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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김양희교수님의 편지: 김기원 선생님을 기리며

동숭동지킴이 2015. 12. 18. 09:41

김기원 선생님을 기리며

책 한 권을 받고는 그만 와락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제가 김기원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한 건 맞으나 1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절 좋아하셨다는 따뜻한 한 마디와 함께 유고집을 보내 주시니 그저 인간관계에 무심하게 사는 못난 제가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표지의 그 환한 미소에 또 눈 앞이 흐려집니다.

...

일본 유학시절 제가 다니던 대학에 객원연구원으로 오셨던 선생님을 거기서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한결같이 골똘히 고민에 빠져계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제가 멋모르고 시작한 공부가 어려워 유학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 놓으면 선생님은 그 때마다 진지하게 듣고 따스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그 때 나눴던 대화가 뭔지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지만 자주 대화를 나눴던 것만큼은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래서인지 과정을 다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얼마되지 않아 쪼로록 대학로로 달려가 맛난 점심을 얻어 먹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먹고사는데 바빠 연락도 뜸하게 지내다 약 3년전에 선생님께서 쓰신 '경제학 포털'이란 책을 교재삼아 1학년 대상 교양과목인 경제학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책은 입수했으나 강의 때 쓸 PPT 자료를 만들 엄두가 나질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염치불구하고 PPT 자료가 있는지 여쭤보니 주저 않고 그 많은 양의 파일을 여러 번에 걸쳐 메일로 보내 주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개정판을 내셨을 때는 책과 이를 반영한 PPT도 잊지 않고 보내 주셨지요. 선생님은 그렇게 따스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런 배려심에 조금이나마 답하고자 겸사겸사 선생님께서 독일에 가시기 전에 다시 대학로에서 뵙고 모처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때가 선생님을 뵌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 때도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에 파견나가 겪은 경험을 왜 기록으로 남기지 않느냐며 질타하셨는데, 최근에 졸작이나마 공저로 남기게 되어 선생님께 덜 죄송스럽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진보적 경제학자로서 남기신 뚜렷한 족적에 대해선 다른 분들이 많이 언급하셨기에, 전 그저 소소한 개인적 기록이나마 여기 적어 따스했던 선생님을 기립니다.

선생님, 편히 쉬세요.

선생님을 좋아하기만 했던 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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