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12월 추억의 글: 감사인사

 

감사 인사드립니다.

지난 12월 7일 제 남편인 故 金基元 교수가 갑자기 별세한 후, 정신을 제대로 차릴 겨를도 없이 장례를 마쳤습니다. 

남편은 10월 14일 독일에서 암 선고를 받았지만 어떻게든 암과 싸워 이겨보겠다고 하던 중이라, 이렇게 갑자기 운명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한국으로 급히 귀국하는 비행기에서도 자신이 바라는 통일 경제 연구의 방향이 이제 겨우 잡혀가는데 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임을 너무나 안타까워했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 가운데도 여러 교수님들, 친구와 선후배님들, 그리고 지인들께서 따뜻한 마음으로 저희 가족을 위로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고인과 뜻을 같이 한 학문적 동지들에게는 제가 남편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갑자기 큰일을 겪다보니 준비가 부족하여, 장례 기간 동안 혹시라도 결례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편은 우리 사회가 보다 인간적인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염두에 둔 통일 경제에 대한 대안 제시를 눈앞에 둔 채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살아나가는 동안 제가 비록 학문적 과제는 이어받을 수 없지만,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인의 뜻은 조금이라도 이어받으려 노력하고자 합니다.

선생님의 문상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앞으로 선생님 댁에 경사스런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제게도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꼭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2014년 12월

李秀禧 拜上

900김창호, 박복영, 외 89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