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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29 추억의 글: 피 흘리는 독일대학

동숭동지킴이 2018. 5. 29. 08:08

<피 흘리는 독일대학>

어제는 튀빙엔(Tübingen) 대학에 연구년으로 와 계시는 분이 베를린으로 와서 특강을 했습니다. 특강이 끝나고 나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5월 19일에 튀빙엔 대학에서 4000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사진 첨부). 이런 규모의 시위는 근 4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시위의 주요 슬로건은 “대학이 피 흘린다”(Die Universitäten bluten aus.)였다고 하네요.

대학의 재정이 핍박을 받아 300명 정도의 교직원을 잘라야 하고, 강좌의 15~20%를 없애야 하는 상황에 대한 항의시위였습니다. 독일의 대학등록금이 무료인 것은 좋은 일인데, 재정이 이렇게 핍박받는 독일 대학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정이 핍박받아 교육지출이 크게 줄고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는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에는 놀랍게도 교직원도 동참했습니다. 의대학장이 의사가운을 입고 시위에 참가했는가 하면, 대학총장이 시위대 앞에서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학의 구조조정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독일에선 총장까지 가두로 나선 형편인 것이지요. (미국의 Salt Lake city에 체재할 때 시장이 이라크 침공 반대시위에 동참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일은 항의의 표시로 대학에서 24시간 연속 강좌를 개최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교수가 강의를 강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독일에선 이렇게 대학 전체가 항의의 표시로 특별 연속강좌를 열기도 하네요.

그리고 특기할 사항은, 튀빙겐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실한 대학이 아니라 얼마 전 독일연방정부가 특별히 지원하기로 한 상위(?) ‘엘리트 대학’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대학재정 지원을 직접 담당하는 주 정부는 보수정당이 아니라 사민당-녹색당이 연정을 꾸리고 있는데도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 것이지요.

총장까지 데모에 나선다고 하니 주정부에서 협상하자고 했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교육을 포함한 복지의 양과 질을 어떤 수준으로 이끌고 가야 하는가는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총장은 폐지되었던 대학등록금을 다시 받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열악한 대학재정 상황은 다른 면에서도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어제 베를린에 오신 튀빙엔 연구교수는 그 대학 영빈관(Guest House)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숙소의 화장실이나 부엌이 같이 붙어 있지 않고 다른 층에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식사 챙기고 세수하려면 계단을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방 사이의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옆방 다른 사람의 기침소리까지 들리는 형편이니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지요.

그리고 매주 1시간 30분의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 강사료가 16주 1학기(한 달이 아닙니다!)에 700유로(100만 원)이라고 하네요. 1000유로 정도인 베를린자유대학 수준도 낮지만, 그보다도 더 낮지요.

그분은 연구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월급이 나오니 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독일에서의 강사료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그 강사료만으로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었습니다.

정식 교수(한국의 정교수보다 사실상 더 높은 지위)가 되면 사정은 다르지만, 그 이전에 한국으로 따지자면 전임강사나 조교수, 부교수의 소득은 한국에 비해 아주 낮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이 식사하러 가면 손님인 그 초빙교수가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그 대학에서 저보고 한번 와서 특강을 해달라고 했는데, 강사료는 없고 차비와 숙박비만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열악한 재정형편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런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독일의 대학상황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습니다.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독일의 대학 상황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 흘리는 독일대학>

어제는 튀빙엔(Tübingen) 대학에 연구년으로 와 계시는 분이 베를린으로 와서 특강을 했습니다. 특강이 끝나고 나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5월 19일에 튀빙엔 대학에서 4000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사진 첨부). 이런 규모의 시위는 근 4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시위의 주요 슬로건은 “대학이 피 흘린다”(Die Universitäten bluten aus.)였다고 하네요.

대학의 재정이 핍박을 받아 300명 정도의 교직원을 잘라야 하고, 강좌의 15~20%를 없애야 하는 상황에 대한 항의시위였습니다. 독일의 대학등록금이 무료인 것은 좋은 일인데, 재정이 이렇게 핍박받는 독일 대학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정이 핍박받아 교육지출이 크게 줄고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는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에는 놀랍게도 교직원도 동참했습니다. 의대학장이 의사가운을 입고 시위에 참가했는가 하면, 대학총장이 시위대 앞에서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학의 구조조정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독일에선 총장까지 가두로 나선 형편인 것이지요. (미국의 Salt Lake city에 체재할 때 시장이 이라크 침공 반대시위에 동참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일은 항의의 표시로 대학에서 24시간 연속 강좌를 개최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교수가 강의를 강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독일에선 이렇게 대학 전체가 항의의 표시로 특별 연속강좌를 열기도 하네요.

그리고 특기할 사항은, 튀빙겐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실한 대학이 아니라 얼마 전 독일연방정부가 특별히 지원하기로 한 상위(?) ‘엘리트 대학’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대학재정 지원을 직접 담당하는 주 정부는 보수정당이 아니라 사민당-녹색당이 연정을 꾸리고 있는데도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 것이지요.

총장까지 데모에 나선다고 하니 주정부에서 협상하자고 했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교육을 포함한 복지의 양과 질을 어떤 수준으로 이끌고 가야 하는가는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총장은 폐지되었던 대학등록금을 다시 받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열악한 대학재정 상황은 다른 면에서도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어제 베를린에 오신 튀빙엔 연구교수는 그 대학 영빈관(Guest House)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숙소의 화장실이나 부엌이 같이 붙어 있지 않고 다른 층에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식사 챙기고 세수하려면 계단을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방 사이의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옆방 다른 사람의 기침소리까지 들리는 형편이니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