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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보면서 : GH 참모는 누구인가 (부록: 세금의 정치학)

동숭동지킴이 2013. 8. 15. 14:15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보면서 : GH 참모는 누구인가>

 

어제 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혹시 회담결렬로 MB정권 하의 남북한관계 후퇴가 GH정권에 들어와서 개선되기는커녕 더 후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일단 그 걱정은 덜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번 6차 회담이 결렬되면서, 저는 이제 개성공단이 폐쇄의 길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6차에 걸친 회담 과정에서 북한쪽은 나름대로 유연한 자세를 보였는데 반해, 남한쪽이 무성의하게 회담에 임했고 북한의 무릎을 꿇리려는 듯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6차 회담 결렬 이후 남한측은 다시금 회담개최를 제의했고, 마침내 협상타결에 이르렀습니다. 보수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한 것은 아니고, 원래 6차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재발방지 방안에서 조금 진전된 합의문을 남쪽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GH정권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유연한 것 같습니다. 최대석 교수를 쫓아내고, 남쪽의 협상대표가 너무 온건하다고 갈아치운 것을 보고 저는 GH정권의 경직성을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GH정권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만큼 경직적이지는 않은 것이지요.

 

금년 초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고 강도높은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면서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한의 국방장관이 개성공단 인질 운운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빌미로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통제와 노동자 철수라는 강경조치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대응은 한 마디로 '오버'였습니다. 북한이 정권과 기업이 미분리 상태이지만 남한은 그게 아닌데, 남한 정부가 잘못한다고 남한기업에 화풀이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한미군사훈련이 끝나면서 북한정권은 개성공단을 잘못 건드렸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자세를 전환해 나름대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반면에 남한정권은 이참에 버릇을 고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완제품 반출허가를 통보했지만, 남한정부가 오히려 기업인들의 방북을 저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 한국의 수구파들이 원래 싫어하는 개성공단을 남한정권이 아예 폐쇄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이 무릎을 꿇지 않으면 차라리 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식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개성공단 기업들의 불만과 항의가 고조되어 갔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조는 또 모르지만 기업가들의 반대에 직면해서는 정권이 버티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도 국정원-청와대 강경파에 의해 "북한의 무릎꿇기 or 개성공단  폐쇄" 정책이 추진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한정권은 그런 극단적인 수순을 밟지 않고 타협했습니다. GH정권의 이런 유연성을 이해하는 단서를 보여주는 ‘주간한국’ 기사가 있습니다. 그 기사의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42&aid=0001953740&sid1=001&lfrom=facebook

 

이에 따르면 GH의 원로그룹에서 종전 강경노선의 변화를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원-청와대 강경파들의 대북협상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한 것이지요. 예컨대 한 원로그룹 인사는 남북한 장관급 회담에서 남쪽이 ‘격’을 문제 삼아 회담을 파탄낸 것을 비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기사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GH참모 그룹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원로그룹 7인회 멤버인 김기춘씨가 비서실장으로 등장한 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봐야 하겠지요.

 

허실장의 퇴진 배경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주목하는 것은 7인회가 이제 전면에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7인은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주필,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을 지칭합니다.

 

이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박정희 시대 인물들의 재등장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김기춘씨는 유신헌법을 만들고 초원복집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지요.

 

그러나 이번 남북회담 타결을 보면서 저는 7人會를 너무 우습게봐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인회는 적어도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인물들입니다.

 

다음 ‘일요신문’ 기사에서 보듯이, 7인회의 대표적 인물인 김용환씨는 2010년말부터 GH에게 경제민주화를 스터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씨는 GH승리의 1등공신이며,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인물인 셈입니다.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ilyo.co.kr/detail.php?number=61607

 

김용환씨는 박정희 정권 하에서 40대에 재무부장관을 지낸 인물로 ‘꾀돌이’란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DJ와 JP연합을 성사시키는 중요한 일을 했고, 이헌재씨를 기용해 구조조정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입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째 고수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최병렬씨도 노무현 탄핵을 주도하는 엉터리 판단을 하기도 했지만, 서울시장도 지내고 장관도 역임한 만만찮은 인물입니다. 이런 최병렬과 김용환씨 같은 인물들이 정무적 판단에 깊이 개입한다면 대적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세제 파동에서 GH에게 노선 변경을 건의한 것도 7인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들은 구시대 인물로서 과연 창의적 발상이 가능할지, 정말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민심을 읽을 줄은 안다는 것이지요. 김용환씨가 노선변경을 건의했는지 어떤지는 모릅니다만, 그는 1977년의 부가가치세 도입에 참여했고 그것이 갖는 정치적 타격을 경험한 바 있는 인물입니다.

 

사실 세제파동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부분을 최근에 발견했습니다. 몇 사람이 모였는데, 그 사람들 모두가 자기 자신이거나 가까운 사람들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추징을 당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금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GH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우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금공격을 퍼붓고 있고, 그에 대한 국민들 불만이 만만찮게 된 것입니다. GH정부가 제시한 처음의 방안이 중산층에 그리 큰 부담이 아닌데도 방향을 수정한 데는 아마도 7인회가 민심의 동향을 읽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GH의 측근참모로는 GH의 국회의원부터 보좌해온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같은 인물들이 지금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행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이들을 추천한 인물이 GH와 가까웠던 최태민목사의 사위 정윤회씨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100%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저도 사실 이런 보좌관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면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7인회가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했다면, 이건 사정이 다릅니다. 한편으로 국정운영에 대해 일정한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론 야당에게는 강적이 등장한 셈입니다.

