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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통신 (30) : 김상곤을 안타까워하며 (2)

동숭동지킴이 2014. 5. 18. 19:54

 

 

김상곤을 안타까워하며 (2)

 

교육감 포기와 도지사 출마라는 잘못된 큰 결정(전략적 선택)을 내리고 나면, 작은 결정(전술적 선택)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일이 꼬이기 마련입니다. 길을 잘못 들어 늪에 빠진 다음에 허우적거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김상곤의 그런 모습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명백히 해 둘 게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김상곤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최고 정치지도자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이지, 국회의원 같은 자리를 얻게 될 가능성마저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교육감으로서 한국 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온 분이 초선 국회의원이 되어본들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습니다. 시민운동에서 맹활약을 하던 인물들이 국회의원이 된 다음의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물론 국회의원 한 자리 얻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 되려는 과정에서 더욱 망가질 위험성이 큽니다. 차라리 혼자서 또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교육사회연구소같은 걸 꾸려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다가 다음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교육정책의 수장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 안되더라도 그는 정계보다는 교육계와 계속 가까이 지냈으면 합니다.

 

그러면 김상곤의 행보를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다만 저는 김상곤 진영 내부의 깊은 속사정을 모릅니다. 도지사 출마에 제가 반대했기 때문에, 그의 측근들이 저에게 소식을 알려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언론보도를 토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로, 그는 2013년 여름께 도지사 출마문제에 대해 언론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금년 들어 안철수쪽의 영입설이 불거지자 마찬가지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식의 답변은 다른 경우에도 있었습니다.

 

이런 화법은 한국정치가들이 답변하기 난처할 때 흔히 사용합니다. 좋게 해석하면 노코멘트(no comment)의 한국판입니다. 그러나 이는 심하게 표현하면 일종의 “새침떨기입니다. 수줍은 색시도 아니고 나라를 이끌고 갈 당당한 정치가의 모습이 아닙니다. 노무현과 같은 진정성이 드러나지 않지요. 국민들 지지를 계속해서 까먹은 안철수의 간보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이런 식의 화법은 자기모순을 초래합니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도지사직 출마는 준비되지 않은 출마를 의미하지요. 물론 국민들이 김상곤의 발언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나름대로 도정에 대해 고민해왔다는 김상곤의 발언을 듣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지요.

 

애당초 결단력 있게 도지사 출마를 부정했어야 합니다. 그리 하지 않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출마에 이르게 되니 출마선언 이후 헤맬 수밖에 없지요. 만약에 잘못된 결정은 아니지만 아직 공표하기에 이른 사안에 대해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할 게 아닙니다.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거꾸로 기자에게 어떤 길이 좋으냐는 식으로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째로, 그는 안철수를 통해 도지사 출마로 나아갔습니다. 민주당엔 이미 출마예정자들이 버티고 있으니, 민주당쪽에서 그의 도지사 출마를 권할 까닭이 없지요. 그런데 김상곤이 안철수의 정치노선에 공감해서 그와 손을 잡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선거 막판에 안철수와 김한길을 공격하기도 한 것이지요.

 

안철수의 한계에 관해선 제가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http://blog.daum.net/kkkwkim/218). 한 마디로 안철수현상을 담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입니다. 민주당과 합치지 않겠다고 했다가 세 불리하니 자기 사람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합치기로 한 것이나, 합당 과정에서 5.186.15를 정강정책으로부터 빼자고 한 것 등을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정치에는 도()와 술()이 있습니다. 김상곤은 안철수의 에 공감해서 그와 손을 잡았다고 보기 힘듭니다. 도지사가 되기 위한 로서 그를 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지사 출마 자체가 대의명분에 어긋났듯이, 출마과정도 이렇게 대의명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다만 안철수의 신당후보로는 당선이 불가능했습니다. 야권분열 상황에서 여당후보를 이길 수는 없지요. 그래서 그는 안철수가 민주당에게서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를 양보받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을 테니 경기도지사 자리는 양보하라는 식이었겠지요.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드러나자 도지사 출마를 포기할 뻔했습니다. 아 그렇게 포기되었더라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안철수당과 민주당이 합치기로 하면서 그는 도지사출마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그런데 출마선언을 하면서 김상곤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의 경선 문제에 대해 애매하게 답변합니다. “경선후보 결정과정은 통합신당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요. 통합과정에서 민주당쪽이 다른 후보를 내지 않기로 약속받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표현입니다. 말하자면 추대, 광주에서의 윤장현후보 전략공천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걸 따내지 못한 모양입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들의 힘이 만만찮은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 안철수당에 들어와 있던 윤장현이 김상곤보다는 안철수와 훨씬 가까웠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안철수가 광주와 경기도 둘 다 따낼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를 포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새민련 내부경선에서도 이기지 못할 실력으로 어떻게 여당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요. 경기도는 광주처럼 새누리당이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지역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 추대 방식이란 게 설득력이 없지요.

 

그리고 이는 최고지도자를 지향하는 당당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노무현은 지역감정을 돌파한다는 대의명분 하에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이 점에서도 김상곤은 노무현에 못 미치는 것이지요.

