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기고

김문수 대 김상곤 (한겨레 2009. 10. 21)

동숭동지킴이 2011. 2. 23. 17:32

 

김문수 대 김상곤

 

김 기 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도의 김문수지사와 김상곤교육감 사이에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교육감의 무상급식 예산을 도의회가 잘라버린 일에 지사가 동조했고,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조처라고 교육계가 반대했는데도 지사가 도청에 교육국을 설치했다. 도가 교육청에 줘야 할 학교용지 부담금 1조 원도 안 주고 있으며, 교육청 소유 땅을 도청이 마음대로 사용하려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양김 싸움은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나라와 도의회를 한나라당이 장악해 있고, 그런 탓인지 한나라당 도의원이 교육감에게 상스런 언사도 예사로 퍼붓는 상황이다. 또한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지사에겐 교육감이 백면서생으로 보일 터이다. 용산참사를 일으키고 김제동씨를 쫓아낸 이명박정권처럼 지사도 넘치는 권력을 절제하지 못하고 교육감에게까지 휘두르고 있는 것일까.

 

  김지사의 경쟁자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언한 이종걸의원 같은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교육감과 상대하는 걸까. 정부가 등록금후불제 같은 걸로 인기 얻는 걸 보고 교육이슈에 흥미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변절을 자인한 바 있는 지사가 한 길을 걸어온 교육감한테 느끼는 이질감 탓일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두 사람이 맞부딪치는 근본배경엔 가치관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사는 여당의 대표적 정치인이고 교육감은 민주대연합의 소산인터라, 이 가치관 차이는 단지 경기도만이 아니라 나라전체의 문제다.

 

  김지사의 가치관은 어떤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인지 그에게선 튀는 발언이 많다. 일제 식민지통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촛불집회를 초반에 진압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대통령도 차마 하기 힘든 말을 거침없이 쏟아놓으니 극우파의 선봉장 같다. 행동에서도 지사는 남다르다. 논문사기로 서울대에서 해임당한 황우석씨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임지사들이 11년에 걸쳐 승인한 골프장면적의 3배(여의도의 8배)에 달하는 32개 골프장을 재임 3년 동안에 무더기로 승인했다.

 

  지사에게 박수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환경훼손으로 비난받는 골프장일지라도 많이 지을수록 골프인들이 좋아한다. 군사정권 때처럼 골프장허가로 검은 돈이 건네진 게 아니라면, 지사 자신은 골프하지 않으면서도 골프애호가 같은 계층을 주요 정치기반으로 삼으려 한 셈이다. 이 계층은 지사의 독특한 다른 행태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골프장 무더기허가는 지사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일로 보이고, 실제로 골프 지사란 별명이 붙은 지도 한참 됐다.

 

  한편 김교육감은 도의회와 지사의 견제 탓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아직 자기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진 못했다. 다만 행정스타일과 지향성은 드러났다. 권위주의의 탈피나 심야학원 금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시국선언교사 징계유보 같은 사안을 통해서다. 특히 아동들에 대한 무상급식방안에서 지사와 가치관이 충돌한다. 지사 쪽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고 그 예산을 딴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감 쪽 논리는 가난한 집 애들이 급식비 못 내어 눈칫밥 먹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김 싸움에 국민은 스포츠구경처럼 재미도 있지만 짜증이 나기도 한다. 교육에 대한 권한조정이 엉망인 상태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내년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관으로 나서야 한다. 어디든 한쪽 가치관으로 통합시켜주면 된다. 만약 골프보다 무상급식이 소중하다면 김지사를 퇴출시키면 되고, 그 반대라면 김교육감이 퇴출대상이다. 그리하면 적어도 교육행정의 혼란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