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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속 김기원(22.8.20 중앙선데이)

동숭동지킴이 2022. 9. 12. 16:32

[사설] 절박한 노동개혁, 소외층·MZ노조 주목한다

폭력·정치투쟁 일삼는 귀족노조 힘 빼서

경사노위 같은 위원회 과잉대표 줄여야

 

연공급 등 낡은 규제 폐지에도 이해 일치

“이제 거대기업 노조는 엥겔스가 말한 ‘노동귀족’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략) 재벌 체제에 대한 개혁을 재벌 손에만 맡겨둘 수 없듯이 노동시장 개혁도 거대기업 노조의 자율에 맡겨두기 힘들어졌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면인 셈이다.”

진보 경제학자 고(故) 김기원의 10년 전 저작인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의 한 대목인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국금융노동조합(금융노조)은 어제 총파업 찬반투표를 했다. 평균 연봉 1억원을 받는 은행노조는 연 6.1% 임금 인상과 주 36시간 근무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16일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금융노조는 귀족노조이면서 ‘정치노조’이기도 하다. 금융노조가 속한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정책연대를 했다.

민주노총의 과잉 정치투쟁과 불법 폭력투쟁은 수위가 더 높다. 최근 8·15 노동자대회에선 한·미 동맹 해체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해 아예 대놓고 종북(從北)노선을 따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하이트진로 서울 본사에 난입해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위험 인화물질인 시너통까지 준비했다.

노동개혁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 중에 대기업(13.2%)에 다니면서 정규직(63.7%)이며 노조에 가입(26.1%)한 노동자는 전체의 8.1%(166만 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주로 돈 잘 버는 자동차·조선·철강·방송·통신·은행업 등 독과점 산업과 공기업에 속해 있다. 따뜻한 기득권 세력인 셈이다. 그런데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 각종 정부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전체 노동자의 30.2%에 달하는 618만 명의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노동자의 이익을 옹호할 것으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개혁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그는 “지금의 노동법 체계는 2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산업 구조에 맞도록 노동법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관계 전문가와 함께 올해 초 발간한 『새로운 노사관계 연구』에서 노사정위원회의 성과를 “짧은 성공과 긴 좌절”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장애인·여성·외국인 등 소외된 새로운 노동계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외국인노동자쉼터같이 노조는 아니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준노조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더 담아야 한다. 그래야 제 밥그릇만 챙기며 폭력 투쟁을 일삼는 기존 노조가 과잉 대표하지 않을 것이다. 비대해지고 관료화된 지금의 경사노위도 준노조 등 소외계층이 더 많이 참여해 유연하고 개방된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으로 개편해야 한다.

 

실리적이고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 노조에도 힘을 더 실어줄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정치 투쟁에 힘쓰는 양대 노총과 거리를 두고 노동 현장을 개선할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한다.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이나 산업혁명 시대의 낡은 노동 규제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선하는 데에도 MZ세대의 이해가 일치한다. 김기원 교수가 말했던 노동시장 개혁에서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소외계층 노조와 MZ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