 

셋째로, 김상곤은 출마선언 이후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수구보수언론이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당선되고 나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조정할 수 있다고 후퇴했습니다.

 

여론수렴은 어떻게 하나요. 그 사안을 놓고 투표를 할 건가요. 좀 어이가 없습니다. 박정희묘소를 참배하지 않고 당선되면 그건 그 행위를 도민들이 인정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수구보수세력의 공격을 겁내는 모습을 보인 것이지요.

 

보수파와 진보파가 최고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한 기본전략은 각기 다릅니다. 보수파는 사람들의 욕망’(‘공포는 그 동전의 뒷면임)에 주로 호소합니다. 뉴타운이나 종북몰이가 그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진보파는 사람들의 감동을 사야 합니다. 노무현이 대통령 되려고 마누라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외친 게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최고지도자가 되려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자질이 있습니다. 그건 힘(Force)입니다. 탁한 기운이든 맑은 기운이든 강한 기()가 필요합니다. 나약함을 드러내는 인물은 결코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나쁜 남자에게도 여성들이 끌리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나쁘더라도 강한 사람에게 의지할 마음이 생기는 법입니다.

 

박근혜는 대통령 자질이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느껴집니다. 물론 그의 대통령당선은 아버지의 후광과 더불어 우리 수구보수세력 전체의 힘이 작용한 결과이지만요. 박정희묘소 참배와 관련된 김상곤의 대응방식은 바로 이런 강한 라는 필요조건의 결여를 드러낸 일이었습니다.

 

넷째로, 출마 이후 첫 번째 제시한 무상버스 공약을 통해 김상곤은 그의 준비부족을 드러내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캠프에서 원래 마련한 공약은 노약자 등 일부도민에 대한 무상버스이지 무상급식처럼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약발표 이후 기자회견 과정에서 전면적 무상버스라는 식으로 해석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놓고는 주어 담지 못한 것이지요. 그냥 말실수일 수도 있지만, 김상곤 자신이 무상버스의 의미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무상급식의 성과를 그냥 무상버스로 연결시켜버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상버스 공약 발표 이후 지지율이 출렁거렸습니다. 전면적 무상버스 공약의 비현실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상곤의 준비부족을 드러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전면적 무상버스가 아니라 단계적 무상버스임을 분명히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경기도에서 버스는 공짜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편의성이 더 중요하다는 다른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무상버스 공약 이후에도 다른 민주당 후보자들을 압도할 만큼 주목받은 공약은 없었습니다. 원래 지자체 선거에서 무슨 획기적인 공약이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들지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지자체장은 행정가이고, 그래서 선거에서 교육감선거만큼도 각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미 오랫동안 경기도 선거조직을 다져온 김진표를 능가할 수 없었습니다. 김상곤은 신중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그게 지나쳐 결단을 미루면서 조직에서의 열위를 능가할 남다른 준비 없이 도지사에 나선 것이지요.

 

그의 관심은 도지사 자체라기보다는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을 향한 경과단계로서 도지사 자리를 생각했으니, 도정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될 리도 없었습니다. 김대중이 71년 대선 당시 대중경제론등 충격적인 비전을 내걸었던 것과 대조적이지요.

 

김교육감이 교육감에 처음 당선될 때 출마를 결심한 것은 2월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도 급한 결정이긴 했지만, 공약을 제시할 때까지의 시간여유는 이번보다는 나았습니다. 그리고 교육감은 교육 문제 하나에 집중하면 되지만 경기도정은 온갖 분야가 다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마를 위해 교육감직을 사퇴하고 곧바로 공약을 발표하니 그게 그저그렇거나 헛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우수한 인물로 김상곤 캠프의 정책팀을 꾸리더라도 이건 어쩔 수 없는 한계였습니다.

 

다섯째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상곤은 천안함과 관련해 정부발표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 역시 김상곤이 최고지도자급의 담대함을 갖고 있지 못함을 나타낸 것입니다.

 

평화통일을 말해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던 엄혹한 시절인 71년 대선에서 김대중이 향토예비군 폐지와 4대국 평화보장을 외치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지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야당지도자들 모두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이런 담대함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김상곤과 똑같았습니다. 그러니 그들도 낙선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천안함 사건은 정치인과 헌법재판관의 사상검증 수단이 되었습니다. 에도 시대 일본의 그리스도 밟기”(ふみえ(踏繪))와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일본은 기독교인을 탄압했고, 그래서 기독교인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려고 그리스도나 마리아 상을 새긴 널쪽을 밟게 했던 일이 있습니다. 차마 밟지 못하면 기독교인으로 단정해 처벌했던 것입니다. 이런 전근대적인 수법이 오늘날 한반도에서 버젓이 횡행하는 현실은 바로 분단의 비극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천안함 침몰은 아직 정확한 진상을 모릅니다. 혹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주한 CIA지부장과 주한 미대사를 역임한 그레그가 뉴욕 타임스에 북한어뢰설을 비판하는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미국 물리학회 석학회원인 이승헌교수도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북한어뢰설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어뢰설을 발표한 이명박정부는 불법적인 민간인사찰을 저지르고 국정원 대선불법개입을 저지른 정부입니다. 그런 정부의 발표를 어찌 무조건믿을 수 있을까요.

