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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개혁 속에서 거듭나야 한다: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

동숭동지킴이 2015. 12. 11. 03:36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는 타계 1주기를 맞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 고 김기원(1953~2014) 교수의 유고집으로, 2011년 3월부터 2014년 9월가지 자신의 블로그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에 쓴 글을 김기원추모사업회가 주제별로 뽑아 엮은 것이다. 

김기원 교수는 갑작스런 암 판정 이후 타계 직전까지도 블로그에 글을 올릴 정도로 정열적으로 연구와 집필에 전념했다. 진보적인 입장에 있으면서도 진보주의가 갖기 쉬운 경직성이나 도그마를 경계하며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다. '현실에 기반한 진단한 대안 제시'를 자신의 큰 원칙으로 삼으며 실천해 동료와 후학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일생동안 고민했던 주제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였다. 제1부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이 같은 갑을관계는 자본가와 노동자 등 고전적인 불평등·부자유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현안"이라며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복지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진보진영에 대한 쓴소리도 담겨있다. 제2부 '노동, 그 진실을 찾아서'에서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진보진영의 일반론에 대해 그들이 모델로 삼는 북유럽의 '고부담 고복지'는 조세저항이 따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 그 같은 고복지는 특정한 정치적 환경 하에서 이뤄진 것인데 진보진영이 이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부족함을 지적한다. 

'재벌개혁'에 대한 근거도 적었다. 김 교수는 "흔히들 재벌개혁을 '재벌 죽이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이기도 한 재벌을 죽여 무슨 득이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는 '재벌개혁'은 '재벌타도'가 아닌, 독재적 경영행태로 무능과 부패에 빠진 재벌그룹과 한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책에는 노동운동과 노동계에 대한 지적, 한국 정치개혁의 과제와 전망, 북한사회의 변화와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가 담겨있다. '희망버스', '신정아 사건', '진주의료원 사태' 등 한 때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사안들을 사례로 들었다.

한편 김기원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 동경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유타대 경제학과 객원연구원 등을 지냈다. 일제 귀속재산 연구를 통해 근원을 파헤친 그의 박사학위 논문 이후 '미군정기의 경제구조'로 출간됐고, 1990년대 들어서는 재벌문제를 오랫동안 천착해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면서 '재벌개혁은 끝났는가'를 펴냈다. 그 외에 '현대자본주의론', '한국산업의 이해', '생활속의 경제', '경제학 포털',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등을 썼다. 창비.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