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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추모사: 남편이 좋아했던 방송통신대 윤용식 명예교수님의 글입니다!

동숭동지킴이 2015. 12. 15. 08:05

김기원 교수를 애도하며

 

會者定離란 말이 있지만, 김 교수가 우리 곁을 갑자기 떠나간 지가 벌써 1년이 됐군요. 이 늙은이는 나이 적은 김 교수가 그리 빨리 먼저 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었지요.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완전히 놓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많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와 전 직장에서 마음이 제일 잘 통하는 사이였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등산이라도 가자 하면, 선뜻 그러지요할 것 같군요.

김 교수여, 우린 아직 이승에 살고 있지만, 조만간에 김 교수 따라, 예고도 없이, 순서도 없이, 아무 때나, 어디서나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게 돼있는 운명들이지요. 이것은 어김없는, 가장 확실한 우리 인생의 鐵則이니까요.

 

그런데 세상에는 이러한 철칙을 망각하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세하는 자들이, 김 교수가 떠나기 전이나 후나 橫行하고 있답니다. 아니 요새가 더한 것 같습니다. ‘權不十年이라는데, 권력이 고작 2년여밖에 안 남은 자들이 이미 수천 년 장구히 이어온 이 민족의 역사를, 옛 왕들도 감히 손을 잘 대지 못했던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 날조를 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꼭대기 한두 사람의 그릇된 욕망이 결국 국가적 혼란의 단초가 된 듯한데, 옆에서 누구 하나 직언이나 비판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있어도 본인이 그를 용납 안하는 독선적, 불통적 성품이니까, 배신자의 정치운운하는 소릴 들을까 보아, 아무도 말을 못했을는지 모르지요. 사람이 욕심이 앞서면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합리적 판단을 잘 못하는 경우를 이 늙은이 80 가까운 생애에 많이 보아왔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국사 국정교재는 99.9%가 불채택되고, 90%의 선생님들이 좌파라고 하는 식의 독단은 무슨 억지입니까? 자기와 다르면 다 좌파라는 식인데, 그럼 자기들은 진보 쪽에서 다 친일 독재파라면 수긍할 겁니까? 국민여론도 이미 반대가 과반인데, 자신들이 평소 국회에서 주장하던 다수결원칙은 다 어디 두고 牽强附會만 거듭하나요?

 

이럴 때 김 교수가 있었다면 얼마나 명쾌한 분석과 해법을 내놓았을까 하는 마음, 아쉬움이 간절합니다. 이 사회가 이럴 때 꼭 필요로 하는 김 교수임에, 어찌 그리 빨리 갔습니까. 김 교수여, 너무 안타깝군요. 요즘 이 나라엔 상식, 정의, 공정 따윈 무시되고 오직 권력에 비이성적, 비양심적으로 아부하는, 특정지역 인사들만이 출세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어요. 이 정부의 검찰, 경찰 인사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런 비정상의, 막무가내식 인사가 박근혜의 비정상의 정상화인가요? 100% 국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노동자를 아주 위할 것처럼 전태일거리를 후보가 되면서 제일 먼저 방문하고는, 요즘은 노동법을 해고가 쉽게 바꾸려하고 있습니다. 자긴 이런 진실치 못한 행동을 하면서, “진실한 사람만 총선에서 뽑아 달라 운운하니, 소가 웃을 일 아닌가요?

 

이로 보아 저간의 우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자들을 선거 때마다 더 많이 우리가 뽑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야당이 그 대안 세력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못 받았다는 뜻도 되겠지요. 어찌 보면, 요즘 야당들은 정부여당이 독재하기에 꼭 알맞을 만큼 무능, 무기력하고 또 분열하고 있어요. 아니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문제가 있지요. 지난 대선과정에서 개표 부정과 국가기관 개입 등이 드러났지요. 투표함을 열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앙선관위가 어떻게 그리 국민들 마음을 먼저 알고 미리 통계수치를 발표했는지, 또 엄정중립을 지켜야할 국가기관들이 어찌 그리 불법 개입을 한 것인지. 一言以蔽之하고 이는 선거무효감 당선무효감이 아닙니까? 이런 부정 앞에서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3.6% 더 득표한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선거 직전 김용판의 국가기관 불개입이라는 허위 발표가 없었다면, 박근혜를 찍지 않았을 것이란 국민이 9.7%나 되어 당락을 뒤집고도 남을 수치지요. 여기서 또 무척 해괴한 일은 당사자 야당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럴 땐 여당보다 야당의 해명을 좀 먼저 들었으면 해요.

어쨌든 기관 개입은 재판으로도 이미 판결났으니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한 마디로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요? 대법원은 고발된 이 사건을 왜 법정 기일 내에 심의하지 않고 연기만 거듭합니까? 대법원은 53백만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아니고 특정 정파의 시녀입니까?

이럴 때 김 교수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그 용의주도함, 박식함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왜 그리 빨리 떠나갔나요?

 

김 교수는 가히 천재라 할만 했어요. 천재들은 대개 이기적이고 게으른 편인데, 김 교수는 결코 이기적이지도 게으르지도 않았어요. 누구보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인간적이었습니다. 또 정의감이 있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또한 무척 양심적이었습니다. 참으로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너무나 아깝고 또 아깝습니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군요. 김 교수여, 어느덧 滿山紅葉의 가절이 이 땅에서 지나고 嚴冬雪寒이 온 이때, 그 곳 天國은 어떻습니까? 그간 하늘나라 생활이 어땠습니까? 김 교수만은 하나님이 잘 위해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김 교수여, 부디 그곳 천국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평안히 永生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5. 12. 7. 윤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