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인터뷰)삼성 쇄신안, 최소한 이 내용은 남겨야 한다. (2008/ 4/ 22)

동숭동지킴이 2011. 2. 23. 17:03

 

 

[손석희 시선집중] (MBC 라디오)

 

손석희 / 진행  :

삼성특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 삼성의 그룹쇄신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일 발표될 거라고 하는데 이건희 회장의 이선퇴진 여부, 또 전략기획실의 개편, 4조 5천억 원 규모의 차명재산 문제, 그룹지배구조개선 등등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쇄신안의 수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아니면 진정성이 결여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면 특검수사가 끝났어도 이른바 삼성사태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지 않느냐 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김기원 교수, 오랫동안 삼성그룹 문제를 연구해온 분이기도 합니다. 김기원 교수를 연결해서 이 쇄신안이 어떤 내용을 담아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얘기를 좀 잠시 듣겠습니다. 여보세요!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예, 안녕하세요.


☎ 손석희 / 진행  :

안녕하십니까? 우선 이번에 쇄신안을 내놓겠다 라고 하는 분위기는 상당히 결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적극적이라는 그런 느낌도 주고요. 이렇게 보이는 이유라면 어떤 걸까요?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우선 두 가지인데 첫째로는 총수와 가신들의 불법행위 때문에 삼성 전체가 범죄 집단인 것처럼 그룹 이미지가 악화된 걸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요. 둘째로는 기소된 총수와 가신들이 재판에서 처벌을 가볍게 받으려는 의도가 있어서 쇄신안을 내놓을 것 같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어찌됐든 쇄신안의 필요성은 있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말씀이시겠죠?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네.


☎ 손석희 / 진행  :

가장 큰 관심사는 이건희 회장의 이선후퇴여부인데요. 지난번에 한성대 김상조 교수 얘기로는 이선후퇴해도 형식적으로 후퇴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이 삼성그룹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실 이건희 회장 부자의 개인재산이라기보다는 국민재산인데요. 실제 지분이 10%도 안 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온갖 불법과 비리로 볼 때 이 회장 부자는 국민재산 관리자의 자격을 상실한 셈이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좋다는 건데 예전에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 때 잠시 이선으로 퇴진했다가 복귀한 것처럼 이건희 회장이 이제 국민비난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용으로 퇴진하는 척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요.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이 거듭나서 황제경영의 막을 내리고 선진국의 대기업처럼 진정한 책임전문경영체제를 수립한다는 차원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한데요. 그러려면 이건희 회장뿐만 아니라 아들인 이재용씨도 같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승계 자체를 포기해야 된다는 그런 말씀인가요?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이재용씨에게 대주주로서의 지위까지 포기하라는 건 아니고요. 선진국 대기업의 많은 대주주처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서 자선사업 같은 걸 하면서 주주총회 때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 건데요. 사실 이재용씨는 자신이 기소되진 않았지만 가신들의 배임행위, 쉽게 말하면 회사재산을 도둑질 한 것에 의해서 그룹지배권을 물려받은 셈이고요. 또 자신이 직접 경영한 몇 개의 사업이 실패한데서 보듯이 경영능력도 의심스러운 형편이니까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자신들한테도 좋고 삼성그룹에도 좋고, 나라에도 좋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상당히 강한 톤으로 말씀하시는데요.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두 사람이 다 물러난 삼성이 어떤 삼성이겠느냐를 생각하면 상당히 흔들리는 삼성이 되지 않을까요?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삼성이 비뚤어져 있으니까 바로 잡으려면 약간 흔들릴 필요가 있는 거구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식들로 대표선수단을 꾸리면 금메달을 딴다든가 하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능력의 유전자라고 하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건데,


☎ 손석희 / 진행  :

