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통신

베를린 통신 (13) : 한반도와 독일의 관계는

동숭동지킴이 2013. 12. 1. 21:19

 

 

베를린 통신 (13) : 한반도와 독일의 관계는

 

 

지난주에는 여기저기 참석하느라 바빴습니다. 한독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가 여러 곳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독일은 1883년 11월 26일에 한독 통상우호 항해조약을 체결했으니, 지난주에 바로 그 130주년 기념일이 있었던 셈입니다.

 

 

지난주에는 독일 내에서 대연정 협상의 타결이라는 커다란 사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한독수교 130주년과 관련된 행사들을 간단히 소개드리겠습니다.

 

 

먼저 독일연방의회를 방문해 Hartmut Koschyk 연방재무성(Bundesministerium der Finanzen) 차관(Parlamentarischer Staatssekretär)을 만났습니다(아래 사진의 왼쪽). 그는 CSU 소속 국회의원으로 한독 의원친선협회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지(친)한파입니다만, 2007년부터 북한도 방문한 지북파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조선-독일 의원협회를 이끌고 평양에서 북한의 이종혁 등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아직 짧은 저의 독일어 실력으로 그의 말을 많이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만, 적어도 그는 “북한은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및 한국 극우파)들보다는 상당히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참석한 독일학생들의 북한방문 문의에 대해서도 한번 가보라는 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질문 시간에 자유베를린대학(FU)의 학생들은 한국에 관한 질문은 없고 북한에 관한 질문만 던졌습니다. 한국의 소녀시대가 왔다면 K-POPS에 열광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독일인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은 일부 K-POPS에 대한 열광(다만 독일학생에 따르면 그런 열광은 주류는 아니라고 합니다)을 제외하면 남한보다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남한과 관련해선 SAMSUNG의 휴대폰이나 현대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있을 뿐이지 (어쩌면 두 제품이 한국산인지 모르는 독일인도 많을 것입니다), 남한사회 자체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북한사회의 움직임은 가끔씩 세계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적어도 남한 사회보다는 북한사회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사회를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Koschyk 차관을 만난 날 저녁에는 Bertelsmann재단과 FU가 공동주최하는 Podiumsdiskussion에 참석했습니다. Podiumsdiskussion이란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누가 주제발표를 하는 게 아니라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면 패널들이 각각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측에선 정세현 전 통일원장관(현 원광대 총장)과 최대석 이화여대교수(GH정권의 인수위원이었다가 국정원에 의해 밀려난 분)가 패널이었고, 독일측에선 Die Zeit에서 한국에 관한 기사를 가끔 썼던 Theo Sommer 박사와 동독출신으로 Brandenburg 주지사를 지냈던 Manfred Stolpe 등이 참석했습니다.

 

 

Stolpe씨에 대해선 이미 김누리 교수팀이 2005년에 펴낸 책『변화를 통한 접근』2권에서 ‘동독 민권운동의 대부’로 소개되어 있고 상세한 인터뷰가 이루어졌으니, 관심 있으면 참고하십시오.

 

 

토론의 제목은 “Annäherung durch Kontakte : Die Bedeutung von informellen Prozessen in der deutschen Wiedervereinigung und die Koreafrage”(접촉을 통한 접근: 독일통일 과정에서 비공식적 과정의 의미와 한국문제)였습니다.

 

 

1970년대 Willy Brandt 독일수상의 동방정책(Ostpolitik)에서 내건 구호가 “Wandel durch Annäherung”(접근을 통한 변화)였는데, 그 말을 응용한 게 이번 토론의 제목인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명이 발언해야 했고 시간도 제약되어 있어서 깊이 있는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공식’ 접촉을 ‘비밀’접촉으로 오해하기도 하는 등, 토론에 관한 사전준비도 부족했던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그 전날 정세현 총장이 혼자서 FU에서 발표한 것이 내용이 더 있었습니다. 정총장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 관료로서 오랫동안 참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일반인이 잘 모르는 내막을 많이 알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내막을 그 자리에서 다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재미있는 표현에 따르면, 북미 협상은 속된 말로 “맞고 할래, 그냥 할래”라는 선택 중 미국은 거의 항상 맞고 (북한의 핵실험) 하는 선택을 해왔고, 그것이 북한의 핵무장 강화를 초래해왔다는 지적은 음미해볼 만했습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6자회담을 현재 미국과 한국이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더욱 발전하면서 강화된 핵실험을 거쳐 재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인 것이지요.

