 공기업에서 방출된 인력이 새로운 부문으로 재취업될 가능성은 당분간 극히 희박함.

  *민간부문에서도 실업자가 양산되었으므로 공공부문도 실업자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발상은 같이 살자가 아니라 같이 죽자는 발상에 지나지 않음. 원래 공공부문은 불황시 실업자를 수용하는 기능을 해야 함. 따라서 당분간은 공기업에서 실업자를 양산하기보다는 임금감축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함. 즉 고용조정은 당분간은 완만하게, 그리고 경기가 호전된 후에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