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개발 만능주의 매달려…양극화 고민 빈곤(2007/ 8/ 23) - 한겨레신문

동숭동지킴이 2011. 2. 17. 16:12

개발 만능주의 매달려…양극화 고민 빈곤


7%성장 10년 지속해도 ‘세계 7위’ 불가능
변화된 현실따른 새 성장모델 제시 못해

 

[한겨레 대선자문단 평가]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

2007대선 유권자와 함께 하는 정책검증

한나라 이명박 후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이명박 후보가 결정됨으로써 대선전이 본격 시작됐다. <한겨레>는 23일치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이 후보의 주요정책에 대한 검증 시리즈를 게재한다. 이번 정책검증에는 한겨레 대선자문단 자문위원들과 함께 한겨레와 참여연대가 함께 기획하고 있는 ‘100인유권자위원회’ 신청자들도 참여했다. 자문위원들은 전문가의 시각에서, 유권자위원들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검증하게 된다.  한겨레는 다른 정당의 후보들에 대한 정책 검증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비전을 집약한 것이 747 공약이다. 연 7%의 경제성장으로 10년 후 4만달러의 1인당 소득을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시킨다는 약속이다. 청계천 복원에서 보여준 추진력으로 한국경제를 보잉 747처럼 ‘슝’ 하고 날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엉거주춤하고 갈팡질팡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실망한 국민들의 기대가, 이런 식의 강력한 추진력 소유자에게 쏠리면서 나타난 결과가 이번 한나라당 경선일 것이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지적되었듯이 747 공약에는 허점이 적지 않다. 후유증 없이 7% 성장세를 끌고 간다는 것은 이미 성숙단계에 도달한 우리 경제에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연구기관들의 이구동성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현재 세계 7대 강국인 이탈리아가 토끼처럼 잠자고 있어도 우리의 7% 성장률로는 10년 뒤에 이탈리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도 잠만 자고 있지는 않다. 작년 성장률이 2.6%였다. 정치인의 광고도 광고인지라 과장이 없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줘야 할까 싶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 공약에 깔려있는 경제철학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나라가 강대해지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후보의 공약에는 ‘성장 만능주의’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다. 성장만 하면 분배는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경제가 성장만 하면 좋아진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런가.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해서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모른단 말인가. 양극화 문제에 대한 ‘고민의 빈곤’ 탓이 아닌가 싶다. 성장을 위해 분배개선은 참자고 한 박정희 정권이 차라리 이 후보보다 더 솔직했던 셈이다.

 

  성장의 방식도 문제다. 토건업자 출신이라 그런지 이 후보는 한반도 운하 개발과 같은 1960~70년대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보잉 787이라는 신형모델이 이미 나왔는데도 한물간 모델인 747을 흉내낸 것일까.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변화된 현실에 따른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고속도로 건설시대의 과거를 지향하는 성장방식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의 성장전략이 유형적 자본보다 무형의 인적자본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망각한 ‘상상력의 빈곤’ 탓이라 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개발 관련 비리를 떨치지 못하는 것도 이 후보 자신이 과거 ‘개발 만능주의’의 유령에 사로잡힌 결과가 아닐까.

 

김기원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장 (방송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