 

 

정총장은 북한 핵무기 문제의 해결은 북미관계의 정상화, 평화협정체결, 대북경제지원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조건이 갖추어진다 하더라도 북한 핵무장능력의 발전과 핵기술의 해외이전은 막을 수 있겠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리비아의 가다피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에 둘째아들의 승계를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내란이 발생하면서 가다피 정권은 몰락했습니다. 그걸 목격한 북한은 가다피의 선택이 어리석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라크도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면서 정권이 무너지고 후세인 자신은 살해당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록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은 핵무기보유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은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식사 자리에서 제가 이 문제를 지적했더니, 정총장은 우크라이나 식으로 미국이 북한 핵무기를 돈을 주고 사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도 아니었으며, 또한 북한정권이 돈 몇 푼에 자신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식사 자리가 본격적인 토론 자리는 아니었으므로 더 이상 논의를 전개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보수파는 물론이고 진보파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습니다.

 

 

정총장은 1977년 이후 통일부에서 일해 왔으므로 북한과의 정치외교적 문제에선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그의 글이나 인터뷰에서 배우는 바가 많습니다. 다만 경제문제는 그의 전공분야가 아니므로 다소 엉성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는 발표에서 독일통일 과정에서 서독이 동독과 1:1의 화폐통합을 실시함으로써 동독산업을 망가트리는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견해는 슈미트 전 서독총리를 비롯해 많은 독일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경제학적 소양이 부족한 탓에 발생한 오류입니다. 서독과 동독 사이의 인적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화폐통합을 미룰 수도 없었거니와, 화폐통합비율이 어떠했건 시간이 지나면 동독의 임금수준은 서독에 접근해가기 마련입니다. 그걸 막으려면 인구이동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필요한데,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그걸 불가능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일비용에 대해서도 신모 박사의 연구를 토대로 예상수치를 말했는데, 토요일 심포지엄에서 모박사가 말했고 저도 이전 논문에서 지적했듯이, 그건 가정에 따라 엄청나게 수치가 달라지는 일입니다. 어쨌든 그런 정박사의 경제학적 사고의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외교적 분야에 대한 인식은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편, 금요일에는 한국의 노조, 학계 등에서 베를린을 방문해 인구문제와 관련해 인터뷰하는 데 합류했습니다. 그날은 독일의 경총 비슷한 BDA(Bundesvereinigung der Deutschen Arbeitgeber)를 방문했습니다. 노사간에 사회보장비용 문제 등을 협상하는 조직입니다.

 

 

BDA는 BDI(Bundesverband der Deutschen Industrie, 독일 공업협회)와 같은 건물에 있었습니다(사진). 그리고 이 건물 맞은 편에는 사진에서 보듯이 옛 동독의 철강노조 건물이 있었는데 통일이후 20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폐허 상태였습니다. 동독에는 이런 폐허 건물이 꽤 있는데, 왜 재개발을 안 하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한국의 재개발 전문가들과 복부인들을 불러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한국-일본-유럽의 공장 및 회사 인터뷰를 경제학도치고는 꽤 많이 해본 편인 제가 보기엔, BDA 담당자와의 이날 인터뷰는 한 마디로 수준 이하였습니다.

