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통신

베를린 통신 (41) : <여성의 공익근무는 어떤가> 등

동숭동지킴이 2014. 10. 12. 04:44

 

베를린 통신 (41) : <여성의 공익근무는 어떤가> 등

 

(1) 생략

 

(2) 베를린에 있으니 저희 학교 소식은 잘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교육부가 저희 학교 총장 임명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며칠 후에 총장후보 1순위로 뽑힌 교수가 전체교직원에게 메일을 돌렸습니다.

 

그 메일에 따르면 그 교수만이 아니라 2순위로 같이 추천된 교수마저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답니다. 게다가 무슨 사유로 부적합한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교육부의 이런 행태는 저희 학교만이 아니라 최근 공주교육대학과 한국체육대학에 대해서도 똑같이 저질러졌습니다. 그리해 공주교육대학의 총장후보자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최근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만,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이전에 박근혜정부의 행태를 유신의 부활은 아니고 유신 흉내내기”(低强度 유신)로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흉내가 점점 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산케이 신문기자의 검찰기소에서 보듯이 유신시대의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했고, 카톡의 검열에서 보듯이 국민감시체제가 강화되었고, 유신시대 망명의 사이버 판으로 사이버망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유신독재와 복지사회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신독재에서는 국가의 상대적 양()은 작았습니다. 재정지출이나 공무원숫자가 그걸 나타냅니다. 반면에 국가의 질적(質的) 권력은 막강해서 아무데나 국가가 자의적으로 개입했습니다. 머리칼 단속까지 했지요.

 

복지사회는 이와 달리 국가의 질적 권력은 약하지만 상대적 양은 큽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복지사회인데, 박근혜정권은 경제민주화와 복지사회 공약은 내팽개쳤습니다. 대신에 유신독재 흉내를 내어서 국가가 국민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옛 소련·동구 체제 하의 국가는 양적으로도 크고 질적으로도 강했습니다.)

 

저희 학교 총장임명 거부도 그런 유신 흉내내기의 연장선에 서 있습니다. 유신시대에 일부 독일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실상 망명자 신세가 되었듯이, 현 정권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도 듭니다. 허허허.

 

이런 유신 흉내내기가 지속가능할까요. 박정희의 유신도 지속가능하지 않았듯이, 그 딸의 유신 흉내내기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민심이 그걸 용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로 조선일보가 최근에 최보식 칼럼(<이 아무리 힘세도 이래도 되나>)으로 저희학교 사태를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박근혜정부의 행태가 너무도 어이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OECD국가의 정권이라고 하면서 이런 막가파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지배세력의 붕괴계기는 지배세력 내부의 균열이 발생할 때입니다. 그런데 지배세력 중심축의 하나인 조선일보가 박정권을 매섭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군기무사령관, 국정원기조실장의 인사와 관련해 다른 보수언론도 박정권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박근혜 정권은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박정권이 이성을 찾기를 바랍니다.

 

(3) <여성의 공익근무는 어떤가>

 

한 달쯤 전에 모 신문사에서 모병제에 관한 찬반양론을 싣겠다고 저에게 원고를 의뢰해 왔습니다8월 초에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글을 여기 블로그(및 허핑턴포스트)에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보고 기자가 연락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를 보냈는데 1주일 후에 싣는다 2주일 후에 싣는다 하면서, 아직까지 글이 실리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신문사 글로 특별히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라서, 안 실으면 괘씸하지만 그걸로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 글을 쓰면서 여기 연구실에서 저와 마주보고 앉아 있는 국방대학교 문장렬교수로부터 자문을 구한 바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예 문교수의 생각을 간단히 글로 정리해달라고 했습니다.

 

그의 글에는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신문 글이 실리면 같이 소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에 제 글이 언제 실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문교수 글을 먼저 여기에 소개할까 합니다.

 

문교수의 생각은 저와 조금 다릅니다. 저는 현재의 징병제 중심에서 모병제 비중을 점차 확대시켜 궁극적으로는 모두 모병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반면에 문교수는 징병의 비중을 크게 낮추되 일부는 여전히 징병으로 유지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게, 그는 여성의 공역제(公役制), 쉬운 말로 공익근무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주장이 옳은지 어떤지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남녀평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걸 한번 검토해 봤으면 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성도 병역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아랍국가들과 사실상 전쟁상태인 탓이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노르웨이에서도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를 도입하기로 작년에 결정했습니다. 남녀평등 차원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결정되었고, 여성들도 당연히 찬성이 많았습니다. 여성이 반대할 경우엔 통과될 수 없는 법률이지요.

 

아직 노르웨이만 이런 법을 통과시켰고 다른 유럽국가들은 대개 모병제로 전환했으므로, 여성징병제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아직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덴마크에서는 혹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주장대로 정예모병제를 한국이 실시한다면 여성징병제는 논란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전면적인 모병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여성의 징병은 아니더라도 공익근무를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공익근무 대신에 원하는 여성은 병역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왜 남성만이 병역의무 또는 공익근무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건 역차별이 아닐까요. 한국의 다른 분야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 경우를 두는 게 마땅할까요.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남성의 병역(및 공익근무)과 마찬가지로 국가유지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 출산하지 않는 여성은 어떤가요. 그리고 출산휴가만으로는 여성의 출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일까요.

