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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신 이 편지를 당신께 바칩니다!

동숭동지킴이 2016. 2. 8. 15:25

하늘에서도 아내를 걱정하고 있을 당신에게(2)

 

또 한해가 지나갔습니다.

20141014일 아침,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아프다고 해서 응급실로 갔다가,

암 진단을 받고 서둘러 한국으로 온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당신이 아내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신이 없는 하루하루는 너무 긴데,

1년은 훌쩍 지나가네요.

그래서 당신 아내는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가고 있습니다.

 

당신 때문에

당신 아내는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가진 당신의 아내였지만

욕심을 버릴 줄 몰라

당신 아내가 힘들어 하면

당신은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산책하면서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우리가 건강하게 각자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데

더 무엇이 필요하냐며

저를 늘 달래주었지요.

그런 달램과 위로 속에서

당신 아내는 작은 행복의 기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당신 때문에

당신의 아내는 베푸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생각을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서,

페북의 글도, 블로그의 글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자료도,

당신은 기꺼이 공유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당신은 언제나

당신 아내 역시, 그렇게 하길 원했죠?

제자들이, 교사들이, 학회에서

당신 아내를 원한다면,

당신은.....

아내의 머리에 담겨 있는 지식까지도

기꺼이 베풀기를 원했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당신 때문에

당신의 아내는 일상의 따뜻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해주는 밥을 그렇게도 좋아했던 당신

회식이 있어 늦게 와도

아내표 밥을 먹으려고

애기처럼 기다리던 당신이

아내가 없는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그래서 요즘도...

당신이 좋아했던 된장찌개를,

아내표 김치를 만들면,

당신이 맛있게 먹던 얼굴이 떠올라

남편 바보 당신의 아내는

지금도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당신 아내보다 당신을 더 그리워하는

선후배들,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이 있었고,

당신 아내보다 더 많이 우는

후배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 따뜻한 지인들 덕분에

당신 아내도 버텨 나가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1년 동안

당신을 좋아했던 선후배와 친구들은

휴일도 반납하면서까지, 당신의 글을 모아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를 엮었답니다.

당신은 출판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당신이 바라는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이 없는 사회

개혁적 진보가 이끄는 사회,

당신 아내 역시 간절해서, 기꺼이 수락했는데,

잘했다고 칭찬해줄 거죠?

 

당신의 영원한 팬인, 당신 아내는

당신의 메아리가 널리 퍼져

당신이 바라는 사회가

이 땅에 이루어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 아내 역시,

당신의 뜻을 기억하면서

항상 시선을

낮은 곳에 두겠습니다.


2016. 2.8.

당신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