 

권력들 사이에는 권력투쟁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세력이 GH에 크게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재만씨 등일지, 원로그룹일지, 국정원-청와대 강경파일지 미지수입니다. 사람의 됨됨이는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권의 운명은 대통령의 주요 측근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요.

 

개성공단 정상화 때문에 혹시 제가 GH와 7인회에 대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괜한 우려(?)도 듭니다. 사실 개성공단을 정상화해보았자 MB 정권 시대의 남북한 관계로 돌아가는 데에 지나지 않습니다.

 

MB시절에 이루어진 남북한 관계후퇴를 다시 정상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남북한 교역과 임가공이 재개되어야 하지요. 나아가 10.4 선언에서의 약속이행 등 그보다 담대한 남북관계를 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GH와 7인회가 갖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오늘 8.15 경축사에서 GH는 대북관계와 관련해 담대한 방안을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기껏 늘 이야기하던 DMZ 평화공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앞으로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건 별로지요.

 

사실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데에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북한식 표현으로는 ‘개선과 세계화’)으로 나아갈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과 중국지도부의 대북압력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런 조건을 잘 살려서 남북한 협력을 차원 높게 진행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럴 수 있다면 우리의 보수 세력이 수구적 성격을 탈피하는 셈이 되겠지요. 비스마르크가 복지정책을 시작하고 닉슨이 중국과의 화해를 시작한 것처럼, GH가 대북관계의 혁신을 가져온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입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GH정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를 제시할까 합니다. GH정권은 정권초반기에 약간 뜬금없이 “전두환 때려잡기”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왜 이리 하고 있을까요. 저도 잘 모릅니다. 예상 답안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1) GH는 원칙주의자라서 부패정권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기 때문에

2) 검찰에 독립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검찰이 정의감 또는 공명심에 불타서

3) 국정원 선거개입 등으로 이반한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4) 전두환이 GH와 가까웠던 최태민 목사를 비리혐의로 1년 동안이나 군부대에 가두고 고생시켰기 때문에.

 

답안이 길다고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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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 : 위에서 언급한 세금 문제에 관한 글을 오늘(8월 17일) 페북에 올렸습니다. 그걸 아래에 소개합니다.

 

 

<세금의 정치학 : 증세를 우습게보지 말자>

 

오늘자 조선일보는 세제개편 문제에 따른 GH지지율 관련 기사로 신문을 도배했습니다. 그 중의 일부 기사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십시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17/2013081700234.html?related_all

 

‘한국 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소동으로 GH 지지율이 54%로 지난주에 비해 5% 가량이나 떨어졌습니다. 특히 중산층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화이트컬러의 경우엔, 지지율이 52%에서 38%로 14%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한국의 여론조사는 왜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GH가 급히 세제안을 수정한 것을 보건대, 이 여론조사가 크게 틀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번 세제개편 특히 중산층 증세에 대해 민심 이반이 일어난 데에는 기본적으로 조세의 형평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소득층이나 거대기업에 비해 중산층에게 세금이 부당하게 높게 부과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고 있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GH정권 출범 이후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국세청을 통해 국민들에 대한 세금공격이 대대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얼마 전 몇 사람과 자리를 같이 했는데, 거기서 세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모두들 자기 자신이거나 가까운 주위사람이 세금공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과거 여러 해 동안의 세금기록을 모두 뒤져, 때로는 어처구니없이 세금을 추징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중산층이었는데도 이런 세금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세금공격이 세금 형평성 문제보다 더 민심이반을 불러오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세금의 정치학’이란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GH정권의 증세안이 발표되자 민주당은 처음에 ‘세금폭탄’이란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에 대해 새누리당이 세금폭탄이라면서 공격한 것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진보개혁파쪽에선 민주당의 이런 반응을 비판했습니다. 과거 새누리당의 잘못된 정치를 답습하는 정략적 반응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복지확대를 위해선 증세가 필요한데, ‘세금폭탄’이라는 저차원적 대응을 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판에 직면해 민주당은 더 이상 ‘세금폭탄’이라는 식의 공격을 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격과는 무관하게 민심은 많이 이반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태에서는 별로 동요하지 않던 GH 지지가 몇 푼 안 되는 것 같은 증세 (월 1만원 남짓)에 기우뚱한 것이지요.