그렇다면 이제 전문경영인 체제를 말씀하셨는데요. 그것이 늘 언제나 최고의 덕목은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면 우리 같은 경우에 때로는 좀 큰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든가 아니면 정말 오너가 아니면 결정할 수 없는, 물론 오너는 국민이라고 말씀하시긴 하셨습니다만 결정할 수 없는 커다란 사업, 이런 것들이 실제로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 예를 들어서 전문경영인들이 이런 큰 위험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그래서 투자시기를 놓쳐서 낭패를 본 경우도 외국의 사례도 있다고 하기에요.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그렇다면 선진국 대기업들이 2세, 3세로 가면서 이런 전문경영인 체제를 취할 리가 없는 거구요. 미국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잭웰치 같은 사람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GE를 세계초일류기업으로 끌어올렸다는 것도 우리가 보고 있는 거고, 전문경영인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건데 재벌총수가 권한을 전문경영인에게 제대로 넘기지 않으면 그러면 과감한 투자 할 수 없는 건데요. 총수가 볼 때 자기가 빼돌리던 비자금을 전문경영인이 빼돌리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제대로 못 넘기는 거고 만약에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가 되면 이 문제는 사라지고 우리도 선진국 대기업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자, 현실론하고 원칙론의 사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여러 가지 기업문화 풍토 속에서 지금 김기원 교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현실적으로 통할 수 있겠느냐 하는 그런 문제는 여전히 남는 것 같습니다.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그건 예컨대 한국은 영원히 민주주의를 못할 것이다 하는 그런 저주가 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이 경영을 한다 하는 대원칙이 이제 통할 때가 된 셈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럼 어떻게 골라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그러니까 우선 두 사람들이 부자가 물러나면서 자신을 대신할 우수한 최고경영자를 선출하는 일까지는 해주면 되는 겁니다. 그건 직접 경영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니까 그렇게 해놓고 자기는 대주주로서 국민을 위해서 좀 더 사랑받는 일들을 하면 되는 거고 실제 예컨대 박태준씨 같은 사람이 포항제철 경영할 때도 그때 전문경영인으로서 다 경영한 거고 하니까 우리 사회에서 그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좀 왜곡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 손석희 / 진행  :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가장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조치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 외에.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그러니까 총수부자가 퇴진하면서 삼성생명을 그룹에서 분리시켜야 하는데요. 이 삼성생명은,


☎ 손석희 / 진행  :

왜 삼성생명입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이재용씨로의 불법적인 그룹승계과정의 핵심고리였고 이게 탈세와도 연결돼 있으니까 삼성생명을 그룹에서 분리하는 게 마땅한데요. 그러려면 이건희 회장과 삼성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을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에 팔고 그 대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소유를 늘이면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인 금융자본이 발전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우리 경제구조도 선진화 되는 거구요. 지주회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주회사 전환 여부는 사실 삼성 거듭나기하고 아무 관련도 없는 거고 왜냐하면 지주회사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게 삼성의 비리, 무슨 불법 비자금 조성이나 계열사에 대한 총수와 가신의 부당한 개입을 줄이는데 이게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도 할 수가 없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래서 아무튼 지주회사로는 별로 소용없는 것이다, 이런 결론이신 것 같은데요. 한 가지 또 이건희 회장의 거취와 맞물려서 나오는 얘기가 전략기획실에 개편입니다. 폐지보다는 축소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또 일부 보도에서 이학수 부회장이라든가 김인주 사장의 경영일선 퇴진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런 정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이학수씨나 김인주씨는 불법비리의 핵심이니까 물러나는 게 당연합니다만 이건희 회장 부자가 물러나면서 제대로 된 책임경영체제를 수립하지 않고 일부 전략기획실 임원을 해임하거나 전략기획실 규모를 축소하는 따위는 여태까지 여러 번 보아온 눈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상당히 김기원 교수께서는 김상조 교수보다도 더 강한 톤으로 말씀하시네요.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제가 기업 현실을 조금 더 제가 경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어떻게 경험하셨습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제가 기업에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아 그러십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예.


☎ 손석희 / 진행  :

그건 제가 잘 몰랐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도 그렇고, 쇄신안을 보고 입장발표를 한다라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결국은 쇄신안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나올 것인가 지금 김기원 교수님의 그 말씀에 따르자면 아마도 내일 나오는 쇄신안은 김기원 교수님의 마음엔 다 안 들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과연 정의구현사제단이든 어디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쇄신안, 아까 말씀하신 그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사실 진정성이 아까 말씀하신 대로 중요한 건데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비리를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회개를 해야 되는데 여태까지 수사 받는 모습을 보면 쇄신안이라고 내놓는 것이 사실은 뉴타운 공약보다도 훨씬 더 기만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고 차라리 삼성스스로의 개혁을 기대하기보다는 삼성에 의해서 오염이 된 정계라든가 관계라든가 학계라든가 법조계, 언론계, 이런 걸 먼저 바로 잡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상황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예, 알겠습니다. 몇 가지 오늘 말씀을 들었는데요.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어떻게 평가하실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나에 원칙론으로서, 물론 원칙이 통해야 좋은 세상이라는 건 아는데요. 원칙론으로서 커다란 화두를 던져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방향을 제가 제시를 한 겁니다.


☎ 손석희 / 진행  :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기원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

감사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김기원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