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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10일자 추억의 글: 통합의 정치를 배우자 : 남경필과 원희룡을 보고

동숭동지킴이 2019. 6. 10. 16:53

<통합의 정치를 배우자 : 남경필과 원희룡을 보고>

남경필은 향후 부지사 한 명을 야당 몫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원희룡은 선거 때 경쟁자였던 신구범에게 인수위 위원장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놀라운 시도입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실천하지 못했던 통합의 정치를 여당 쪽에서 먼저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장차 대권을 노리기 위한 일종의 정치쇼일 수 있고, 야권의 거부로 인해 실제론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문화'가 정치와 경제에서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이런 시도 자체가 신선한 충격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제가 우연히 알게 된 정치전략가가 저에게 야당의 선거전략으로 '대연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듣자마자 바로 공감했고, 다만 노무현 당시의 대연정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있으니 "거국통합내각"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게 더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대선 캠프에 참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걸 선거 캠프를 통해 관철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 신문에 "거국통합내각은 어떨까"라는 칼럼을 2012년 11월 29일자에 실었습니다. ( http://blog.daum.net/kkkwkim/195 )

하지만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문재인 캠프는 이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미적미적하다가 제 제안보다 훨씬 소극적인 내용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쪽에선 금방 그 공약의 폭발력을 깨닫고, 여야원탁회의 같은 걸로 물타기에 나섰던 것입니다(물론 박근혜는 당선되자마자 경제민주화 공약 등과 더불어 그 공약도 내팽개쳤습니다).

만약에 문재인 진영이 안철수와의 감동적인 단일화를 달성했거나 (감동적인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는 문재인과 안철수 양쪽 모두에게 절반씩 책임이 있습니다만), 거국통합내각을 과감하게 던졌더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아는 정치전략가는 남경필, 원희룡과도 가까운 사이이고, 혹시 그래서 남과 원이 이런 통합의 정치를 내세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경위는 독일에 앉아 있는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여당이라도 이런 통합의 정치를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면, 그건 한국정치가 한발 앞으로 크게 내딛는 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야당에는 이런 큰 전략과 방향을 제시할 줄 아는 정치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 가지고선 여당을 이길 수가 없지요. 박원순이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지만, 이런 식의 큰 전략을 세울 줄 모르면 승산이 희박해집니다.

정치권만이 문제이겠습니까. 노조에서도 어떤 정파가 위원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노조임원직을 독식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전국조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래선 극단적 정파대립 속에서 노조가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벌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도 마찬가지이지요. 협력업체와 상생할 줄 모르는 재벌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고, 장기적인 성장가능성도 제약받습니다. 정치권이나 노조나 기업이나 모두 서로간의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지만 그와 더불어 통합(상생)구조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경필이나 원희룡의 제안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들의 제안이 성사되려면 남이나 원이 구색맞추기가 아니라 실권의 상당 부분을 야당에 넘길 각오를 해야 할 것이고, 야당도 대타협의 큰 정치를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이는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원래 지방자치단체장은 정치가라기보다 행정가적인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타협의 가능성은 중앙정치보다는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다같이 귀추를 지켜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