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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내하청 연봉 5400만원 : 희망버스가 지지를 받으려면

동숭동지킴이 2013. 7. 25. 15:38

 

<현대차 사내하청 연봉 5400만원 : 희망버스가 지지를 받으려면>

 

오늘 점심 때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면서 엊그제 날짜 문화일보를 읽었습니다. 원래 수구적 보수신문 중에 문화일보까지 읽을 여유는 없습니다만, “노느니 염불한다”고 식탁 위에서 굴러다니던 그 신문을 뒤적거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현대차 사내하청의 연봉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현대차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평균연봉이 5400만원이라는 사실과, 13년차 사내하청 노동자(37세)의 연봉이 5800만원임을 보여주는 작년도 원천징수 영수증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72301030524193002

 

아마도 회사측에서 일부러 흘린 자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어느 신문이든 신문보도엔 엉터리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몇 달 전에 자동차산업 전문가로부터 들은 수치나 엊그제 제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수치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연봉 5400만원이면 현대차 정규직 연봉 1억원에 비해선 절반 남짓이지만, 일반근로자 월급에 비해선 높은 편입니다. 제조업생산직 평균연봉이 3300만원이고 현대차 1차 협력업체 연봉이 4천만원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왜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는 격렬하게 투쟁하고 심지어 최병승·천의봉씨는 4달 넘게 현대차 근처의 송전탑에 올라가서까지 투쟁하고 있는 걸까요. 세상 일이란 게 원래 그런 겁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투쟁은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투쟁한 경우보다 어느 정도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투쟁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형편이 너무 어려운 사람들은 투쟁할 힘조차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투쟁을 통해 뭔가 나아질 전망이 있을 때 투쟁하는 법입니다.

 

 

1차나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투쟁해봐야 회사 사정이 빤하니 나올 게 별로 없습니다. 엊그제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협력업체 자체가 모기업에 의해 숨쉴 여유 없이 쥐어짜지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사내하청노동자들은 투쟁하면 얻어낼 게 있습니다. 우선 현대차 내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파업을 했을 때 직접적으로 현대차에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또 현대차는 근래 1년에 몇 조 원씩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직접 현대차로부터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협력업체에 비해 직접성이 훨씬 강합니다. 현대차 그룹인 모비스가 대체로 월급 지급에 관여합니다.

 

게다가 제가 여러 번 언급했듯이, 한국 사람들의 3대 고통인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 중 ‘억울함’이 사람들에게는 제일 심각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자신들과 노동능력에서 별로 다를 바 없는(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뒤떨어지는) 정규직이 자신들보다 두 배 가까이 연봉이 높으니, 이건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픈 것” 이상의 고통입니다. 게다가 공장 밖의 협력업체 노동자와는 달리 그걸 바로 옆에서 두눈 뜨고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리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해 왔습니다. 투쟁해서 성공하면 노동평민에서 노동귀족으로 신분상승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노동천민보다야 처지가 낫지만 그래도 평민인 상황에서 귀족으로 올라가는 것을 누가 그리워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에 대해 적어도 최병승씨에 대해선 대법원이 최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니 명분도 세워졌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주말에 희망버스 100대 가량이 현대차로 몰려갔습니다.

 

저는 재작년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김진숙씨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몰려간 희망버스 투쟁에 대해 글을 쓴 바 있습니다. 그 희망버스는 따뜻한 가슴에서 우러난 이웃사랑의 표현이지만 일감이 없는 회사에 대해 투쟁으로 일감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유연안정성을 확보하고, 거대기업과 중소기업(및 비정규직) 사이의 부당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격차를 해소하는가에 대해선 지난 블로그 글 “박노자 교수에 대한 아쉬움과 노동귀족 문제의 해법”을 참고하십시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저를 비판했으며 몇몇은 저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쓴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실파악과 논리는 너무나 부실해 저의 재반론을 당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에 비해 이번 희망버스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법원도 손을 들어주었고, 회사가 일감이 없기는커녕 1년에 몇 조 원씩 흑자를 보고 있으니까요, 현대차 사내하청 전원(7천명가량?)을 정규직화 하더라도 1년에 몇 천억 원 정도 더 지출하면 됩니다. (7천명 X 5천만원 = 3500억원)

 

 

그런데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건비 절감이며, 또 다른 하나는 노동의 유연성 확보입니다. 자동차산업의 수요는 일정하지 않고 경기가 나빠지면 고용조정이 불가피해집니다.

 

 

불황이 일시적이라면 조업단축(Kurzarbeit)으로 버틸 수 있지만, 불황이 장기적이라면 고용조정을 하지 않고선 기업이 버틸 수 없습니다. 또 사실 이런 고용조정이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가능하게 해주는 메카니즘입니다. 사회주의는 이런 메커니즘을 결여해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패배했던 것이지요.