 

수구보수언론의 사상검증에 대해선 정확한 진상을 철저히 밝혀 억울하게 죽은 국군장병들의 영혼을 달래고 국민들의 일부 의심도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 재차 공격이 들어오면 위에서 말한 사실들로 반론하면 됩니다.

 

백낙청 선생님도 <2103년체제 만들기>라는 책에서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고, 제가 좀더 구체적으로 여러 차례 이에 관해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김상곤은 담대함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참모들도 그런 질문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거나, 마찬가지로 겁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여섯째로, 416일 세월호 참사 4~5일 이후의 일입니다. 김상곤 캠프에 제가 처음으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2~3일 이내에 사퇴를 공표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상곤이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박근혜를 비롯해 김상곤의 10100배 책임을 져야 할 고위직은 거의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임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김상곤이 앞장서서 책임지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 하나만으로도 경기도 지사 일보다 우리 사회에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책임 이전의 문제였습니다. 김상곤이 얼마 전까지 총괄하던 지역의 학생들 수백명이 억울하게 희생을 당하고, 그와 함께 여러 선생님도 세상을 떠났으며, 교감은 자살하기까지 했습니다. 교육감 초기에 겪었던 성남 여고생 사망사건의 수백배 비극인 것이지요.

 

이런 참사를 보고 어찌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뜨거운 가슴의 문제입니다. 김상곤에게는 이런 뜨거움이 부족했습니다. 자기 목숨까지 던지는 노무현과는 다른 점이지요.

 

저는 김상곤과 그 측근에게 이렇게 전했습니다. 대단히 가혹한 요구이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김상곤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더 이상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지사후보를 사퇴하고 지금부터 빈소를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선거 이후 그때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김상곤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대의명분과 정치도의에 어긋난 지사출마의 과오를 돌이킬 수 있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리해 대선으로 바로 나아갈 수도 있었을지 모릅니다.(물론 그런 계산하는 자세로 사퇴하면 안 되고, 그저 마음이 아파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지요.)

 

역시나 김상곤은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열흘 정도가 지나자 당내에서도 김상곤사퇴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일반 여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의 지지율도 하락해 갔고 예선에서 큰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일찍 사퇴했더라면 최고지도자의 자질인 감동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걸 놓친 셈입니다. 민주당에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미 시기가 늦었습니다. 떠밀려서 하는 행위는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민주당에선 유정복을 공격하기 위해 뒤늦게 김상곤 사퇴를 들고 나온 것이고, 이는 김상곤의 정치적 장래를 생각하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저의 논리에 따르면, 김상곤은 지사 출마를 하지 않았더라도 교육감직을 사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 후 한 동안은 사태 수습 때문에 사퇴를 할 수 없습니다만, 시간이 흘러 교육감 후보 등록 때가 되면 등록하지 않는 게 도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김상곤이 교육감직을 지키고 있었으면 진보개혁진영에서는 다른 후보가 교육감 출마를 준비하지 않은 상황이 됩니다. 이리해 어쩔 수 없이 김상곤이 교육감 3선 출마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렇지 않고 김상곤이 출마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그땐 곧바로 대선가도로 나아가기 쉬워지는 것이지요. 

 

이리 해서 김상곤의 안타까운 드라마는 끝났습니다. 비록 앞으로 국회의원 정도의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질은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김대중의 담대함과 비전”, 그리고 노무현의 진정성과 당당함같은 걸 보여주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 자질은 선거경험을 통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울러 혁신학교가 뿌리내리는 것도 위태로워졌습니다. 만약에 이재정이 경기도 교육감에서 낙선하면 김상곤교육 허물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다행히 그가 당선되면 김상곤의 정책을 이어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재정이 김상곤처럼 전체 우리 교육을 끌고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정치세계에 많은 좋은 인물들이 참여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수구보수 언론들은 정치 죽이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정치판에 뛰어들면 곤란합니다. 시쳇말로 소는 누가 키웁니까?”

 

그리고 한국의 교수들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역지사지(易地思之)에 서툴다는 직업병을 앓고 있습니다. 상대편과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서 정치판에서 성공할 수는 없지요. 정운찬, 최장집 등등에 이어 김상곤도 그런 실패사례의 하나로 되고 말았습니다.

 

김상곤의 실패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김상곤 개인은 우리 교육발전과 복지정책에 나름대로 크게 기여했습니다. 앞으로 무리한 욕심 내지 말고 정계보다는 교육계 발전에 힘을 쏟았으면 합니다.

 

아울러 진보개혁진영은 김상곤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훈련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해 장차 김상곤의 한계를 극복한 인물과 세력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상곤 본인을 비롯해 측근들은 아마도 '멘붕'(정신적 공황) 상태에 가까울 것입니다. 제 글이 그들의 아픈 상처를 헤짚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근본적 자성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우리의 진보개혁진영이 도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다들 친한 사이인 김상곤과 측근들이 널리 양해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