 

사실 민주당의 ‘세금폭탄’ 공세는 바로 이런 민심이반을 어느 정도 느끼면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지만, 권력투쟁의 장(場)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정략적 대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진보개혁파 지식인들은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증세의 당위성을 설파했습니다. 복지확대를 위해서 증세하지 않고 무슨 다른 방안이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OECD에 비해 낮은 복지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의 증세는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보개혁파 지식인들이 고려하지 않는 것이 ‘세금의 정치학’입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증세를 좀 우습게보고 있습니다. 증세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부모를 죽인 원수와는 타협해도 자기 재산을 뺏어가려는 쪽과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 ‘대부’에서 어떤 마피아 세력이 다른 마피아 거두인 말론 브란드를 죽이고 그 아들과 협상하려는 전략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위의 경구가 일정 정도 진실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조세저항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의 진보개혁파는 당위론(當爲論)에 몰두하는 탓에 현실의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를 돌이켜 봅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한 직접적 계기는 국왕이 증세를 위해 3부회를 소집한 일이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몰락에는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이 일정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 데에도 공약을 어기면서 증세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증세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증세 대신에 (직접적 부담을 덜 느끼는)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 왔습니다. 일본의 부채비율이 GDP의 2배를 넘어서고,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자꾸만 국가채무가 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정치적 이유 때문입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여러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증세와 관련해, 혁명정권은 조세저항을 개혁정권보다는 쉽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권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혁명정권이 아닌 오늘날의 대부분 정권들은 증세문제에 과감하기 어렵습니다.

 

GH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어떤 증세가 바람직한가 하는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고소득층의 구간을 세분화해서 증세를 한다든가, 거대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인다든가, 부가가치세율을 유럽 수준으로 높여간다든가 하는 여러 안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안 중에 제대로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논의는 현실의 무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논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라는 책에서 강조한 것은, 한국의 진보파들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전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노정권의 정치문제까지 분석해 보았던 것입니다.

 

증세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위론도 중요하지만 그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전술론도 중요합니다. 그게 없으면 자민당에게 정권을 도로 내준 일본의 민주당 꼴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진보파들이 북유럽의 고부담-고복지를 주창합니다. 그런데 제가 견문이 짧아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고부담-고복지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가능했는지에 대한 한국의 연구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 대한 ‘증세의 정치학’ 연구를 기대하겠습니다. 그것 없는 복지확대론은 ‘안코 없는 진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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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 : 8월 17일) 경향신문

 

오늘자 경향신문에 GH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홀대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GH정부가 어쩔 수 없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의사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기사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62159235&code=9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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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3 : 8월 20일)

 

<세금의 정치학 (2)>

오늘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에서 ‘세금의 정치학’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저의 며칠 전 페이스북 글과 이철희-오건호 박사의 주장을 소개했습니다. 경향신문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8192258405&code=920100

그리고 한겨레에서는 양재진 교수팀과 공동으로 복지정책에 대한 인식조사를 수행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겨레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0056.html

양교수는 이 조사에서 중요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복지국가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비례대표제 도입(강화)을 위한 정치개혁과 산별화를 향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말씀드린 대로, 산별노조는 좋은 일이지만 이미 노동시장의 분단화가 고착된 한국상황에서 실질적인 산별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대기업노조가 자신의 이익을 크게 양보하게 될 산별노조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이 모두 석가-공자와 같은 성인군자이기를 기대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의 강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엉터리 제안과는 달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숫자가 그리 많은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소선거구 국희의원은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크게 늘리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래야 소선거구 국회의원의 반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게 제가 말한 ‘증세의 정치학’, 더 폭넓게 말하면 ‘복지의 정치학’입니다.

 

2012년 말에 한국에서 번역된 하버드대학 교수의 책 <복지의 정치학>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복지제도 차이를 비례대표제와 같은 정치제도와 인종문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금의 정치학’과 관련해, 지난번 글의 댓글에서 제가 추가했던 내용을 여기에 약간 보완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일본 책 <北欧モデル> (2012년)에서는 스웨덴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스웨덴에서 고부담(고세율)이 가능했던 이유로 다음 세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조세와 사회보장시스템이 지방분권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과 부담의 관계가 알기 쉽게 되어 있다.
2) 복지는 고령층에 편중되지 않고 현역세대에도 혜택을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아동수당, 육아휴업급부, 실업수당이 그런 것들이다.
3) 정치와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감이 갖추어져 있다.

이런 것들이 <본격적인 증세의 정치학>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참고해 볼 만합니다.

그리고 소생의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증세, 재벌-노동개혁, 남북관계혁신과 같은 커다란 과제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가능할까 하면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때처럼 진보개혁 세력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때입니다. 두 번째는 비스마르크처럼 보수세력이 혁명을 막기 위해 도리어 진보개혁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북유럽처럼 진보-보수 정당 간의 거리가 좁혀져 진보개혁정책을 초당파적으로 추진할 때입니다.

소생이 지난 대선 당시 한겨레 칼럼(http://blog.daum.net/kkkwkim/195)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거국통합내각'은 위 셋 중 마지막 방안에 속하겠지요. 당시 문재인 후보는 이걸 강력하게 밀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승기를 놓쳤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관해서는 http://blog.daum.net/kkkwkim/200 을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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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4 : 8월 20일)

 

 오늘자 중앙일보 사설에는 국민 10명 중 6명이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소개되었습니다. 여론조사를 맹신해서는 안되지만, 역시 '증세의 정치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138/12380138.html?ct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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