 

 

 

 

 

인터뷰를 제대로 하려면,

첫째로, 인터뷰 대상과 주제에 관한 충분한 사전 연구가 있어야 하며,

둘째로, 그리해서 질문지를 미리 보내야 하고,

셋째로, 인터뷰는 토론이 아니고 질문이므로 주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데 치중해야 하며,

상대방의 답변을 토대로 ‘포개어서’(답변을 더 파고드는 식) 질문을 던지는 게 좋고,

넷째로, 가급적 통역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영어로 대화로 주고받아야 합니다.(시간 절약 및 원활한 진행을 위해. 어지간한 외국인들은 다 영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점에서 이 팀은 수준 이하였습니다. 독일 측이 비용을 부담하고 방문을 조직한 것인데, 팀 구성이 잘 안 되어 독일 오기 나흘 전에 오기로 결정된 사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그래도 저로선 약간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팀엔 한국을 떠나오면서 민주당 탈당계를 제출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원래 좀 아는 사이라서 그에게 중요한(?) 제안을 할 기회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일반 자원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의 효율적-민주적 배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분은 오랫동안 기업에서 일했던 분이라 기업 및 산업에 대해선 정통해도 정치에 대해선 초년병이었습니다. 비록 국회의원에 한번은 당선되었지만, 그 후의 정치행적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자신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설화법을 주로 구사하는 제가, “당신의 정치적 역량은 중학생 수준이다”고 면전에서 말해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알아보고 또 권력투쟁에 승리하는 능력은 기업에서의 능력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고 그는 제가 보기엔 그런 점에서 별로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느 기업인과는 달리 건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사회적 평판이 괜찮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정계에서 ‘이용해 먹은’ 데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걸 모르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것이지요.

 

 

그랬더니 “달리 내가 뭐 할 게 있느냐”고 그가 반론해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은 정치역량은 중학생 수준이지만, 장차 한반도의 산업-기업을 어떻게 재편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구상을 짤 수 있는 점에선 대학원생 수준이다”고 답했습니다.

 

 

아니 그만큼 한국의 산업과 기업 실태를 몸으로 부딪치면서 폭넓게 알고 있고 동시에 건전한 사고를 가진 인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나 학자도 산업계 실태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에게 왜 자기가 잘 하는 분야를 내팽개치고 ‘엉뚱한 늪’에서 허우적거리냐고 말한 것입니다.

 

지금 이분 이외에도 엉뚱한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분이 여럿 있기는 합니다. 정치란 종합예술적 측면이 잇어서 마약과 같고, 그래서 자신이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줄도 모르는 것이지요.

 

 

한반도의 큰 그림을 그린 분으로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은 김석철교수입니다. 그는『한반도 그랜드 디자인』등 여러 책에서 남북한을 아우르는 국토 재구성안(물류 및 산업 포함)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니 이보다 더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한반도의 미래 산업지도를 그릴 수 있는 인물이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인물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정계를 은퇴하고” <한반도산업연구소>를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제 의견에 처음에는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정계에 머물러 보겠다는 식으로 약간 후퇴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뒤에는 제 <한반도산업연구소> 제안에 약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가 정계를 은퇴할 가능성이 0%에서 20% 정도로 상승한 것입니다. 그는 정계에 있어보았자 특별히 할 역할이 없습니다. 아니 계속 망가질 뿐입니다. 누군가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정치는 해야 하지만, 적어도 그에겐 다른 할 일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미래 산업-기업 발전방안을 연구제시하는 것은 그만이 할 수 있고, 의미도 훨씬 큽니다.

 

 

저는 그에게 당장 정계를 은퇴하고 베를린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세계 각국의 산업계를 둘러보고, 한반도 문제도 공부하기를 제안했습니다. 독일에선 영어만 알면 생활이 충분히 가능합니다.(영어조차 제대로 못하는 분도 여기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부디 같이 노력해서 그가 정계 은퇴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높여주기 바랍니다. (제가 블로그에 이런 이야기를 쓴다는 말도 그에게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기정사실화' 작전임. 혹시 그가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ㅎㅎㅎ.)

 

 

한편,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FU-KoreaNet(FU의 한국학연구소와 서울대, 고대, 서강대, 이대,연대, 이화여대가 체결한 파트너 네트워크)의 제1회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분이 오시고 한국을 연구하는 독일인들도 참석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한국분도 여럿 있었습니다.

