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이것은 종교 개혁자들의 핵심 사상을 담은 캐치프레이즈다. 그런데 나는 이 캐치프레이즈를 응용하여 이런 말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진보세력은 항상 진보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진보세력은 과연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진보란 말은 진보세력이 보여준 과거의 실패와 연약함을 스스로 보완한다는 의미다. 진보세력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언제나 투쟁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행하는 구태의연한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통신대 고 김기원 교수는 그의 개인 블로그에서, 한국의 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창비에서 그의 글을 2012년에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진보세력의 문제점은 없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진보세력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통 방식의 문제고, 두 번째는 시대착오적인 진보사상에 관한 문제다.
욕하면서 닮는다라는 말처럼,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진보개혁진영은 독재정권이 보여주었던 일방적 소통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하였다. 그 불통의 시간 가운데서 국민과 정부의 갈등은 점점 극단으로 치달았다. 독재자에게 저항하다가 독재자를 닮게 되는 비극을 면하려면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성찰하여야 한다. 진보개혁진영은 과연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과거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일제강점기의 항일투쟁이나 광복 이후 독재 시기의 민주화 투쟁에서 진보파는 사회주의 또는 주체사상이라는 급진적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런 사상들을 통해 투쟁 조직을 단련하고 체계화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급진적 사상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제 지배나 독재체제로부터 벗어난 뒤에도 과거의 사상들을 그대로 이어갔다는 점이다. 강을 건너는 데 도움을 준 뗏목이 고맙다고, 강을 건너고 나서 뗏목을 짊어지고 가는 셈이다. 이제 그런 점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179p. 90년대 냉전체제의 붕괴로 인해 마르크스가 주장하였던 공산주의 사상은 필연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 변화된 시대 가운데서도, 끝까지 공산주의 사상을 고수하면서 그 사상의 틀거리로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하였던 진보세력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이 이제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상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시대를 건너갈 새로운 뗏목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신학도 마찬가지다. 신학도 시대의 변화에 발걸음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된 시대 가운데서도 생생한 진리의 분투를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신학교에서 졸업생들에게, 더 이상 어디에 쓸 데도 없는 낡은 뗏목을 졸업선물로 한 아름 안겨다 주고 새로운 항해를 떠나라고 말한다. 개혁된 교회가 계속 개혁되기 위해서는 신학도 개혁되어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진보적 논리와 보수적 논리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파와 보수파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양자는 선악이 아니라 조화로운 균형을 달성해야 하는 관계고 그게 바로 음양의 조화다. 건강한 인간 상태를 음양화평지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21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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