 

사정이 이러한데 만약 현대차 비정규직을 모두 그들의 요구대로 정규직화하면 어찌될까요. 불황이 닥쳤을 때 고용조정이 제대로 이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내하청이라면 비교적 쉽게 정리해고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에서 보았듯이 정규직의 경우엔 결사적인 투쟁이 전개됩니다. 그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회사측에게 모두를 정규직화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최근 CJ나 한화 등에서 비정규직을 전부는 아니지만 대거 정규직화하지 않았냐고요.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단 그 그룹 회장이 감옥에 갔기 때문에 재판에서 잘 보이려고 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비정규직은 대개 여성입니다. 또 그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은 현대차 정규직과는 달리 연봉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노동귀족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직률이 현대차 정규직에 비해선 아마도 엄청 높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회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더라도 고용조정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때문에 정규직화한 것입니다. 현대차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지요.

 

 

이번 현대차 희망버스 투쟁에선 정규직노조는 내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동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쁜 놈’이라서가 아닙니다. 현재 비정규직은 그들 고용의 방패막이(안전판)입니다. 힘든 일은 주로 그들에게 시킵니다.

 

 

그런데 만약 모두가 정규직이 되면 자신의 방패막이가 사라지고 자신들도 좀더 힘들어지게 되니 속이 편할 리 없습니다. 귀족은 평민이 있을 때 귀족인 것이지, 모두가 귀족인 사회에서는 귀족이란 게 별 의미가 없지요. 아니 사실상 다 평민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현대차 비정규직의 문제도 한진중공업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근본 해법은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의 유연안정성을 확보하고 노동자 사이의 부당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이번 희망버스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현대차는 꺼벙한 한진중공업과는 다른 정상급 재벌이므로 희망버스 사태 이후 곧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희망버스 시위대의 폭력을 부각시키고 수구적 보수언론을 총동원했던 것입니다.

 

 

사실 한진중공업 사태 때는 회사가 수구적 보수언론에게도 제대로 홍보(접대 포함)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대차와 한진중공업은 같은 재벌이라도 급이 다르지요.

 

앞서 말했듯이 이번 희망버스는 지난번 희망버스에 비해 정당성은 큽니다. 하지만 상대가 훨씬 어려운 상대입니다. 그리고 제시한 목표는 시장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 노동시장 구조 및 모기업-협력업체 관례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과를 거두고 나름의 지지를 받으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첫째로, 불필요한 폭력사태를 야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에 회사 쪽도 폭력을 행사했지만, 시위대가 회사 담을 무너트리려 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혹시 시위대 속에 경찰이나 회사의 프락치가 들어있다가 폭력을 행사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시위대 쪽에서 성명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도대체 담을 무너뜨리고 회사를 점령해서 어쩌자는 것인가요. 그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그래서 혁명을 일으키려 했다면 또 모르겠네요.

 

물론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시위대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희망버스를 조직한 쪽에서 폭력을 방관했거나 적어도 폭력사태를 예방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식의 투쟁은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 목표와 구호와 전술을 혁신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 상황에선 모든 현대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없습니다. 이미 회사쪽은 비정규직 중에서 일부를 정규직화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규모를 늘리라는 건 말이 됩니다. 운동이란 많은 이들에게 납득이 가는 목표와 구호를 내세워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정규직 전환규모를 늘리라는 것은 회사로서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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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기 고공농성이나 희망버스란 방식도 재고할 때가 되었습니다. 무슨 방식이든 처음 할 때나 신선한 것이지, 그걸 답습하면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이런 걸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합니다.) 한진중공업에서 김진숙씨가 장기고공농성하고 희망버스가 출동해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엔 별로인 것이지요,

 

노무현이 떨어질 각오를 하고 종로 아닌 부산에 출마했을 때는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면서 '감동'을 샀지만, 유시민이나 김부겸이 대구에 출마했을 때는 별로였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이나 정치나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셋째로, 희망버스 비슷한 게 출동하더라도 목표와 구호를 근본적으로 확 바꾸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엊그제 페북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현대차 정규직은 임금을 30% 깎고, 협력업체 노동자는 임금을 50% 올리자” “협력업체 그만 쥐어짜자” 같은 구호를 내걸고 출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으로는, 정규직 임금의 동결과 협력업체 임금 10%상승부터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몇 년 동결하고 다른 쪽은 매년 10%씩 올리면, 얼마 안가 그 효과는 구호에서 제시한 것에 접근합니다.

 

아마도 이리 되면 많은 국민들이 지지할 것입니다. 현대차 정규직은 싫어하겠지만 어차피 이번 희망버스 시위에 대해서도 싫어했습니다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호는 단순히 멋진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고 들어가는 구호입니다. 운동이든 정치든 단순히 멋만 찾는 게 아니라 근본 문제에 과감하게 맞서는 경우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자세 등에서 보듯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이들 모두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와 당당히 맞설 내공이 없었습니다. 원래 우리 선거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했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그런 악조건을 뚫고 나갈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입니다.

