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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25 추억의 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서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동숭동지킴이 2017. 6. 25. 10:09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서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불법 행위를 덮기 위해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의 공개라는 또다른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불법의 눈덩이 굴리기"가 진행되는 셈인데, 참으로 어처구니 없습니다.

게다가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대선개입이 혹시라도 박근혜후보 캠프와의 담합 속에서 진행되었다면 이 역시 큰 문제이지만, 만약 이번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청와대의 동의(또는 지시) 하에 이루어졌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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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울 것도 몇개 있을 것 같아서 그걸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첫째로, 오늘자 조중동이 1면에 거의 같은 제목을 뽑았습니다. 마치 노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나라를 갖다바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입니다. 이런 인식의 문제점에 대해선 다른 분들이 충분히 지적했기 대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중동" 중에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합리적 보수로서의 위치를 가지려고 하는 듯하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를 게 없어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100%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각 신문의 사설은 약간씩 달랐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가장 극단적이었고, 다른 신문은 상대적으로 약간 덜했습니다.


2) 누가 큰 인물인가는 이런 정치적 격돌의 순간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를 통해 드러납니다.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가, 아니면 한편에서 욕을 먹을 각오를 하면서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가 하는 걸 보면 대성할 인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기타 정치인들의 행태를 주목해 보십시오. 지난 대선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던 그들인지라 저는 그들에게 큰 기대를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그 사이에 인물이 성숙해졌는지를 다시 한번 판단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름판에서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인물의 됨됨이는 정치적 위기(대립)의 순간에 드러납니다. 인물들의 force test가 되는 것이지요.


3) 이번 사태는 GH 통치 하에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잇을 것입니다. 진보개혁진영의 인사들 중에서도 일부는 GH에 대해 기대를 걸어온 것 같은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MB 정권에 대해 최장집 교수는 "보수 정권이지만 민주주의정권이다"고 하면서 사실상 MB 정권을 옹호했습니다. 노무현정권에 대해서는 "사이비 민주주의 정권"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했던 분으로선 일관성 없는 정치발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GH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기대를 하는 분들은 좀더 사려깊게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교수처럼 어이없는 판단을 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대의 요구에 따라 불가피하게 GH도 복지 확대 등에서 일정한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사태의 전개는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제가 누차 강조했듯이 한국사회에서는 "진보-보수"의 X축과, "개혁-수구"의 Y축과, "남북한 대화협력-긴장대결"의 Z축이라는 세 개의 대립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개의 축은 상호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즉 이번 NLL논란처럼 Z축이 부각되면 X축과 Y축에서의 발전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최장집교수처럼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GH의 한계를 잘 깨닫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GH세력에는 Y축의 수구세력, Z축의 긴장대립 세력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4) 그리고 이왕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되었으니, 도대체 남북한 정상들은 어떤 주제를 어떻게 토론하는지 한번 공부해보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정치를 공부하는 좋은 자료이고, 토론의 기법을 공부하는 자료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어이 없는 행태에 한편으로 분개만 할 게 아니라, 이처럼 배울 부분을 찾는 것도 정신건강에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