 

병역과 관련된 주제는 민감합니다. 그리고 한국여성의 다수가 반대하는 속에서 여성의 공익근무제는 결코 시행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녀평등이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는 데 이것도 하나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하에 문장렬 교수의 글을 첨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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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모혼합제와 공역제

 

2014. 9. 문장렬

 

정부수립과 국군 창설 이후 6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징병제는 근래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징병제의 장점이자 존립의 근거가 되는 몇 가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 징병제는 많은 병력을 값싸게 공급하는 공평한 제도이지만 시대의 변화가 이를 더 이상 지지해 주지 않게 되었다.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대전은 군사력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함을 하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다.

 

다수의 젊은이들을 상당 기간 군대에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 국방비를 절약해 주지만 국가경제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병역을 공평하고 자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징집 대상자들과 그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에 대하여 안심하는 부모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징병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모병제는 징병제의 그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모병제가 비싸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징병제의 유지를 주장하거나 모병제를 채택하더라도 장기간에 징모혼합제 등을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을 선호하는 논거는 대개 시기상조론으로 환원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경제적 측면에서 모병제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국군의 80% 정도를 점하고 있는 사병들을 모두 직업군인화하여 민간 사회 해당 연령대의 평균 봉급을 지급한다면 국방비를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 경제가 이를 감당하기엔 이르지 않은가? 경제 논리와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안보 논리이다.

 

모병제의 가격을 낮추려면 병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화야욕을 포기하지 않은 100만 대군의 적을 지척에 두고 아무리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병력을 쉽게 줄일 수 있단 말인가, 아직은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사회적 측면에서도 모병제의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누가 군대에 가려 하겠는가, 결국 빈부의 차이가 병역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계급적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가 분열되지 않겠는가, 아직은 우리 사회의 의식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모병제의 반대 논리가 시기상조론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는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하는 징모혼합제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아마 미래에도 그것이 순수한 모병제보다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통일 이전에 징모혼합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더 보편적인 제도인 공역제의 병행 실시에 관한 시기와 방법을 제안한다. 아이디어의 뼈대는 향후 5년 정도의 시간 안에 일정 기간 동안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공공영역에서 공동체에 봉사하는 공역(公役)제도를 징모혼합제와 함께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일단 병력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또한 공역제도가 병역제도를 부분적으로 보완하고 의무복무 기간은 국민 개인의 생애 계획에 특별한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

 

1) 상비병력의 규모는 5년 내에 50만명, 10년 내에 40만명 수준으로 감축한다.

 

병력 규모의 재설정은 모병제이든 징모혼합제이든 가장 기본적인 가정이 된다.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자 결과적 성공 여부를 가늠하게 해준다. 이 글에서는 현재 67만여 명의 병력을 향후 5년 내에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이후 다시 5년에 걸쳐 10만 명을 더 감축할 것을 제안한다.

 

어느 정도의 병력 규모가 최적인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불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지상 전투에서 공격측이 방어측에 비해 3배 이상의 병력이 있어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이 있었다. 현대에도 이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수적으로 생각하여 최소한 북한 지상군의 1/3 정도의 육군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

 

처음엔 주로 육군에서 병력을 감축하고 해공군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커지도록 한다. 이후 10만 명을 추가로 감축할 때에는 육해공군과 해병의 비율을 최적화한 후 일정 비율로 감축한다.

 

2) 공역제도는 전 국민에 대하여 의무 공역 복무 기간을 1년으로 한다.

 

신체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동체를 위한 봉사로서의 공역(公役) 의무가 지워진다. 복무 기간은 1년으로 하되 시기는 개인의 희망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이 정도이면 현대인의 생애 주기 상 학업이나 경력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공역의 종류는 공공기관 업무 보조, 사회봉사, 자연 및 환경 보호, 교통 및 경범죄 감시, 질서 유지, 노인 및 장애인 돌봄, 교육 및 의료 봉사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정하고 융통성 있게 운용한다.

 

따라서 공역의무에서 면제자는 극히 적을 것이며 형평성 논란도 거의 없앨 수 있다. 아마 기피(시도)자도 거의 생기지 않을 것이다. 여성은 물론이고 심지어 장애인도 등급에 따라서는 특별한 분야에서 공역 복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역의 중요한 영역이 바로 평상시 정규군에 대한 지원이다. 중무장이 필요없는 군시설의 경계나 군의 단순 행정업무 등을 포함한 전투근무지원업무의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공역 복무의 근무지는 복무자의 희망을 일차적으로 고려하고 근무시간은 출퇴근제를 원칙으로 한다.

 

복무자에게는 식비, 제복, 숙소(출퇴근 불가시)와 최소한의 용돈을 제공한다. , 전투근무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복무자들에게는 업무에 따라 추가적인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3) 징모혼합제의 징병 부분은 공역 복무자 중 일부를 충원하고 나머지는 직업군인으로 모집한다.

