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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진보 지식인 故 김기원교수가 말하는 한국

동숭동지킴이 2017. 1. 21. 08:37


개혁적 진보 지식인 故 김기원교수가 말하는 한국

내용 편집/디자인 | 블루 쟁갱 | 2017-01-12 | 추천1 | 댓글0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9209709

 

아마 내가 12월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차 청문회를 보지 않았더라면, 주진형이라는 사람을 알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김기원이라는 경제학자 (지금은 하늘에 계신) 를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확률이 높다. 그 살벌한 청문회장에서, 그것도 대기업 총수들이 앞열에 주루룩 앉아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대기업의 특성은 조폭과 같다'는 등의 칼날같은 발언을 쏟아내며 많은 국민들의 주목을 받은 주진형 한화증권 전 대표. 그는 이미 SNS (페이스북) 을 통해 꽤 국민들과 소통을 이어오던 사람이었다. 그가 쓴 글 중에 자신이 존경하던 모 경제학과 교수가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그를 기리기 위해 후배,제자들이 한마음으로 만든 추모집이 바로 이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 이다.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진보적인 그의 성향이 다분히 잘 드러나고 있고,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서 보이는 수구적/개혁적 성향을 다시 분류해서 수구적 보수, 수구적 진보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계속 해나간다. 이 책은 시간 순서와 상관 없이, 그가 생전에 본인의 블로그에 자유롭게 올린 글을 사안 별로 정리해서 엮어진 책인데, 애초에 발간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읽히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전문 기고문보다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한 글이 많다고 소개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일 수 있는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숨김없이 밝히고, 무조건적으로 진보의 목소리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진보라 하는 x축, 그리고 개혁/수구를 나누는 y축으로 구분하여 개혁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간의 적절한 긴장과 이에 의한 발전을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인은 경제학도임에도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졌는데, 수서발 ktx 와 관련한 철도 민영화 문제나,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함에 있어서, 분명히 본인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을 정확히 인지하고, 최대한 적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견을 개진해가면서, 거기에 있을 수 있는 오류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조심스럽게 현상황을 바라보고 비판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조차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는 생전의 그는 특히 노동귀족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데, 그동안 노조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다. 또한 의료인으로서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하여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고, 김교수의 의견에 대한 페이스북의 다른 댓글 (의과대학교수) 을 소개함으로서 자신의 글에 중심을 잡고자 하는 뜻 또한 귀하게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보수와 진보가 서로 칼날을 겨누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응당 남북이 분단된 현실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교수도 큰 뜻을 가지고 독일에서의 연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많은 진전이 있었을진대, 안타깝게도 암이라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후학들에게 이 길을 물려줬으리라. 나는 이분의 이러한 열정과 혜안, 학문과 나라에 대한 열정으로 치면 한없이 초라한 시민일 뿐이지만, 이러한 지식인이 우리나라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고, 시민 한 명 한 명이 깨어있는 의식을 가짐으로서 사회 전체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현재의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이, 미래의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