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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18 추억의 글: 노동귀족의 살아가는 모습

동숭동지킴이 2017. 6. 18. 09:47

<노동귀족의 살아가는 모습>

한국 노동귀족(labor aristocracy)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생산직 노동자도 귀족이 될 수 있으니 한편으로는 세상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특별한 능력이나 기여 없이 노동자가 귀족이 되는 것은 세상이 잘못된 징후이겠지요. 아니 노동자 사이에 귀족과 천민의 구별이 존재하는 게 잘못된 것이지요.

...

90년대에 이미 포스코 정규직 생산직(전부는 아니겠지만)의 취미가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일이 있습니다. 아마도 포스코나 현대차의 정규직 생산직 중에는 골프를 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운동으로서의 골프를 비난하는 것은 아님.)

다만 이런 노동귀족을 도덕적으로 비난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특권 구조 속에 들어간 것이니까요. 마르크스의 "도덕적 비판이 아니라 비판적 도덕이 중요하다"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됩니다. 또 박정희시대처럼 강압적으로 노동귀족의 임금을 조정할 수도 없습니다.

요컨대 기업 사이의 관계나 노동시장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거대기업-중소기업 사이의 관계를 바로잡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고, 또한 복지를 강화해 기업임금의 부당한 차이를 사회적 임금을 통해 완화시켜야 하겠지요. (공무원과 공공부문에 대해선 시장의 논라기 작동하지 않으니까 민주적 압력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부분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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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a

현대 자동차 노동자 이종사촌 형
-한국 상층 노동자 가정

나의 이종사촌 형은 어렸을 때 가난하게 고생하며 성장했다. 형은 다수가 가난했던 1970년대, 집안 형편이 무척 어려워 중학교 시절에는 양계장 노동자로 일했고, 경주공고 야간부에 진학해서는 서점 점원으로 일했다. 형의 동생인 이종...사촌 누나는 형편이 어려워 여유있게 살던 우리 집에서 밥을 얻어 먹었고 야간 고등공민학교를 다니면서 우리집 점원으로 일했다. 1970년대 이땅의 가난한 민중의 딸이던 이종 사촌 두나 둘은 고등학교 졸업 후 삼도물산과 경주 풍산금속 공장에 여공으로 취직했다.

형은 고 3 때, 돈이 없어 신학대학 진학은 포기하고, 군대 제대 후 80년대 초, 포항제철에 취직할까, 울산의 현대자동차에 취직할까를 고민하다가 현대자동차에 노동자로 취직했다. 그는 아직까지 현대자동차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형은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둔 가장이다. 형은 생산 현장의 노동자인 동시에 주식투자자이며 재산 10억대 부동산 자산가이다. 형은 한국자본주의가 배출한 성공한 부르주아노동자의 대열에 들어간 사람이며 한국 자본주의와 재벌 기업 대약진의 수혜자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항제철(포스코), 현대제철(구 강원산업) 공장에 입사한 형과 많은 동네 친구, 후배, 형은 80년대 착취받던 가난한 노동자에서 이제는 모든 서민들이 너무나 부러워하는 '귀족'노동자(특권적 노동자)가 되었고 연봉 1억이 넘는 월급쟁이 부르주아가 되었다. 80년대에는 상상할 수 없없던 일이 2000년 이후 현실-노동자의 부르주아화-이 되어 버렸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부르주아 현상은 마르크스 연구자, 노동문제 연구자인 나를 몇년 전부터 당혹하게 했고, 고전적인 계급이론을 재검토하도록 하였다.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더 이상 궁핍하지도 않고, 더 이상 무산계급도 아니고, 이들이 사회 전체를 해방시킬 '보편계급'이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혁명적 프롤레타리아계급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방패삼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이권집단이며, 평범한 노동자이며 시민이다. 한국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19세기 엥겔스가 묘사했던 영국의 비참한 노동자나 1970년대~1980년대 가혹하게 착취받던 강원도 탄광, 구로공단, 울산, 포항 대공장의 노동자들이 아니다. 아직도 그것을 연상하는,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직접 대기업 공장에도 가보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집도 방문하고, 그들의 차도 살펴보고 라이프 스타일과 의식을 조사해보기 바란다.

형의 아들은 대학을 나와 회사에 다니고 딸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형과 형수는 좋은 차를 굴리고 잘 먹고 잘 입고 산다. 남 부러울 게 없다. 돈 걱정도 없다.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은 형이 부자로 출세했다고 엄청 선망한다. 형수보고 시집 잘 갔다고 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형은 자식 대학 등록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무상으로 대학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월급도 많지만 기업 복지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스웨덴이나 독일 노동자가 부럽지 않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잘 살기 때문이다.

형은 고급차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며, 미국 연수도 갖다 오고, 휴가철이면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족과 함께 즐긴다. 형에게 물어보니, 노동강도도 그렇게 세지 않다고 한다.

"형, 공장에서 노동강도가 셉니까? 할만 합니까? 어떻습니까?힘들지 않아요?"
"힘드는 것 없다. 할만 해. 힘든 일은 비정규직이 하는 경우가 많지."

"형은 착취받는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지. 착취? 무슨 착취? 우리는 받을 만큼 받는다고 생각해.
나는 운이 좋은 거야. 회사를 잘 선택했지. 나는 한국 자본주의가 고마운 거지.
사내 비정규직과 사외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너무 고생하고 저임금을 받아 때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거 같아서."
"그래도 형은 양심은 좀 있네. 형한테는 좀 미안한 이야기인데, 현대차 정규직의 초과임금은 현대차 자본이 비정규직과 하청기업을 수탈한 초과이윤의 일부가 주어진 것입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거 맞아."

"형은 노후 걱정이 되나요?"
"나는 노후 준비를 다 해놓았어.
돈도 좀 모으고 집도 사고 부동산도 있고, 주식도 좀 있지."

"형은 좋네요. 형, 현대자동차 직장이 로또네요.
형, 사는 게 걱정 없어서 부러워요."
"너도 나처럼 공장에 취직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하러 공부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