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거듭나야 할 삼성특검과 삼성 (2008/ 4/ 13) 경향신문

동숭동지킴이 2011. 2. 23. 17:00

 

거듭나야 할 삼성특검과 삼성

 

김기원 (방송대 교수, 경제학)

 

 

  삼성특검의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임원들은 물론 이건희 회장까지 두 번씩이나 소환했으니 할 만큼은 했다고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일부 종교인과 경제5단체가 “이제 그만 하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실 한국 최고그룹 총수나 임원의 특검 출두는 별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또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경영혁신에 몰두해야 할 경영진이 이런 엉뚱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경제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그러나 비뚤어진 삼성이 바로서려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록펠러나 카네기도 강도귀족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거듭났다. 삼성특검 수사는 잘만하면 이와 마찬가지로 삼성이 거듭나고, 나아가 나라가 선진화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래서 경영혁신에 몰두해야 할 경영진이 불법비자금 조성, 불법적 경영권승계, 사회지도층 오염 따위의 일과는 담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묵묵히 일하는 삼성의 일반직원들 중에도 이런 기대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맞선 시장에서 삼성직원의 순위가 떨어진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이때까지 특검의 수사행태를 보면 적당히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검에서 자신도 조사받은 김용철 변호사가 오죽하면 “연극하듯이 수사한다”는 말까지 했을까. 구체적 사례를 김변호사가 언급했음에도 비자금 조성에 대해선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김변호사의 차명예금이 드러났는데도 임원들의 차명예금은 조사에 착수하지조차 않았다. 비자금 사용처라는 의혹을 받는 미술품의 명의와 구입자금도 따져보지 않았다. 검찰에 대한 떡값 아니 뇌물 제공은 조사시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런 판이니 특검이 아니라 특변(특별변호사)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몇 개의 가벼운 죄목만 걸어 끝낼 공산이 크다. 이는 삼성과 나라를 살리는 게 아니라 위험에 빠트리는 길이다. 삼성 일반직원들의 일할 맛을 떨어뜨리고, 불법행위와 황제경영을 지속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소불위처럼 군림했던 삼성의 비리가 이렇게 터져 나온 것만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이제는 검사들이 삼성 돈 쉽게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눈속임용의 형식적 반성조치만 취하고 실질적으로 과거 행태를 반복할 위험이 크다. 차기 총수인 이재용씨는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고 투덜거린다니, 비리가 대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총수와 가신들이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비리를 깨끗이 털어놓고, 비리의 핵심고리인 삼성생명을 계열에서 분리시키고, 총수 부자 모두 대주주의 지위는 유지하되 경영일선에선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특검은 지금까지의 수사태도를 반성하고 자신들이 못 다한 부분을 국민에게 밝히면서 검찰에 넘겨 수사에 끝장을 보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도 선진경제를 지향한다면 기업친화적이라 하지만 실제론 반시장적 반기업적이고 총수친화적인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투자에 도움도 안 되면서 황제경영과 재벌지배력을 강화시키면 IMF사태 같은 경제위기가 초래될 뿐이다. 나아가 삼성사태처럼 총수마저 불행하게 만든다. 삼성지배층과 나라지배층의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