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을 대신하여>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우선 제1회 김기원 학술상을 수상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마음 충만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함과 송구함이 마구 샘솟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故 김기원 선생의 업적과 발자취, 그리고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알기에, 혹여 제가 그 분의 명예에 혹시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녹녹한 것이 아님은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그리고 이미 걷고 계신 여러분들이 모두 아실 것입니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광폭한 시장의 힘 앞에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않으면서도 경제학자에게 요구되는 학문적 치열함과 엄밀함을 견지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故 김기원 선생은 후학들에게 진보적 경제학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온 몸으로 증명해보이신 스승님이셨습니다.
제가 감히 김기원 선생의 학문적 정신을 두 가지로 정리해본다면, 그것은 ‘성역없는 비판’과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아닐까 합니다.
일찍이 선생께서는, 일체의 도그마(dogma)를 거부하시고 진보진영 내에 노동계급에 대한 거의 물신화된 숭배가 만연했던 그 시절에도, 노동운동 주체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과 문제제기를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때론 선생님의 이런 태도가 선생님을 과도하게 논쟁적인 분으로 만들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노동운동에 대한 선생님의 여러 쓴 소리들에 좀 더 빨리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드는 사람이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선생께서는 항상 객관적 현상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하여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이러한 실사구시의 태도야말로 모든 진보적 경제학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지난 6월에 지도교수님을 여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故 윤진호 교수님과 함께 방송통신대 연구실에서 故 김기원 교수님을 뵈었던, 두 분과 동시에 같은 공간에 있었던 1996년의 그날이 떠오릅니다.
하루가 멀게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권부의 중심에서 독재자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경제학 교수들과 이제는 영원히 만나 뵐 수 없게 되어버린 ‘시대의 스승님’두 분의 삶이 정말 대비되는 요즘입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김기원 선생의 학문적, 실천적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나가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말씀을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책, 논문, 칼럼 등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기원을 그리워하는 김영배기자님의 글: 먼 곳에서 온 편지, ‘개성의 꿈’ (0) | 2018.05.02 |
---|---|
[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유능한 진보’의 길 (0) | 2018.04.02 |
제1회 김기원학술상 수상자 선정 결과 (0) | 2018.03.30 |
남편이 존경했던 선배 이정우교수님의 추도사 (0) | 2018.03.19 |
하늘에서도 아내를 걱정하고 있을 당신에게(6) (0) | 2018.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