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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9일자 추억의 글: 제조업 인력 감축과 직업윤리 : 한국사회 문화의 문제

동숭동지킴이 2019. 6. 9. 16:37

<제조업 인력 감축과 직업윤리 : 한국사회 문화의 문제>

오늘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와 같은 대표적 한국기업에서 해외고용은 급증한 반면 국내고용은 답보상태라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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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脫한국 러시 ◆
매일경제가 9일 대기업의 국내외 사업장 인적 구성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는 2009년 15만8000명에 불과했던 국외 사업장 근무 인력이 지난해 기준 28만6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본사 및 공장 근무 인력은 8만5000여 명에서 9만5700여 명으로 1만명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국내 직원은 5만6000여 명에서 6만2800여 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국외 사업장 근무 인력은 2만2500여 명에서 4만18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외국 현지 고객사에 직접 공급하기 위해 국외 생산시설을 꾸준히 늘려온 포스코그룹도 최근 1년간 국내 임직원이 3만60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줄어든 반면, 국외 현지 인력은 1만8500명에서 2만3200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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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본이란 보다 나은 생산조건을 찾아 움직이게 마련이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유리한 시장접근성 등으로 인해 한국기업들이 해외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의 범세계성을 통해 후진국의 공업화가 촉진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위 기사에서 보듯이, 한국의 경우 그 변화속도가 너무도 빠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너무 빠르게 변화하면, 그에 대응하여 같은 속도로 변화할 수 없는 노동시장이나 복지체계 등과의 마찰이 심각해집니다.

양극화와 사회갈등이 첨예화되는 것이지요. 한국내 제조업의 고용비율은 이미 독일, 일본보다 더 낮은 16% 정도로 내려갔고, 이런 급속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이 중 저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직업윤리 나아가 문화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자동차업계를 주도해 온 분 중 한 명과 예전에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분 말씀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아주 어둡다. 그 이유는 제조업 근로자(기술자 포함)의 직업윤리(자긍심과 책임감)가 희박하기 때문이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 근로자의 직업윤리가 강하면 임금인상이나 유연한 작업배치나 노동강도 조정 등에서 회사와의 타협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의 취약성이 한국제조업 고용이 축소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업윤리라고 하면 넓게 보아 '문화'의 문제이고, 이는 경제학 전공자가 다루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반도 문제를 독일과 비교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서독과 남한", "동독과 북한"의 문화적 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동독과 북한'의 경우엔 정말로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문화 공부를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도 직업윤리의 결핍이 미친 영향은 너무나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글에서 썼지만, 세월호 참사는 비정규직 문제와 직접적 관련성은 별로 없습니다.

아울러 이른바 신자유주의(시장만능주의)와의 직접적 관련성도 약합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를 운운할 수 없는 1970년에도 남영호 참사가 일어났으니 신자유주의는 선박참사의 '필요조건'이 아니고, 신자유주의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이나 영국에서 비슷한 참사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충분조건'도 아니지요.

그리고 세월호 선장이나 선박직 직원과 같은 근로자의 직업윤리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지요. 한국에서 기업가, 정치인, 관료, 언론인, 지식인, 법조인의 직업윤리도 결코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문화의 문제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졌으면 합니다. 제조업의 장래와도 관련되고, 세월호 참사와도 관련되고, 한국사회의 여러 핵심적 문제와도 관련되는 문화의 문제가 더욱 깊이 연구되고 토론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지 하는 등등의 문제가 있겠지요...