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논문, 칼럼 등 소개

제7회 김기원학술상 수상자 논문 요약 및 발표자료

동숭동지킴이 2022. 12. 1. 21:28

플랫폼 경제의 부상과 노동과정의 변화

 

박수민 (연세대학교)

 

본 논문은 한국 플랫폼 음식배달 노동의 사례를 통해 플랫폼 자본주의가 기술을 이용하여 이윤을 만들어가는 작동방식을 밝히는 연구이다. 기업이 유연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데이터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를 통해 플랫폼 자본에 스며들어 있는 기술중심적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노동자들의 구체적 노동경험과 충돌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연구는 현장조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연구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음식배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을 중심으로 현장연구를 진행하였다. 3년간의 장기간 추적을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션, 노동과정, 알고리즘 개발이 서로 얽혀서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였다. 이를 통해 플랫폼 기업이 한국의 불안정 고용체제를 활용하여 성장해 온 전략, 성장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경험한 노동과정의 변화를 분석했다.

 

첫째, 이 연구는 플랫폼이라는 글로벌 기술자본을 특고라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여, 플랫폼 자본주의가 로컬의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제도와 상호작용하면서 적합한 형태로 변형되고 구성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을 밝혔다. 한국의 음식배달 시장은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특고라는 불안정 노동을 동원한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이후 글로벌 기술자본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자본이 시장에 등장함에 따라 고용관계와 노동과정도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은 국내 자본을 일방적으로 지배하거나 흡수하기 보다는 경쟁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산업을 움직이고 있다. 이미 구축되어 있던 불안정 노동시장은 자본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지역적 조건으로 작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배달노동자들은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증가하는 상황을 경험한다.

 

둘째, 이 연구는 배달 플랫폼에서 나타나고 있는 알고리즘을 분석하여 기술에 내포된 권력관계를 드러냈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을 통해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수량 유연성과 임금 유연성을 달성하고, 노동자들의 시공간을 통제한다. 특히 시장상황에 한발 앞서 반응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매우 빈번하게 바꾸는데, 이러한 변화는 노동자들에게는 임의적이고 일방적인 노동조건의 변경으로 받아들여진다. 임의성은 합리적 통제기제로서의 정당성을 약화하며, 노동자와 자본 사이의 구조적 적대감은 더욱 강화된다.

박수민-7회 수상자 발표문.pdf
0.16MB

마지막으로, 알고리즘 통제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노동과 사회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플랫폼 경제에서 작업장은 기술과 규범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혼종성을 띠게 된다. 먼저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통해 노동자가 시공간을 인지하게 됨에 따라, 노동공간은 데이터와 실재가 결합한 혼종공간의 성격을 띠게 된다. 기술로 매개된 혼종공간이 출현함에 따라, 이 속에 포함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규범이 충돌을 일으킨다. 배달이라는 노동과정에서는 공공도로의 규범과 빠른배달이라는 작업규범이 충돌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일상의 노동실천을 통해 이러한 가치의 충돌을 헤쳐 나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지는 혼종성은 기술자본이 공장의 담을 벗어나 사회공장을 만들어내는 구체적 양상을 보여준다.

 

핵심 되는 말: 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노동, 노동과정론, 배달노동, 혼종적 작업장, 작업장 체제, 알고리즘 통제, 사회적 공장, 데이터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