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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노조·희망버스 비판했던 진보 경제학자의 유고집

동숭동지킴이 2015. 12. 12. 10:50

[따끈따끈 새책]개혁적 진보의 메아리…'경제학자 김기원 유고집'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입력 : 2015.12.12 03:10
     

귀족노조·희망버스 비판했던 진보 경제학자의 유고집
진보의 메아리'는 진보 경제학자였던 고 김기원 교수가 별세 직전까지 3년여 간 글을 써온 블로그 이름이다. 김기원추모사업회가 이를 엮어 동명의 유고집을 펴냈다.

김 교수는 일제 귀속재산 연구를 통해 재벌의 근원을 파헤치고 재벌개혁 주장에 앞장섰던 대표적 진보 학자였지만 진보 진영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진보에게 더 아픈 진보학자였다. 그 쓴소리는 진보진영의 성역과도 같은 노동계 또한 비켜가지 않았다.

'현대차 노동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또 하나의 기득권이 된 정규직 노동조합의 행태를 비판했다. 2005년 현대차 노조의 전현직 간부가 종업원 채용과 관련 뇌물을 받은 사건, 정규직 자녀를 우선 채용 하도록 하는 단체교섭안을 제시한 것을 예로 들며 정규직 노조의 '수구성'을 고발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등 노동자 간 연대를 끊어냄으로써 자신들의 특권 유지에 힘쓰는 것은 보수와 재벌의 '수구적 행태'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았던 송전탑 투쟁과 희망버스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투쟁은 어느 정도 형편이 나은 사람이 투쟁을 통해 나아질 전망이 보일 때 할 수 있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래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송전탑에 오를 수 있었지만 1차,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오를 수 없다고 봤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은 노동평민에서 노동귀족으로 신분상승 하려는 것이라는, 위험할 만큼 직설적인 평도 내렸다.

김 교수가 제시한 노동문제 대안은 '노동의 유연안정성 확보'와 '복지 확대'이다. '복지확대→노동자 사이의 실질격차 축소→노동유연성 향상→비정규직 사용 축소'라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경영상황에 따른 고용조정에 대한 대기업 노동자들의 저항이 줄어들어 자본 측에도 좋은 일이라고 보수진영을 설득하기도 했다.

귀족노조와 노동 투쟁에 대한 세밀한 행태분석 과정과 달리 그 대안으로 제시된 '노동의 유연안정성'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추상적 개념이다. 비록 시장의 효율성과 삶의 안정성의 결합이라는 모순되며 요원해 보이는 대안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진보가 진영 논리에 갇혀 들여다보지 않는 틈새를 파고든 학자로서의 남다른 자세가 돋보인다.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김기원 지음. 김기원추모사업회 엮음. 창비 펴냄. 376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