 

사실 병역 자체도 크게 보아 공역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 공역 복무자 중 지원자를 병역에 복무케 하되, 지원자가 소요(예컨대 1년에 10만명 정도)를 초과할 경우는 선발하고 부족하면 적절한 방식으로 징집한다. 이렇게 복무를 하더라도 현재와 비교할 때 복무 기간이 1년으로 대폭 짧아진다.

 

병역 복무자에게는 일정한 급여(예컨대, 직업군인 사병 초봉의 절반)를 지급하고 병영생활을 하도록 한다. 직업군인은 사병부터 장교에 이르기까지 원칙적으로 공역을 필한 자 중에서 선발하고 사병의 초봉은 일반 사회의 같은 연령대 평균 봉급에 비해 크게 못하지 않은 정도로 한다. (예컨대, 연봉 1,000만원에 다양한 수당과 혜택을 제공한다.)

 

병역 복무자는 보병과 같이 단기간의 훈련으로 충분히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야와 주특기에 근무하면서 전투 기량을 연마하고 일정 금액의 용돈을 저축하여 제대할 수 있다. 더 전문적인 주특기에서는 의무 복무 후 계속 직업군인으로 근무할 사람들이 주로 충원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사병 계급 체계에 비추어 보면 병역 복무자는 대략 일병에서 제대하고 사병 직업군인은 상병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병 직업군인에게 대해서는 적절한 의무 근무 기간을 정하되 (예컨대, 상병 1, 병장 1, 하사 1년의 3년이면 의무 복무까지 합하여 4)이후 장기 근속할 경우 다양한 교육과 진급의 혜택을 누리면서 안정적인 생활과 직업적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4) 새로운 병역제도의 추가적 비용은 대략 3조원이며 공역제도의 효과는 그보다 클 수 있다.

 

추가적 비용은 우선 병역제도 변화에서 대략 현재의 의무병(주로 사병) 급여 총액과 감축된 규모의 사병(의무 복무자와 직업 군인)에게 지급되는 새로운 봉급 총액 간의 차액이 될 것이다.

 

대략적이지만 약간 보수적인 계산을 위해 현재 사병의 급여는 0으로 하고 병력 규모가 50만명으로 감축될 경우 사병의 수는 30만명이 되고, 간부의 총 급여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다. 또한 사병의 급여는 의무 복무자 연봉 500만원에서 직업 군인 병장 1,500만원까지로 하고 계급별 인원 분포가 균일하고 따라서 평균 1,000만원으로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에서 추가적인 (사병) 인건비는 1000만원 × 30만명 = 3조원이 된다. 이는 2014년 국방예산의 약 8%, 정부예산의 약 0.8%, 2013GDP의 약 0.25%에 해당한다.

 

제도의 효과 측면은 우선 병력 감축으로 인한 절감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시설 변화 등으로 오히려 추가 비용 발생 가능), 의무 복무 기간의 단축과 함께 민간 노동력이 증대되고 공역제는 그 자체의 운영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효과의 정량적 산출은 변수가 많고 가정 사항 또한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매우 어렵다. 그러나 공역제도와 연계된 병역제도의 시행으로 지금까지 발생했던 병역 관련 여러 가지 비리와 불평등, 고통과 불만, 신념에 의한 거부와 투쟁 등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것이므로 전체적인 효과는 금전적인 비용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공역제도는 거의 완벽한 형평성을 가지고 있으며 복무 기간과 내용은 누구나 감당할 만하고, 공동체 정신의 함양에도 무형의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5) 병력감축과 징모혼합제의 성공을 위해 강력한 예비군 및 동원 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상비병력의 감축은 탈냉전 이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으나 여기엔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군의 현대화가 함께 추진된다. 군의 현대화는 유형적으로 무기와 장비를 첨단화하면서 반드시 운영체계의 고도화를 병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전쟁은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므로 병력의 감축은 특별히 신중한 접근을 요하며 감축된 병력을 유사시 충원할 수 있는 예비적인 인간을 확보하고 단 시간 내에 전투원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상태로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 국가의 군사운영체계 또는 전쟁 대비 계획의 일부로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대하여 군과 정부와 민간 사회가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협력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잘 정비된 예비군 제도는 유사시 상비군과 함께 국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원 집단을 제공하며, 비전투 인원과 장비, 시설 등의 동원 제도를 평시에 국민의 큰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련해 두면 그것이 곧 국가의 총체적인 전쟁 수행과 전투작전 능력으로 환원될 것이다.

 

6) 안보는 결국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정치화되는 경향이 있다. 병역제도 문제는 그 외연이 병력감축, 군현대화, 국방개혁, 국가안보로 넓어 갈수록 급격히 이념, 정파, 계급 등을 달리하는 집단 간의 감정적 논쟁으로 비화된다.

 

그러나 다른 것은 오직 이익, 혹은 이익에 관한 생각 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나 알만큼 뻔한,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그래서 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그래도 그것밖에 없는, 결론이 있다. 안보는 결국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