 

우리 시민운동에서도 이제 운동방식의 타성을 바로잡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냥 불쌍한 사람이나 극단적인 투쟁을 하는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근본 문제에 정면승부할 때가 되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은 임금을 30% 깎고 협력업체 노동자는 임금을 50% 올리자” “협력업체 그만 쥐어짜자”("협력업체도 숨 좀 쉬자"도 괜찮습니다) 같은 구호를 만의 하나라도 가스통 할베들에게 뺐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이런 걸 내걸고 울산으로 가고, 더 나아가 부당하게 높은 대우를 받고 있는 공기업 앞에 가서도 요구를 전달하면 어떨까요.

 

참여연대든 교수단체든 제가 쓴 글을 읽고 운동노선을 재정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크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진보운동 진영의 적잖은 부분에선 보수 진영과 마찬가지로 열린 마음과 실사구시의 자세보다는 닫힌 마음과 과거의 관성만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기존 단체들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가 제안한 구호들을 내걸고 새로운 단체가 만들어지면 어떨까요. 제발 가스통 할베들에게 이런 구호를 빼앗기지는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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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

엊그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여기에 추가합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현황 보고>

오늘 낮에 자동차업계에서 오래 일해 오신 분들과 만나 자동차업계 사정을 조금 들었습니다.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많은 분들이 같이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거기서 들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최근의 제 주된 관심사는 이쪽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의 산업사회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갖고 있어서 듣게 된 내용입니다. 체계적인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아니고 점심식사 하면서 들은 이야기라 다소 두서가 없습니다. 알아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1) 모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 문제

* 모기업에서는 매년 1회 10%씩 CR(cost reduction 납품단가 인하)을 거의 강제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도대체 제대로 커가기가 힘들다. (모든 협력업체에 대해 모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협력업체에 따라 CR비율이 달라지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 협력업체에서 스스로 공정을 혁신한다든가 해서 원가를 절감하면, 그 이익을 거의 전부 모기업이 다 가져가 버린다. 경우에 따라서 협력업체에 그 이익의 절반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첫해뿐이다.

  공정혁신 등 기술혁신을 하는 경우엔 4M(manufacturing, material 등)의 변화상황을 모기업에 모두 보고해야 한다. 그래서 그 혁신에 따른 이익을 모두 모기업이 가져가 버리므로, 기술혁신을 할 유인도 없고 성장할 기회도 없다.

  기술혁신을 보고하지 않고 기술혁신을 추구해서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만약 이게 발각되면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므로 위험하다. (결국 기술혁신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

  특허기술을 창출하더라도 그에 대해 모기업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검증을 거쳤다는 이유로 그 기술에 대한 특허는 모기업이 독차지한다. 따라서 협력업체가 애써 인력을 써서 기술혁신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 협력업체에서는 자기 부품을 쓰는 모기업 생산라인에 1명씩 파견해서 모기업쪽과의 원활한 대화를 추구한다. (모기업 직원 접대도 포함.)

  이건 마치 큰 할인매장에 납품업체 직원이 나가서 판촉활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인데, 다른 선진국 공장에선 이런 경우가 없다. (협력업체의 불필요한 부담인 셈.)

  협력업체의 부품 불량으로 라인이 서게 되면 협력업체에게 1분당 85만원씩 벌금을 물린다. (10분 서면 1000만원 가까운 돈.) 따라서 라인을 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현장에 파견된다.

* 외국 자동차 공장에 납품하는 한국 부품업체의 경우엔 처음에 납품하는 가격은 국제경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납품가격보다는 낮다. 하지만 5년간 강제적 C.R 없이 일정 가격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스스로 공정혁신을 할 유인이 생기고 안정적 수입이 가능하다.

2) 한국 모기업의 생산성과 수익 문제

* 생산성은 일본 도요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도요타에서의 작업방식을 한국에 들여오지만, 노조의 반대로 도요타처럼 생산공정을 짤 수가 없다.

* 옛날에는 노조가 반대한 게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부품이 일본에서처럼 정밀하지 않기 때문에 조립하는 데 더 힘이 들고 따라서 도요타처럼 빡빡하게 생산공정을 짤 수가 없었다.

* 하지만 지금의 부품 품질은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는데도, 노조는 과거의 관성 하에서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있는 것이다. 이건 북경현대차나 미국현대차의 생산성이 한국 현대차 생산성보다 30% 이상 높은 데서도 드러난다.

