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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이 재벌 타도는 아니잖나"

동숭동지킴이 2015. 12. 10. 08:49

"재벌 개혁이 재벌 타도는 아니잖나"
진보 경제학자 김기원 교수 유고집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
김기원추모사업회 엮음 | 창비 | 1만8000원
입력시간 : 2015. 12.10. 00:00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 고(故) 김기원 교수(1953~2014)의 유고집이 나왔다. 이 책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는 김 교수가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들을 김기원추모사업회가 주제별로 뽑아 엮은 것이다.

생전 김 교수는 진보진영에 있으면서도 진보가 갖기 쉬운 경직성이나 독단을 경계하며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늘 진보는 개혁 속에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하며, 현실에 기반한 진단과 대안 제시를 원칙으로 삼고 실천했다.

그런 그가 일생동안 고민했던 주제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이다. 제1부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갑을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이 같은 갑을관계는 자본가와 노동자 등 고전적인 불평등ㆍ부자유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현안"이라며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복지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진보진영에 대한 쓴소리도 적혀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진보진영의 일반론에 대해 그들이 모델로 삼는 북유럽의 '고부담 고복지'는 조세저항이 따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 그 같은 고복지는 특정한 정치적 환경 하에서 이뤄진 것인데 진보진영이 이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부족함을 지적한다.

'재벌개혁'에 대한 근거도 적었다. 김 교수는 "흔히들 재벌개혁을 '재벌 죽이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이기도 한 재벌을 죽여 무슨 득이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는 '재벌개혁'은 '재벌타도'가 아닌, 독재적 경영행태로 무능과 부패에 빠진 재벌그룹과 한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노동운동과 노동계에 대한 지적, 한국 정치개혁의 과제와 전망, 북한사회의 변화와 대북정책에 대한 노학자의 견해가 담겨있다. '희망버스', '신정아 사건', '진주의료원 사태' 등 한 때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사안들을 사례로 들었다.

한편 김기원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 동경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유타대 경제학과 객원연구원 등을 지냈다. '미군정기의 경제구조', '재벌개혁은 끝났는가', '현대 자본주의론',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등을 펴냈다.

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