 

 

금요일엔 인터뷰 일정과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고, 토요일에만 참석했습니다(아래 사진). 그런데 독일인이건 한국인이건 정식으로 논문을 준비한 발제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다른 데서도 써먹었을 파워포인트를 보여주거나 그것조차 없이 평소 지식을 풀어놓았습니다.

 

 

 

 

 

 

FU-KoreaNet의 첫 학술회의이기도 하고,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의미도 있을테니, 본격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심하게 나무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얻을 게 있습니다.

 

 

저 자신 그들의 발표를 통해서 직접 특별한 지식을 얻지는 않았더라도 특정 주제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영감(inspiration)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참석자 중에는 10년 전 장성택, 박봉주 등이 한국에 왔을 때 동행했던 인물이 있어서, 장성택에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여기서 공개하기에는 뭣합니다.)

 

 

또한 발표 중에는 북한과 동독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있었습니다. 아래에 그가 보여준 몇 개의 사진을 첨부하겠습니다. 그리고 독일어 해독이 가능하신 분들은 www.wikipedia.org 에 들어가서 ‘Deutsch-nordkoreanische Beziehungen’을 치면 꽤 상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동독의 드레스덴을 방문한 김일성)                                   (동독에 유학온 북한 대학생들)

 

 

발표자는 동독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 말했는데, 통일 이후 독일은 한동안 북한과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했다가, 2001년에 정식으로 국교를 맺고 현재 평양에 독일대사관, 베를린에 북한대사관이 주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관급의 상호방문은 없었고, 독일의원들이 평양을 찾은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미 협상이 베를린에서 열리기도 하지요.

 

 

앞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독일에게서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제가 베를린에 머무르는 동안 계속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까 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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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지난 11월 25일에 페북에 올렸던 글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 GH의 '유신 흉내'>

일찍이 마르크스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희극으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을 접했을 때, 꼭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도 비극으로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이며, 두번 아니라 세번도 역사는 되풀이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GH의 집권이후 나라 모습을 보면, 마르크스의 말이 이 경우엔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이미 사회가 성숙해 유신시대처럼 나라를 통치할 수 없는데도 유신시대처럼 나라를 다스리려는 황당한 모습을 GH가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싶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박정희는 나름대로 국가비전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화학공업화라든가 자주국방이라든가 하는 것들이지요. 그걸 유신과 같...은 독재라는 받식으로 관철시켜려 했던 점에서 '비극'이었다면, GH는 도대체 별 비전도 없이 아버지의 통치방식만 흉내내려 하고 있으니 '희극'인 셈입니다.

물론 이솝 우화에도 나오듯이, 어린애가 돌맹이를 던지는 장난에 개구리는 목숨이 위태롭듯이, GH의 '유신 흉내'로 나라가 퇴보할 뿐 아니라 다치는 사람들도 꽤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종교인의 발언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살기 띄고 발언하는 모습은 바로 그런 현실을 잘 드러냅니다.

이런 GH의 유신흉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유신시대처럼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는 서서 죽기를 원한다"고 나가는 것은 약간 '오버'하는 느낌입니다. 보다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박신부가 국정원 선거개입을 비판하고 천안함 사태에 관한 우리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납득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부상케 한 연평도 포격마저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요.

게다가 페친인 권모 교수도 지적했고, 나중에 함세웅 신부도 말씀하셨듯이, 성직자는 정치투쟁을 하더라도 성직자의 특수성을 살리는 방식 즉 "GH는 회개하라"라고 외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직자분들께 정치에 나서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치투쟁의 효율적 방식"을 이해하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옛날 히틀러 시절엔 본회퍼라는 신학자-목사는 히틀러 암살사건에 가담해 사형당했습니다. 정치에 적극 개입한 것이지요.

성직자도 국민의 일원이고 이땅에 정의를 바로잡으려 하는 분들인 만큼 '정치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정치에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 좀더 연구하면 좋겠습니다.

어린애의 장난도 개구리를 다치게 할 수 있듯이, 최고통치자인 GH의 유신 흉내는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화세력은 덩달아 거기에 휘둘리지 말고 용기 있게, 그러나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