 

(추가 2: 8월 16일: 현대차의 생산성 문제에 대해 노조측에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 글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성은 생산차종과 자동화비율에 따라 달라지므로,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현대차 외국공장에 비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글의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99684.html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저도 사실 그런 점 때문에 자동차 업계 분에게 공장자동차율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답은 그 차이가 그리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차체, 도장 공정은 원래 차이가 없고 조립공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현대차 미국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화장실 갈 시간 여유도 잘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제가 옛날에 도요타 공장을 방문했을 때 보니 노동자들이 라인에서 뛰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라인에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라인을 세우는 게 아니라 라인은 움직이게 하면서 문제점을 바로잡아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국의 이런 강도 높은 생산공정이 바람직한가 어떤가와는 별개로 이런 게 생산성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노조측의 반론대로 회사측이 언론에 제시한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노사 및 학계 공동으로 동일한 차종과 자동화율을 가진 공정에 대해 생산성 비교를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추가 3 : 8월 22일. 위에서 소개한 현대차 노조의 주장에 대한 현대차측의 반론이 8월 22일자 한겨레에 실렸습니다. "현대차 자동차공장 생산성 논란 진실은"이라는 그 글의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00356.html

 

그 글에 따르면 생산차종과 자동화율을 고려해도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성은 도요타, 북경현대차 미국현대차의 생산성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그리고 현대차 노동자들의 연간노동시간은 노조측 주장과는 달리 2012년의 경우 3000시간이 아니라 2443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제가 말한 대로 노-사-전문가 공동의 조사단을 꾸리면 좋겠네요.)

 


* 이런 낮은 생산성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것이다. 현대차의 정규직 연봉은 1억이지만 1차협력업체의 경우는 4천만원 정도며 그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만도 등 거대 협력업체는 예외.)

  사내하청의 경우엔 모비스가 총괄하며 35% 정도를 떼간다. 따라서 사내하청 근로자의 임금은 현대차에서 지출하는 것에 비해선 낮지만 공장 밖의 협력업체에 비해선 그리 낮지 않다.

   1997년 IMF 사태 이전에 기아 생산직 연봉은 2650만원, 관리사무직 연봉은 2630만원이었다. 그리고 1처협력업체의 임금은 20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IMF 사태 이후 모기업과 협력업차 사이의 격차가 현저하게 커졌다.

   1997년 무렵 현대차 생산직의 연봉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1/2~2/3였다 (참석자에 따라 약간 이견이 존재.) 그런데 지금은 현대차 생산직의 연봉이 미쓰비시보다 절대액으로도 높다.

* 현대차가 수익을 올리는 또다른 이유는 소비자를 쥐어짜는 것이다. 기본모델에서 좌우 또는 전후를 약간 조정해 신모델이라고 내놓고는, 200만원씩 자동차 가격을 올렸다. 국내소비가 150만대라면 이것만으로 3조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다만 이런 방식은 최근에 들어와선 좀 어려워졌다.

* 폴크스바겐에서는 새로운 라인을 개발해 곧 투입할 예정인데, 그 라인에서 자동차가 하나 뽑아져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2초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40초가 넘는다. 독일은 미국(및 한국)과 달리 협력업체들의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다.

3) 한국 자동차 거대기업 정규직 문제

* 노동윤리가 상실되어 있다. 그런데 이건 근본적으로는 정치의 후진성, 사회전반의 불공정한 분배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그걸 바로잡지 않고서는 노조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힘들다.

* 현대-기아차 정규직에서 골프 치는 생산직은 15% 정도(그보다 더 많다는 의견도 있음)에 이른다.

* 현대-기아차에서도 주말특근을 하고 협력업체도 주말특근을 한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주말특근의 경우엔 평상시 임금의 350%를 받지만, 1차협력업체 노동자의 경우엔 150~250%를 받는다.

* 만약에 주말특근 시간을 상정되어 있는 법안처럼 초과근로시간에 포함시켜 규제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소생의 제안처럼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경우엔 1주일 정도는 교육을 시켜야 하며, 절반 정도 정규직이 옆에서 같이 일해야 제대로 공정을 굴릴 수 있다. (독일 사례을 더 정확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음.)
따라서 아예 주말특근을 없앨 가능성이 크다.

* 현대-기아차에선 어쩌다 사람을 뽑을 때는 수백배의 지원자가 몰리지만 협력업체의 경우엔 사람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쓴다.

* 현대-기아차의 정규직 임금은 30%쯤 깍아야 하며,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50%쯤 올려야 한다. ( 이런 주장이 나오자 다른 분이 그게 어디 가능하겠느냐고 함.)

이상 식사하면서 메모하기도 뭣해 그냥 기억에 의존해 정리했습니다. 혹시 틀린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니 논문 등의 전거로 이용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하하하.

그리고 혹시 수정보완할 내용이 있으면 여기에 댓글로라도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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